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세계의 유명전문학교] 스위스 호텔경영학교 SHMS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15 00:00

3년 교육 중 15개월은 현장 실습해야 졸업 학생들은 30개 서빙 과정을 배우는 수업을 받으며 레스토랑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

▲ 초호화 호텔이었던 SHMS 건물을 배경으로 학교 방문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레만 호수와 에비앙 산맥으로 둘러싸인 스위스 최고의 휴양도시 몽트뢰(Montreux). 그곳에서 산악기차를 타고 30분 더 들어가면 깎아지르는 절벽 위에 동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고성(古城) 하나가 서 있다.

겉으로 보기엔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부호들이 잠시 쉬어갈 만한 초특급 호텔 같지만, 여기가 바로 스위스 최고의 호텔경영학교 SHMS(Swiss Hotel Management School)가 자리잡은 곳이다. 세계 30여개국에서 모인 500여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세계 최고의 ‘호텔리어’가 되기 위한 꿈을 키우고 있다.

SHMS는 대학 과정이지만, 학생들은 고교 시절보다 더욱 엄격한 규율 아래 교육받는다. 밤 12시가 되면 모든 기숙사의 방에 불이 꺼진다. 흡연 구역이 따로 지정돼 이곳에서만 흡연을 할 수 있고, 학교 내에는 술 반입이 철저하게 금지된다. 교내에서 ‘말썽’을 일으킬 경우 퇴학은 물론 스위스 내에서 추방될 수도 있다.

깔끔하게 손질한 교복을 입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정기적으로 두발 검사와 손톱 검사까지 받는다. 항상 청결함으로 무장해야 하는 호텔리어로서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미리 배우기 위해서이다.

SHMS는 스위스 호텔경영학교 중 가장 유명하며,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학교 건물은 본래 코팔레스(Caux-Palace)라는 유명한 초호화 호텔이었다. 인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간디가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 묵기도 했다. 이 호화로운 호텔 건물이 12년 전 현재 SHMS 학장인 쿤슬리 박사에 의해 호텔 학교로 탈바꿈했다.

‘학교의 아버지’ 격인 쿤슬리 박사는 ‘스위스 최고의 호텔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일념하에 SHMS를 세웠다. 이 건물은 학기 중에는 학교 시설로, 학생들의 방학 기간인 6~8월에는 일반 호텔로 운영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경우 방학 기간 동안 이곳에서 일하며 실습을 할 수도 있다.

학교에 입학을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영어는 토플(TOFEL) 500, IELTS 5.5 또는 SHMS입학시험 56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과정에 따라서 호텔경력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입학일은 매년 2월 또는 9월 초이다.

이 학교의 강점은 이론교육과 함께 철저한 실무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의무적으로 1년에 5개월, 산업 현장인 호텔에서 인턴 실습을 해야만 한다. 3학년 과정 동안 총 15개월의 현장 실습을 마쳐야 비로소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하면 SHMS 졸업장은 물론 영국 더비 대학교(Derby University)의 졸업장, 그리고 미국의 호텔과 모텔에서 일할 수 있는 미국호텔·모텔협회(AH&MA)자격증 등 총 3개의 졸업장과 자격증을 받게 된다.
▲ 학생들이 수업받는 모습.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혹독한 실무 실습 교육과 이론 교육을 받는다. 1학년 주요 과정은 프랑스어, 회계, F&B(Food and Beverage)이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컴퓨터 기초 과정(워드, 프리젠테이션), 관광학.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쉴 새 없이 강의실을 오간다. 이 중 가장 학생들에게 ‘악명 높은’ 과정은 F&B 과정. 레스토랑 서빙의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배운다.

이 과정은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패스 하기 어려운 과목’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루 12시간 동안 실습을 하는 것은 물론 이론 역시 완벽하게 숙지해야 하기 때문.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학생들은 2학년으로 진급할 수 없음은 물론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꿈을 접어야 한다.

