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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달러시대 웃을 수만 없는 캐나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09 00:00

환율 급등에 제조업 악화되고 실업률 늘어 한국 유학생들도 씀씀이 줄고 ‘환치기’까지

11월 7일, 캐나다 달러 대미 환율은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캐나다 달러는 1957년 이후 최고기록마저 단숨에 갈아치우고 연일 신기록 행진이다. 지난 9월 미국 달러화와 대등한(Parity) 수준에 이른지 불과 한달만이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나서 “환율 상승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우려했지만 환율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캐나다 달러는 올해 연초보다 무려 20%이상 평가 절상됐다. 일부에서는 캐나다 달러 환율이 1.20달러까지 오르고 당분간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국(1867년)이래 처음이라는 캐나다 달러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 달러의 상대적 약세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제유가의 상승, 캐나다 경제의 견실한 성장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달러화는 외환시장에서 ‘유화(油貨·petro-currency)’라고 불린다. 실제, 캐나다는 유사(油沙·Oil sand)를 포함한 원유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이란이나 이라크, 쿠웨이트 보다 훨씬 많다. 캐나다 통계청은 캐나다의 원유 매장량을 284억 입방미터(cubic metre)로 추산했다. 입방미터를 6.292배럴로 환산하면 약 1780억 배럴에 해당한다.

캐나다 원유 생산은 전국 7개주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알버타주가 주축이다. 전체물량의 약 2/3인 66.5%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수준, 북미 전체 생산량의 10%에 이른다. 특히, 알버타주의 유사는 원유를 함유하고 있는 모래나 사암(沙岩)으로 시추공법(drilling wells)과는 달리 추출(extraction) 방식으로 생산된다. 유사에서 ‘뽑아낸’ 원유의 양은 알버타주産 원유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오일샌드의 생산원가는 배럴당 25~3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국제유가와 함께 검은 황금으로 변했다. 캐나다 원유생산자협회는 오일샌드의 생산량을 오는 2020년까지 하루 400만 배럴로 늘릴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도 2006년 7월 알버타주 블랙골드 광구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오일샌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제유가나 환율상승만큼 캐나다 국민이 실질적 혜택을 누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아이스하키는 졌어도 환율은 미국을 이겼다”는 1차원적 반응이 없지는 않다.(캐나다는 아이스하키의 종주국으로 자부한다)

그래도 삶의 질이나 경제 수준 면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큰데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30년만에 처음으로 환율이 1:1 수준에 이르던 날, 전국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은 머리기사 제목을 ‘Parity. So what?’으로 뽑았다.

환율 급등의 파급효과는 아무래도 부정적 요소가 많다. 캐나다의 경제가 동서로 갈리고 정치사회적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집권 보수당의 정치적 본산으로 캐나다 원유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알버타주 등 서부지역은 인플레를 우려할 정도로 호황이다.

반대로 동부에 몰려있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근로자 25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10월 캐나다 실업률은 뼈아픈 현실이다. 온타리오, 퀘벡 등 캐나다 동부 대부분 지역의 실업률은 6%를 넘는다. 알버타, 사스캐처원, BC 등 서부지역은 실업률이 4%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캐나다 보수당 정부는 “환율상승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도 아우성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단가는 하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월 마트, HBC등 대형소매업계가 11월 1일부터 소비자 가격을 내리기는 했어도 크리스마스 대목을 겨냥한 상술이라는 비판이 높다. 미국과의 가격차 때문에 주말마다 남쪽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을 돌려 세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 주권을 위해 싸우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 성향의 일간지 토론토 스타는 “온타리오주 일부 소비자들이 자동차 제조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가격차가 원인이다. 소비자들은 “캐나다 자동차 회사가 가격을 낮추지도 않거니와 미국에서는 캐나다 등 외국인에게 새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일부 업체는 소비자 불만을 고려해 약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차량 가격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동포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의 송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기러기 가정이나 유학생은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두자녀와 함께 밴쿠버로 유학 온 학부모 K씨는 “한국에 혼자 남아있는 아빠의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외식횟수를 가급적 줄일 참”이라고 했다. 유학생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한국 식당, 유학원, 여행업계도 매출이 줄어 울상이다.

일부 유학생들 사이에는 속칭 ‘환치기’도 유행하고 있다. 불법자금의 세탁 등에 이용하는 ‘조직형’ 환치기와는 달리 ‘생활형’ 환치기다. 유학생활비 송금은 한국의 시중 은행 전산거래로 대신하고 현지에서 캐나다 달러로 직접 교환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생활의 지혜’에 적용되는 기준은 역설적으로 은행의 매매기준율이다.

 ‘생활형 환치기’는 곧이곧대로 하면 사고 파는 사람 모두 손해라는 현실인식 때문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 달러 환율 1달러 시대가 만들어 내고 있는 새로운 풍속도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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