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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연재時] 바람이 불었소
2011.03.12 (토)
간밤엔바람이 불었소미친 듯이 불었소땅 위의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릴 듯이바람은 그렇게 불었소 헛된 아집의 각질과 빛 바랜 이름을명찰처럼 달고 있는 나무 둥치채찍처럼 후려치는매바람을맨 몸으로 견디어야만 했소 속이 꽉 찬 참나무처럼반듯하고튼실하게 살아왔다고허세 부리던 삶의 쭉쟁이를 아프게 아프게 훑어내야 했소 광풍이 헤집고 간 숲은고요하오……가만,귀 기울여 보오바람의 발자국이 또 다가오는 듯하오 <시작메모>간밤 미친...
김해영 시인
[김해영 연재詩] 11월의 첫 날에
2011.03.05 (토)
11월의 첫 날에 -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날에 또닥또닥 빗줄기가 대지를 두들긴다남루한 몸을굽은 지팡이에 의지하여살아온 길을돌아보는 망설임과또 어둠을 헤쳐야 하는두려움이 배어있다슬픔이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며좌절이 새로운 희망의 싹이라는 걸까마득히 모른 채걸어온 미망의 길타닥타닥 빗줄기가 새벽을 깨운다긴 밤 어두운 골목을 누비고 다니던 야경꾼의 얕은 기침소리저 짙은 절망 끝에는 여명이혼란의 뒤에는...
김해영 시인
[김해영 연재詩] 위로
2011.02.26 (토)
위로 말하지 말 걸 네 아픔을 안다고어찌 속 빈 대처럼 허황한 말로 위로하러 들었던가뼈마디 자근자근 방망이질하고육신이 허물어지는 이 고통을…차라리 아무 말 말고 손이나 따스이 잡아줄 걸 아는 척하지 말 걸 사람살이가 다 그렇지겨울 지나면 봄이 오지 않겠느냐고대숲 훑고 가는 바람처럼 어찌 그리 허술히 대했던가비접도 제...
김해영 시인
[김해영 연재詩] 2월처럼
2011.02.19 (토)
2월처럼 이른 병상을 걷어내고 일어난나,바장이는 2월의 마음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오는님 발자국 소리에내닫는하얀 버선발 이른 봄볕의 입맞춤에서른 날을 채우지 못하고까르륵지어버린 선웃음 설익은 정분을매운 고추바람으로 다독여농 익힌 봄의 분내 <시작 메모>병상과 일상을 오가는 나, 2월처럼 겨울과 봄 사이를 서성인다.봄을 목말라 하는 2월은 차마 서른 날을 채울 수 없어 계절의 모퉁이에서 서성이며 이른 봄내를 풍긴다.
김해영시인
[김해영 연재詩] 햇빛 사냥
2011.02.11 (금)
햇빛 사냥 일요일 오후,문득 겨울비 장막이 걷히고안개가 길 잃은 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는 골목을 나선다낙엽이 협궤열차처럼 뒹구는 길목에 서서서리 낀 잔디에 사금파리처럼 박힌햇살 조각을 응시한다 한가와 무료,자유와 혼돈,미답의 시간이 품은 두려움과 긴장,일탈의 편린들을 뒤로 한 채 햇빛 사냥을 나간다가슴에서 어린 꿈 하나 꺼내서금빛...
김해영시인
[김해영 연재詩] 삶의 능선에서
2011.01.28 (금)
삶의 능선에서 허위허위 오른 능선에는꽃 한 송이 없다번민 같은 안개를 헤치고아우성치는 자갈밭을 기어오르며고되게 오른 능선에는햇살 한 줌 없다여윈 몸을 휘감아 도는 채찍바람뿐…… 벼린 칼처럼 날캄한 능선에서 억새처럼 나부끼는 몸을 곧추 세워 먹구름이 몰려와눈보라를 흩뿌려도 괜찮다가슴이 옭죄고손발이 저미는 한기가...
김해영 시인
[김해영 연재時] 축복
2011.01.21 (금)
아침에 눈을 뜨니유리창 밖 서성이던 햇살이긴긴 어둠에 가위 눌린 가슴팍을젖먹이 아기처럼 파고든다 지친 육신이새 생명의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하루의 일상을 여는부활을 체험하고 미움과 절망으로 굳어버린가슴 속 얼음장미가봉긋이 피어나는행복도 맛보며 가식과 허화에 휘둘려안개 낀 것처럼 뿌연 시야가말끔하게 닦여맑은 영혼의 눈을 뜬다 병상에서도긴 밤을 건너온 새해가 쏟아내는축복의 햇살을 받고일상에서...
김해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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