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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떡값 공방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15 00:00

하퍼 총리, 공개청문회 수용 멀로니 전총리 ‘밟고 가기’

◇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왼쪽)와 독일계 사업가 칼하인즈 슈라이버의 법적 공방 불똥이 스티븐 하퍼 현 총리에게까지 튀면서 캐나다 정계가 술렁이고 있다.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가 관련된 뇌물수수 사건이 캐나다판 떡값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사건 규명을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신의 정치적 자문격인 멀로니 전 총리와 확실한 선을 그었다. 마침내 하퍼 총리는 공개청문회를 수용하고 14일, 데이비드 존스톤 워털루대학교 총장을 청문회를 주관할 제 3당사자로 지명했다. 야당의 공세를 조기에 진화하기위해 멀로니 전 총리를 ‘밟고 가기’로 한 것이다.

이 사건의 뇌관이 잘못 터지면 집권 보수당이 스폰서십 스캔들 사건 이후 몰락한 자유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도 있다. 주장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인 자유당과 신민당이 정치적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청문회는 내년 1월 11일까지 최종 조사보고서를 총리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불법자금은 독일계 사업가 칼하인즈 슈라이버가 1993년 에어 캐나다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와 관련해 멀로니 전 총리에게 30만달러의 현금을 건넨 것이 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슈라이버는 1993년과 1994년 미국 뉴욕과 몬트리올의 한 호텔에서 전달했다고 알려졌으나 돈의 사용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10여년전의 사건이 하퍼 총리에게까지 불똥이 튄 것은 슈라이버가 지난 3월 총리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하면서부터. 슈라이버와 멀로니 전 총리의 법정공방에서 스티븐 하퍼 총리의 이름이 법정진술서에 등장, 사건이 확대된 것이다.

뇌물수수와 사기, 세금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슈라이버는 캐나다 추방을 피하기 위해 온타리오주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하퍼 총리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멀로니 전 총리는 하퍼 총리와 특별한 관계에 있음을 보이려 했다”고 폭로했다.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슈라이버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입을 열면 모두가 크게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멀로니 전 총리는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서 “청문회를 통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정부가 고의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치적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CBC와 글로브 앤 메일은 멀로니 전 총리가 30만달러의 현금수입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했지만 수입이 발생한 당해 연도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또, 토론토 스타는 “슈라이버가 보냈다는 편지를 총리가 보았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나 “여전히 의구심이 인다”고 지적했다. 엄청난 내용이 담긴 편지를 추밀회의(Privy Council Office)가 알고서도 총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다. 추밀회의는 총리 자신이 천거한 인물이 장을 맡고 있는 정치적 수족이나 다름없는 기관이다. 야당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고 결국 보수당은 제 3자 독립기구가 주관하는 공개청문회를 받아들였다.

1995년 연방경찰(RCMP)은 ‘에어버스 스캔들’ 사건으로 멀로니 전 총리의 수뇌혐의를 수사했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지었다. 멀로니 전 총리는 장 크레치앵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정부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21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예비 청문회 스타 /  데이비드 존스톤

하퍼 총리가 공개청문회 요구를 수용하면서 제3 당사자로 지명한 데이비드 존스톤 워털루대학교 총장은 법학교수 출신이다. 온타리오주 세인트 클레멘트 태생의 존스톤 박사는 맥길대학교 총장,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법과대학원장을 지냈다. 또, 환경과 경제보호위원회(NRTEE)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NRTEE는 멀로니 정부시절인 1998년 10월 설립된 단체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14일 그를 지명하면서 “엄격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존스톤은 내년 1월 11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총리에게 제출해야 한다.

키워드 / 공개청문회

 2005년이후 2년 만에 또다시 공개청문회(public inquiry)가 열리게 됐다. 2005년 불거진 스폰서쉽 스캔들로 인해 장 크레치앵 전총리가 증언대에 섰으며 브라이언 멀로니 전총리의 청문회 증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캐나다는 건국이래 모두 450여 차례의 공개청문회가 개최됐으며 청문회 관련법안은 영국정치의 영향을 받은 전통의 하나다. 1868년 의회를 통과한 청문회 법을 기초로 1912년 캐나다 청문회에 관한 법률이 마련돼 오늘에 이른다.

지난 1991년 8월부터 1996년 11월까지 이어진 원주민 관련 청문회는 무려 6000만달러의 비용이 들어 사상최고로 기록됐다. 청문회 때문에 집권당이 몰락한 경우도 많다. 1990년 11월부터 1991년 6월까지 이어진 청문회 이후 브라이언 멀로니 정부는 이듬해 치러진 선거에서 대패했다. 당시 보수당은 단 2석을 얻는데 그쳐 이름만 남은 정당이 됐다. 폴 마틴이 이끈 자유당은 스폰서쉽 스캔들 사건이후 정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고 2006년 선거에서 보수당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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