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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실무는 말 그대로 실무가 중요합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07 00:00

이원배씨 전(前) 동남은행 지점장 현(現) 한카국제경영연구원장

이원배씨의 삶은 느린 뚜벅이 걸음으로 느린 듯,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모든 곳을 찾아가고야 마는 사람처럼 대기만성형이다. 그의 과거 이력을 보면 느린 걸음으로 그러나 한 발 한 발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성실하게 살아 온 삶의 과정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은행원으로 출발, 건국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치고, 동남은행 지점장으로 은퇴한 그는, 차세대들에게 무역 실무를 가르치는 것을 선임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말한다.

◆ 시인으로 만난 경제학박사

‘지하철을 타자’

우리 모두 한 통(桶) 속이 되자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사는 형편은 서로 달라도

속속들이 생각은 서로 달라도

어두운 굴 속 헤치며

어려운 시절 헤치며

우린 지금 함께 한 길

가고 있지 않은가

무역은 실무가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대학에서 실제 실무보다 이론에만 치우치는 걸 답답해 하는 이원배씨. 무역학 전공으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그는 선임자로서 차세대에게 무역실무를 통한 성공을 인도하는 것도 하나의  '애국'이라며 웃었다.

경제학박사이면서 무역실무 전문가인 이원배씨를 알게 된 건 경제관련분야가 아니라 뜻밖에도 시와 수필 등 그의 문학작품을 통해서였다. 밴쿠버문인협회 총무를 맡고 있는 그가 매주 게재되는 회원들의 원고를 들고 찾아 와 원고와 함께 내민 서류는 곧 개최 될 ‘차세대 무역스쿨’ 안내자료였다. 

◆ 차세대 무역스쿨 운영위원장 겸 강사

그의 현재 명함은 한카국제경영연구원 원장, 그리고 ‘차세대 무역스쿨’ 운영위원장이다. 모두 해외 무역거래와 관계되는 일이다. 이곳에서 그는 한국에서 초빙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과 캐나다 기업간 무역 거래를 위한 전반적인 실무 지식을 강의한다. 
중소기업은행의 평범한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직장을 다니며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고, 지점장의 위치에까지 올라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던 사람이다.
중소기업은행의 핵심 부서 ‘조사부’ 근무를 끝으로 동남은행으로 옮긴 것이 89년.
이즈음 동남은행은 설립을 앞두고 시중은행의 많은 중견간부들과 직원들을 스카우트 했고, 당시 동남은행은 마치 또 다른 기업은행에 근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기업은행 직원들이 많았다.
그렇게 기업은행에서 동남은행으로 옮겨 창립멤버가 된 그는 동남은행 원당지점장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90년 경기도 원당은 부동산 재개발 붐과 함께 현금이 뭉치로 오가던 시절. 길거리에 ‘돈이 날아다닌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투기 붐에 시중은행들은 지역민들의 개발 보상금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브랜드파워가 탄탄한 시중은행들과 맞붙어 유치경쟁에 나선 그는 동남은행 전국최고의 예금유치기록과 함께 시중은행들 가운데 선두를 기록했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모든 은행들이 보상금 유치에 목숨을 걸었죠. 그러니 신생 은행지점장이 발령받는 것만으로도 주눅들 지경이었어요. 허허… 신발이 닳도록 밤낮 매달렸더니 성과가 생각보다 컸어요.”
그 공로가 인정되어 일본연수의 보너스와 함께 안정적인 부천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

◆ 98년 IMF 시기에 사직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무역학 석사를 취득한 후 동남은행 국제부에서 일을 하고 있던 그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듯, 다시 박사학위를 시작했다. 이것은 학위에 대한 욕심보다 ‘시작한 학문에 대한 완결’을 맛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씨가 동남은행을 퇴직한 것은 98년 9월  IMF가 터지기 두 달 전이다.  
“회사가 어려워 지면서 저 처럼 나이보다 호봉이 높은 사람들이 우선정리대상이었죠.  몇몇 동료들과 자진 퇴사를 결정하고 떠났는데, 두 달 후 동남은행이 문을 닫은 겁니다.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허허허…”
동남은행 국제부 근무를 끝으로 퇴사한 그는 이후 동남은행 고객이 운영하던 의료용품 수입회사에서 2년간 무역실무를 경험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모교인 건국대학교와 단국대 무역학과에서 무역실무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역실무가 부재한 것에 놀랐다.
“이론과 실무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에 가장 놀랐습니다. 무역학과 4학년들도 듣는 게 그냥 이론이 끝이에요. 신용장이나 대금결제 등 무역실무에 관한 강의가 전혀 따라주질 않아서 졸업하고 취업을 해도 당장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실무중심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죠.”

◆ 이론 탈피, 실무중심 강의

무역실무가 전공필수과목인 무역학과 학생들 외 교양선택으로 신청한 학생들을 무작위로 섞어 팀을 만들고, 하나의 팀이 곧 무역회사가 되어 실제 설립과정, 아이템선정, 송장 만들기 등 가상의 교역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무역업 협회에서 고유번호까지 부여 받아 진행한 이 수업방식은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무역과 학생이 사장을 하고 부장 과장 영업부 등 직접적인 부서 명칭으로 조직을 만들어서 실제 무역거래를 하는 거였죠. 인터넷과 코트라를 찾아 다니며 자료를 찾고 서류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걸 보면서 놀랐습니다.”
그는 당장 직접 거래를 해도 좋을 만한 신선한 상품을 찾아내는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에 놀랐다. 특히 자료를 수집하는 뛰어난 능력에 가르치는 사람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 놓는다. 
2002년 한국을 떠 나온 그는 14일부터 열리는 ‘차세대 무역스쿨’ 운영위원장으로 또 이 강좌가 끝나면 ‘한카국제경영원’ 주최 무역실무교실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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