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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版 신토불이 ‘100마일 다이어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17 00:00

“지역을 살리고 세계를 생각하라” 앨리사, 제임스 부부 책으로도 펴내

100마일 다이어트(100-mile diet)는 그 흔한 ‘살 빼기 작전’이 아니다. 거주지역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먹거리만 선택해 먹자는 운동이다. ‘지역을 살리고 세계를 생각하는’ 밴쿠버판 신토불이 운동인 셈이다.

100마일 다이어트의 주인공은 밴쿠버에 거주하는 앨리사 스미스, 제임스 맥키논 부부. 이들은 같은 이름의 책까지 펴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이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100마일 다이어트를 시작한 동기는 이렇다.

BC북부의 한 외딴농가에서 밭을 가꾸고 고기를 잡아 자급자족하며 여름 휴가를 보내던 이 부부는 밴쿠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상점에서 파는 음식재료의 대부분은 멀리 토론토나 유콘 준주 같은 곳에서 생산, 운반되어 온 것이었다.

월드와치(World Watch)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주의 전형적인 식사 재료는 평균 2500~4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것이다. 1980년대보다 25%이상 늘어났다. 이럴 경우 석유사용량은 17배, 탄소 이산화물 배출은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부부는 실험에 들어가기로 했다. 1년 동안 밴쿠버에서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만 먹기로 한 것이다. 2005년 3월의 일이다. 지구환경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작은 운동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부는 기존의 제품은 제쳐두고 2차 대전 당시에 출간된 요리책을 기초로 스스로 먹거리를 찾아 다녔다. CTV에 출연한 이 부부는 “처음에는 금지품목에 두부, 쌀, 올리브 오일, 설탕 등 식품점에서 파는 제품의 95%가 해당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교외의 사찰을 찾아가 호박을 구입하기도 했고 자연산 꿀,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의 역사도 알아냈다. 밴쿠버 근교지역은 밀을 재배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곳이었다.? 7개월 수소문 끝에 고집스럽게 농사를 이어온 한 농부를 마침내 찾아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식품의 원산지를 추적하는 일이었다. 또, 어떻게 음식으로 가공했는지를 알기 위해 통조림 하거나 절이고 굽는 방법도 이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맛도 발견해 나갔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과일과 채소들이 식사 메뉴에 올랐다. 구즈베리(gooseberries), 퍼슬란(purslane), 옆 줄무니세우(sidestriped shrimp), 프랑스 전통당근 등이다.

채식주의 식생활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갑자기 연어와 치즈,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도 먹게 됐다. 예외가 있다면 ‘소금’이다. 바다를 끼고 사는 밴쿠버에서 소금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 뜻밖이지만 아직까지 소금을 생산하는 업체를 찾지 못했다. 올리브 기름이나 초콜릿, 맥주 등도 엄격히 말해 숫자상의 100마일을 넘는다.

먹거리 혁명은 이웃으로 번지고 있다.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생산업체와 소비자도 차츰 연결됐다. 또, 각 지역별로 농장 직산물 시장(farmers' market)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식품점처럼 편리하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인데 수요가 많다면 공급은?따라오기 마련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앨리사와 제임스 부부의 실험은 우리사회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세계화, 유일문화, 원유경제, 환경파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서 시작됐다.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은 먹거리 혁명이상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이 세계를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다(100milediet.org).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100마일 다이어트의 저자]

앨리사 스미스(Alisa Smith)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도 글을 쓰고 있는 자유기고가. 밴쿠버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름기간에는 오두막에서 야생생활에 가깝게 생활하고 있다. 제임스 맥키논(J.B. Mackinnon)은 ‘천국에서 죽은 남자(Dead Man in Paradise)’로 호평을 받은 작가. 이 작품은 2006년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Prize) 논픽션 문학부문 상을 수상했다. 100마일 다이어트(100-mile diet)는 토론토에 본사를 둔 캐나다 랜덤하우스(Random House Canada)가 2007년 4월 펴냈다. 가격은 32.95달러. 미국판은 ‘Plenty’로 동시 발간됐다.

[지역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13가지 이유]

1.맛이 다르다
2.먹고 있는 것이 어떻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있다
3.따듯한 이웃과 만날 수 있다
4.계절별로 제철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5.새로운 풍미(flavors)를 발견할 수 있다
6.근교 농장은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7.지구를 구할 수 있다
8.작은 농가를 살릴 수 있다
9.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
10.건강에도 좋다
11.추억거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12.여러 가지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13.먹거리가 즐거우면 성생활도 활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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