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제공한 난자로 딸이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딸에게 자녀일까, 아니면 ‘씨’가 다른 동생일까. 캐나다의 한 여성이 선천적으로 불임인 어린 딸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자신의 난자를 냉동 기증해, 근친 윤리 논쟁이 불붙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3일 보도했다.
변호사인 멜라니 보이빈(35)은 최근 난자를 몬트리올에 있는 한 병원에 냉동 보관시켰다. 딸 플레비(7)가 어른이 돼서 임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터너 증후군(여성의 성염색체 XX에서 1개가 결손돼 나타나는 발육부전 현상)을 안고 태어난 플레비는 여느 여성보다 훨씬 빨리 폐경이 찾아와서, 성인이 돼도 난자를 생산하지 못한다. 보이빈씨는 “딸이 나중에 내 난자를 쓸지 여부를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엄마가 딸의 임신을 위해 난자를 기증한 전례는 없다. 플레비가 실제로 엄마의 난자로 임신해 출산한다면, 태어난 아이의 ‘정체성’ 문제가 불거진다. 아이의 ‘육체적’ 엄마는 딸 플레비이지만, 할머니인 보이빈도 ‘유전적’으론 엄마가 되기 때문이다. 또 플레비는 자기가 낳은 아이와 ‘이종(異種)형제’ 관계도 된다. 엄마 보이빈은 “이런 문제 탓에 1년간 고민했으나, 그래도 내 힘으로 딸을 도울 수 있다면 난자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산부인과 전문의인 리처드 케네디는 “이번 사례는 부모가 자녀에게 간을 기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식 윤리 전문가인 조세핀 퀸타발레는 “여성의 행복을 생식능력의 관점에서 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승우 기자 futuris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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