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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호스에서 다이아 트레일 헤드까지 7월 22일, 5시부터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간식까지 챙긴 후 짐을 꾸린다. 떠나기 전 매직펜으로 계단 턱에 “유콘 강과 더불어 흐른다, 오늘도... ."라는 문구와 넷의 이니셜을 남기고 사진 한 컷. 먼저 다녀간 한국 투숙객들이 부엌 대들보에 남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메모도 찰칵. 그리고 아듀스! 걸어서 십 분...
김해영 시인
  비씨 주에서 고개를 들면 올려다 보일 것 같은 유콘 테리토리 수도, 화이트호스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9시 30분. 전에는 오로라를 보러 겨울에 왔는데, 오늘은 백야의 여름밤을 만난다. 예나 지금이나 화이트호스는 환하고 밝다. 사람보다 야생동물이 더 많다는 유콘답게 몇 안 되는 사람끼리 서로 눈 맞추며 발걸음 나란히 공항을 빠져 나간다. 초를 다투는 미래의...
김해영 시인
 칠쿳 트레일(Chilkoot Trail),그 군둥내 나는 이름을 들은 지 7년만에 ‘노스 익스플로러(The North Explorer)’팀을 꾸려 백야의 나라로 향한다. 2005년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 노상에서‘칠쿳’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 이름이 고리타분해서 마치 선사시대 유적지같았다. 파보면 보물이 나올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쏠렸으나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건 유콘과 미국 알라스카에 걸쳐있어 ‘너무나 먼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그리 오래 묵혔으니...
김해영 시인
현재 밴쿠버에는 몇 개의 한국어 학교가 주말(토요일)에 운영된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학교/직장에 다니다가 토요일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에 와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정오쯤 귀가를 한다. 학생과 부모 똑같이 힘들다. 왜 그럴까? http://careers-in-business.com/hr.htmhttp://careers-in-business.com/hr.htm우물우물 한국말 잘 하는 애들인데 느긋한 주말을 즐기지도 못하게 이리 성화를 부릴까? 한국어를 학교까지 가서 굳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있다. 한국인인 이상...
김해영 시인
출퇴근길에 늘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삭막한 네모 건물 사이에 팔각정 같은 학교 건물, 훌쩍 넓은 운동장 가 정글짐에 풍선처럼 매달린 어린아이들, 그리고 그들이 뿜어내는 초록 웃음… .성 프란시스 재이비어 학교(St. Francis Xavier, 밴쿠버 이스트 1번가에 자리한 Mandarin Immersion School)를 지나칠 때마다 부럽다 못해 심통이 났다. 왜 중국어 이머전 스쿨은 있는데 한국어 이머전 스쿨은 없지? 중국 아이들은 잘 닦인 신작로를 달리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만...
김해영 시인
남의 나라에서 사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게 말 못하는 서러움일 것이다. 들어도 못 듣고 알아듣고도 선뜻 맞춤한 대답을 못해 속상하기 짝이 없다. 남의 나라이지만 내 나라처럼 활개치고 사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내가 영어를 배워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다. 이 나이에? 아무리 잘 해도 폼나게 영어로 말하다가 꼭 어느 대목에선 “What?” 소리 듣는데? 저나 나나 똑같이 발음하는 것 같은데 악센트 하나 틀려 못 알아들으면 분통 터진다.그러니 영어...
김해영 시인
트레킹 마지막 날 아침, 산새소리에 일어나니 캠프 패드가 촉촉하다. 간밤에 비가 밀사처럼 다녀갔나 보다. 우리를 문명세계로 실어내갈 보트 닿는 선착장(Wharf)이 아침 안개에 싸여있다. 입 떡 벌린, 게다가 젖기까지 한 등산화를 다시 발에 꿰고 싶지 않아 샌들 신고 내려갈 만한지 하산길을 들여다본다.  시작부터 가파르다. 45도 경사진 기슭에 도끼질 몇 군데 해놓은...
글: 김해영 ∙사진:백성현
 스키나 크릭에서 수셔티 베이까지 8.6km를 남겨둔 마지막 날 아침. 늦잠 늘어지게 자고 11시 출발!을 선언했는데도 야성이 밴 팀원은 새벽 5 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허니문 중인 신랑과 새색시 깨지 않게 살짝 몸을 일으켜 발개진 모닥불 앞에서 오늘의 일정을 점검한다. 5 시간 걸리는 구간이라 말하지만 분명 쉽지 않은 길이리라. 우리와 반대쪽을 걸어온 젊은...
글: 김해영 ∙사진:백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