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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 2014 신춘문예] 심사평

심사위원장 아청 박혜정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3-24 15:30

시를 쓸 때는 주제와 제재의 선정, 시적 이미지의 형상화, 감성에 호소하는 서정성, 시의 상징적, 비유적 표현법, 그리고 운율과 관련된 시의 음악성 등의 시 작법의 다양한 기법들을 종합해서 자기만의 독창적 세계를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기준 하에 작품을 선정해 보았다.

이번에 가작을 수상한 김시극의 “낙엽”과 “오늘은 바람에 흔들려도”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희로애락의 삶의 모습을 시절에 따라 변모해 가는 자연과 낙엽의 변용된 모습 속에 오버랩 시키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또한 작가의 시에 대한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이봉희의 작품인 “물처럼 흐르는 삶” “외기러기” 는 사물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내밀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간결하면서도 시의 맛이 잘 깃들여진 좋은 시편들이었다. 다만 주제에 좀 더 집중하고 시어 선택과 시의 서정성을 살리는 것을 유념하면 좋은 시가 될 것이다.

수필이란 “형식에 구애 없이 붓 가는대로 쓰는 것”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형식은 있어야 한다. 그 나름대로의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추고 내용에 따른 문단도 나누어져 있어야한다. 또 주제를 향해 글을 써서 내용이 산만해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 작품 중에는 이런 면에서 부족한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  

가작을 수상한 조정의 “자족”은 자족하는 노년의 삶을 살고 싶다는 친구의 이메일에 답 글을 쓰는 내용인데, 삶을 깊이 관조하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솜씨가 돋보이며 짧은 글 속에 주제가 잘 살아 있다. 다만 본인의 ‘행복사전’의 내용을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자기만의 체험기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근배의 “메밀 꽃 질 무렵”은 추석연휴에 박수근 미술관과 이효석 생가에 갔던 글인데, 한 가지 주제가 아니어서 약간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제목에 맞게 이효석생가에 대한 것으로 좀 더 집중해서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좋은 수필을 쓸수 있는 저력이 보이며 사물을 보는 관찰력이 예리하고 사고가 깊다.

입선작 김미경의 “그녀의 숨비소리”는 오십 평생을 해녀로 산 어머니의 삶을 그린 개성 있는 글이다. 강한 해녀로만 각인되어 있던 어머니의 사랑을 사별 후에야 알게 된 아픔을 잘 표현했다. 심리묘사가 섬세하다. 그러나 문장이 길어서 늘어지는 점이 아쉽다.

김재학의 “K시 한인문인협회 조직”은 어느 조그만 도시에서 한인교회를 섬기는 목사님이 그곳에 문인협회를 조직하기 위한 이야기를 곁에서 필자가 보고 쓴 글이다.  글이 산만한 편이나 주제는 확연하다. “약간 옆으로 흘렀지만...” 과 같은 구어체적인 표현들이 문어체의 맛을 흐리게 하는 것이 아쉽다. 또한 좋은 글의 3대 조건은 경제적이고 간결하고 명료해야한다. 최소한의 표현요소로써 최대한의 표현의 효율성을 발휘하는 것이 경제적인 글이다.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하면 더 좋은 작품이 되겠다.

손박래의 “고향”은 우리를 금방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는 글이다. 물레방앗간이라는 토속적인 풍경을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주어진 소재를 끌고 나가는 저력이 보인다. 문체가 간결하고 글의 흐름이 무난하나 단락구성이 되어있지 않는 것이 흠이다.

글이나 음악이나 창작이라는 작업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고 또한 다 만든 작품은 자신의 자식처럼 귀하게 여긴다. 하지만 과감하게 조금의 흠만 있어도 깨어버리는 도자기처럼 좋은 작품을 위해 자꾸 읽어보고 고치고 많이 쓰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우리 문협을 방문 하신 김소엽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시나 수필이나 천편을 쓰지 않고는 이야기하지 말라” 라는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등단을 계기로 작가로 발돋움 하는 새내기 문인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자기 이름 앞에 붙는 시인, 수필가라는 수식어에 걸 맞는 책임감 있는 좋은 작품을 많이 쓰기 바란다. 그럼으로써 밴쿠버에서, 더 나아가 한국에서, 더욱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얻는 작가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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