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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살 고목 살리려 대사관 설계까지 변경”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13 00:00

주한 캐나다대사관 개관식 참석한 에드워즈 加외교차관 주한대사 시절 부지 매입… 나무 살리기에 온갖 노력

 “서울의 가장 오래된 지역에 캐나다 공관의 새로운 이미지가 결합돼 ‘옛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곳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정동 16-1번지. 주한 캐나다대사관이 한국과 수교 44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공관을 지어 개관하는 자리엔 본국에서 렌 에드워즈(Len Edwards·61) 외교부 차관이 날아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신축 개관식에 그가 참석한 데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에드워즈 차관이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주한 캐나다 대사로 재직하면서 바로 이곳 정동의 땅을 대사관 부지로 매입하고 공관 설립의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다.

그가 이 신축 공관에 유달리 애착을 갖는 이유는 공관 앞에 버티고 있는 860년 묵은 고목(古木) 한 그루 때문이기도 하다. 에드워즈 차관은 수호물처럼 우뚝 서 있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인 ‘회화나무’를 보고 이 땅을 대사관 부지로 정했고, 대사관 건물 설계의 전 과정에서 이 나무를 다치지 않도록 ‘지휘’했다.

▲렌 에드워즈 캐나다 외교부 차관(왼쪽)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정동에서 열린 주한 캐나다대사관 신축 개관식에 참석한 뒤 가족과 함께 860년 묵은 회화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가 정동이에요. 특히 대사관을 지은 이곳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이 있던 곳으로 옛날의 향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곳이어서 대사관 부지로 매입했죠.”

대사관 건물은 에드워즈 차관의 뜻대로 ‘나무를 끌어안는 설계’에 따라 지어지기 시작했다. 나무 뿌리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건물 로비가 쑥 들어가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대사관 측은 서울대 교수 등 나무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 공사 기간 중 중장비가 나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지하수 길도 변경하지 못하게 하는 등 ‘나무 살리기 대작전’을 실시했다. 공사 중엔 영양주사를 놓는 ‘내과 치료’와 파손된 껍데기를 깨끗이 다듬어내는 ‘외과술’을 병행했다. 에드워즈 차관은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예닐곱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2004년 4월, 20년 만에 처음으로 고목에 새싹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캐나다 대사관이 한국의 고목을 지켜냈습니다.”

에드워즈 차관은 “한국에서 산 4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이었다”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주한캐나다대사 중 본국에서 최고위직에 올랐다. 이날 개관식에 에드워즈 차관은 부인과 아들, 딸 등 온 가족을 데리고 왔다. 그의 아들 팀 에드워즈는 동아시아학을 전공,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외교관의 길을 걷고 있다. 가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딸 캐슬린 에드워즈는 이날 개관식 파티에서 축하 노래를 불렀다.

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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