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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로 보는 세상] 중앙은행 총재의 자질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30 00:00

캐나다 중앙은행 데이비드 다지(David Dodge) 총재가 내년 봄 물러난다. 다지 총재의 임기 7년 동안 중앙은행은 많은 변화를 꾀했다. 그의 개인적 성향이 조직에도 반영됐으며 결과는 좋았다.

중앙은행은 안정적이고 낮은 물가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서방선진국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통화관리정책을 이끌어 왔다. 물론 중앙은행이 물가관리 목표제도를 도입한 것은 1991년 존 크로(John Crow) 총재 당시의 일이었다. 언론이나 국민들과의 대화의 창구를 연 것도 고든 티에센(Gordon Thiessen) 총재였으며 다지 총재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다지 총재는 전임자들이 결코 할 수 없었던 업적을 이뤄냈다. 그는 친절하고 열린 사고, 호감 가는 인품으로 조직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전통적으로 딱딱하고 숨막힐 듯 뻣뻣하던 중앙은행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크로 전총재는 쌀쌀하고 언론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티에센 전총재는 정직했지만 소심했고 재미가 없었다. 다지 총재는 누구나 좋아하는 학자였다. 그는 수더분한 복장에 매력이 넘쳤다.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정책과 시장 경제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할 때도 사람들이 경청하고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했다.

중앙은행도 점차 총재를 닮아갔다. 캐나다와 세계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래 경제정책의 방향과 주요 현안에 관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다지 총재의 이런 행동은 따라 하기도 어렵거니와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후임자를 물색할 보수당 정부의 입장은 완전히 다를지 모르겠다. 전통적으로는 폴 젠킨스(Paul Jenkins) 부총재가 뒤를 잇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보수당의 입맛에 맞는 의외의 인물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총재를 정파를 초월해 물색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다지 총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다지 총재는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무시하고 폴 마틴 당시 재무부장관이 천거한 인물이다.

다지 총재가 주도해 온 중앙은행의 개방화(Openness)는 중앙은행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보수당이 어떤 인물을 후임자로 결정하더라도 이런 점이 후퇴하거나 경제정책을 둘러싼 본질적인 변화가 생겨서는 곤란하다. 다지 총재는 이 같은 중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 준 사람이다.

다지 총재가 퇴임 후 무엇을 하던지 잘 되기를 기원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데이비드 다지 총재의 독특한 업무스타일은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필요로 하는 다른 은행에도 안성 맞춤일 것 같다. 어쩌면 세계은행 같은 곳에서도 일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로브 앤 메일 사설 ‘Canada’s personable b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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