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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지금] 중앙은행의 딜레마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25 00:00

캐나다 통화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다지 중앙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부를 걱정하자니 동부가 눈에 밟힌다. 마치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마음 같다. 어떻게 보면 온타리오주와 알버타주의 주도권 싸움처럼 보인다.

전통적으로 캐나다 경제의 성장동력은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온타리오주가 이끌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아시아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동시에 알버타주는 캐나다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집권 보수당 정부의 정치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알버타주는 에너지산업 호황으로 돈이 넘쳐난다.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알버타주의 5월 물가지수는 5%가 상승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자고 나면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돈줄을 죄고 경기를 냉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제조산업체가 몰려있는 온타리오주는 캐나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되고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금리를 인하하고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온타리오 재무부장관이 대놓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BC주의 경우는 환율 상승으로 목재업, 영화산업과 관광업이 고통을 받고 있다. 캐나다 달러 환율은 금리인상 기대를 반영해 30년래 최고치까지 올랐다. 금리마저 또 오른다면 업계의 이중고(二重苦)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네덜란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 북극해 유전이 개발되면서 극심한 제조업 침체기를 겪었다. 소위 말하는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다. 네덜란드는 유전개발에 따른 경제호황으로 환율 절상과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한 나라의 경제가 자원 일변도의 불균형 성장을 계속하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제조업체가 겪고 있는 환율상승의 고통은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체질변화로 이겨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맥컬렘 중앙은행 부총재는 “중앙은행의 기능은 물가를 조절하는데 있다”면서 이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중앙은행의 방침은 확고해 보인다. 물가관리목표를 2%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통화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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