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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기억합금(SMG) 국내 실용화 시킨 장본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02 00:00

왕년에’ ‘특별한 과거, 이 분야 전문가’ <4>- 이순복 전·현 / 형상기억합금‘주식회사 코비코(KOBICO)’대표이사

일본의 기술력을 한국의 기업과 연결하는 컨설팅을 하며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첫 실용제품을 우리나라에 선보인 장본인 이순복씨. 맹렬 여성기업인이던 그는 2000년 밴쿠버로 이민을 왔다. 지난해 건강이 나빠져 요즘은 건강에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이순복씨. 그의 공식 직함은 ‘㈜코비코(KOBICO)’ 대표이사. 세계적으로도 여성이 전무한 분야인 금속분야에서 맹렬히 사업을 펼치던 기업인으로, ‘형상기억합금’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첫 실용화를 시킨 장본인이다.
이씨가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일본에서 석 박사과정을 끝낸 직후인 91년. ㈜코비코(KOBICO)는 일본의 첨단산업 기술 컨설팅과 수출·입 전문회사로 형상기억합금(SMA)을 비롯하여 산업기계 및 부품(PUMP류), 합성수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

“합금의 대명사인 비철을 취급하는 일본의 대기업 ‘대동특수강’이라는 기업의 한국지점을 맡아 처음 이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죠. 그때 한국은 형상기억합금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가 없던 때였고, 일본에서 기술과 금속을 수입해 실용화에도 성공했죠.”

형상기억합금이란 가공된 어떤 물체가 망가지거나 변형되어도 끓는 물 등으로 열을 가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합금을 말한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형상기억 반응을 나타내는 이 합금(니켈+티타늄: 니티놀)을 발견, 연구를 통해 열 탄성 마르텐사이트 변태를 나타내는 합금은 예외 없이 형상기억을 특성으로 나타낸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 니켈-티타늄 합금, 구리-아연-알루미늄 합금이 전투기, 인공위성의 안테나,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소재는, 열, 힘, 자기장, 또는 전압 등이 가해지면 형태, 강도 또는 강성 등을 바꿀 수 있어, 장난감, 스포츠 제품 등 다양한 제품과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속옷, 어린이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실용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GM대우에서도 이 형상 기억(shape memory) 합금과 고분자 폴리머를 사용한 완성 차가 나올 예정에 있어 이 소재는 앞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 91년, 우리나라에 전무하던 첨단의 기술과 금속

91년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 우리나라에는 형상기억합금을 생산하는 정보와 기술이 전무했다.

“일문학을 전공했으니 금속은 난생 처음 접하는 분야라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죠. 책상 하나에 전화, 팩스만 가지고 남의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어려움도 있었지만, 남성중심의 비즈니스였던 이 분야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

무엇보다 형상기억합금을 수입해놓고도 실용시킬 수 있는 생산 기술력이 없었다. 더구나 아이템을 개발하고 기업에 형상기억합금을 이해시키는데 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업에 형상기억합금을 이해시키고 제품에 적용해 첫 실용제품을 생산 한 것은 94년. 약 4년이 걸린 셈이다.

“여성용 브래지어에 형상기억합금으로 ‘와이어’를 만들어 체온을 기억하는 제품 생산에 성공했어요. ‘노브라’라는 이름으로 팔린 이 브라에 사용된 합금 매출이 10억이면 완제품 매출은 100억대라고 봐야 하죠.”

‘노 브라’라는 모델로 생산된 이 제품은 세탁기에 세탁을 해서 와이어가 휘어져도, 착용을 하면 체온에 의해 원래 체형을 기억하고 원상태로 복구가 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실용화에 성공한 이 제품으로 대박이 났다.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이나 자료가 많지 않은 때라 기업에서 형상기억합금을 브리핑할 때 용수철을 이용 했어요. 일반 금속이나 철은 꼬불꼬불한 용수철을 길게 늘어뜨리면 늘어진 상태인 반면,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용수철은 라이터 불을 가하면 처음 형태를 만들 때의 기억시킨 원상태로 되돌아오죠.”

일본에서부터 기술을 도입하고 접목시킬 제품 아이디어와 생산공장까지 직접 뛰어다니며 관리했다. 정보는 빠르게 업계에 펴져나갔고, 이후 마산 수출공단에 있던 노키아, 모토로라를 비롯, 삼성, SK텔레콤의 휴대폰 안테나 소재로 납품을 하게 되었다.

“어딜 가든 우리가 납품한 합금으로 만든 안테가가 장착된 휴대폰이 전시된 걸 보면서 뿌듯했죠. 요즘은 개별난방이 선호되는 아파트마다 난방장치에 밸브 하나만 형상기억합금으로 바꿔주면 보일러의 개폐가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정화를 하는 단계에 있어요. 소재가 워낙 고가에 속해서 아직은 서울의 고급맨션에만 사용되고 있죠.”

● 밴쿠버와 서울 오가는 일정, 직원들과는 화상회의

지난해 건강이 나빠져 대수술을 하고 나서부터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일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을 반짝이며 의자를 바싹 당겨 앉는 이순복씨. 이곳에 살면서도 수시로 한국을 오가며 오후 5시부터 서울의 직원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하고, 업무지시를 하며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최근 운동화의 바닥부분에 형상기억합금을 넣어, 체온에 따라 발이 편안하도록 변형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샘플제작 단계에 있어 지난달 급히 서울을 다녀왔다. 전에는 남자들이 ‘여자가 무슨 금속분야 사업을 하느냐’고 놀라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에 있어서 ‘여자, 남자 구분은 없다’는 이씨는, 여성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였기에 오히려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미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또 그런 건 통하는 업종도 아니었고, 남자들이 기술력은 있어도 실용화 시킬 수 있는 제품 아이디어는 오히려 여자들의 감각이 더 빠르다는 거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센스가 생활에 밀접한 제품의 실용화에 유리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알려질 무렵 가짜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한 제품, 소위 ‘짝퉁’이 쏟아져 나왔다. 이때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한 것으로 표시한 제품을 시중에서 샘플을 수거해 철사 혹은 스테인리스 사용을 소비자보호원에 직접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 일본의 비디오테이프 코팅기술 한국의 SK기업과 연결

이씨는 형상기억합금을 실용화 시키는 것 외 일본의 기술력을 한국의 기업과 연결하는 컨설팅도 겸했다. 이때 그가 컨설팅 한 기술은 SK비디오테이프의 ‘치직’대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한 비디오테이프 코팅기술. 덕분에 IMF이던 98년 이후에도 호황을 누리게 해주었던 이 기술은 일본에서도 극비로 관리되던 핵심기술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수입과 사업가로서의 욕심 이전에 ‘애국심’이 아니었으면 포기해야 했을 만큼 각별한 노력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체의 공장장을 몇 년 동안 친 아버지 이상으로 봉양하면서 기다리다가, 그분이 은퇴 후에 기술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죠.”

보통 패션 디자이너 혹은 귀금속 분야에서 일할 것으로 예측하는 그의 곱고 단아한 외모와 달리, 그는 요즘도 매일 경제지와 우리나라 5대 일간지, 타임지 등 현업에서 맹렬하게 사업을 하던 때와 다름없이 경제동향을 파악하며 업종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밴쿠버에서는 매일 저녁 회사업무를 처리하는 것 외, 이제 5학년인 늦둥이 딸을 돌보며 건강관리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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