F&B 과정의 실습 수업 시간. 웨이터 복장을 한 1학년 새내기 학생들이 수업을 총지휘하는 매니저의 말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유리컵에 지문이 묻었잖아! 레스토랑 내의 모든 컵을 하나하나 다시 닦도록~!” 학생들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 과정을 총괄하는 매니저는 뜻밖에도 백발이 성성한 교수가 아닌, 이 학교 3학년 학생 김용재(23)씨. 그 역시 2년 전 혹독한 레스토랑 실습 과정을 밟았다. 2, 3학년 때의 의무 과정인 10개월 동안의 실습 과정을 거치며 실무적인 지식과 이론 지식을 동시에 갖춘 ‘프로’가 돼 다시 자신의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은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진다. 학생들은 녹초가 되기 일쑤지만, 세계 최고의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선 이 과정을 꿋꿋이 견뎌내야 한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기 위한 30가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배운다. 손님이 자리에 앉을 때부터 자리를 뜰 때까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을 따르는 순서에서부터 와인 서빙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머릿속에 넣는다. 

8주간의 이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친 후 또 다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주방 보조수업. 세계적인 요리사들과 함께 학교의 학생들이 세 끼 식사를 하는 카페테리아 조리 과정을 보조하고, 학교 내에 있는 프랑스,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의 음식들도 같이 마련한다.

F&B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레스토랑의 안팎에서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고되고 긴박한 상황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된다. 하나의 레스토랑이 운영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 이 강의는 1학년 전 수업 과정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일주일 동안 학생들은 다른 10과목을 공부하게 된다.



▲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로비.

1학기가 끝나면 학생들은 스위스의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인턴 실습을 한다. 학교에서 취업 알선을 해 준다. 급여로는 보통 월 1950~2400스위스프랑(약 156만~193만원)을 받는다.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이다.

2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이론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중급 관광학, 중급 회계, 중급 프랑스어(독일어) 과정, 마케팅, 인사 관리, 연회학(Banquet), 프런트 오피스 실습(객실관리) 과정이 주요 과정이다. ‘프런트 오피스 실습’ 과목에서는 ‘호텔의 꽃’이라 불리는 프런트 오피스를 직접 운영ㆍ관리해 본다. 호텔 객실관리 컴퓨터 시스템을 익히는 것은 물론 객실 예약 및 배정 관리, 대실료 책정과 시시각각 프런트 오피스에서 마주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힌다.

2학년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연회학 수업. 호텔에서 진행되는 모든 종류의 연회의 계획에서부터 실전까지 필요한 기초 이론을 꼼꼼히 배운다. 한 학기 동안 팀을 나눠 각각 자신들이 계획한 파티를 실제로 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패션쇼, 스위스 치즈·초콜릿·시계 홍보 파티 등을 직접 계획하고 파티를 연다. 파티의 게스트는 200~300명 선으로, 학교의 선·후배나 외부인사를 초청한다.

▲ SHMS 학생회의 학생대표들. 학생대표들은 주말 파티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준비한다.
하나의 파티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10~15명의 학생이 직접 발로 뛴다. 파티에 필요한 비용 마련 역시 학생들의 몫. 직접 세탁 서비스를 운영하고,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판매해 돈을 번다. 비용 마련, 메뉴 계획, 게스트 초청, 초대장 제작, 회계, 마케팅, 홍보 등의 전 과정이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2학기는 역시 인턴 실무 실습기간. 학교가 인턴 취업 알선을 해주는 1학년 때와는 달리 학생 개개인이 직접 이력서를 들고 발로 뛰어 취업에 성공해야 한다. 학생들은 스위스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실습을 하게 된다. 이 실습 기간을 통해 학생들은 호텔리어로서의 ‘홀로서기’를 경험한다. 2학년 과정이 끝나면 우리나라 전문대학 졸업장에 준하는 호텔경영학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약 5%의 학생들이 2학년까지의 과정을 마치고 호텔 업계에 진출한다.

3학년 때는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진로를 선택한다. 관광학, 서비스업, 이벤트학 중 하나의 전공 분야를 선택해 이론 위주로 심층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전반적인 서비스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운다. 3학년 과정을 마치면, 국제 호텔관광경영학 고급 디플로마와 영국의 더비 대학교에서 수여하는 학위를 받는다.

이후 4학년 과정을 마치면 국제 호텔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이 과정은 호텔관광업계가 지닌 각종 현안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능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고 고도의 경영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 효율적 인적자원 관리방법과 다양한 문화적 특성들을 승화시키는 경영능력, 전략적 경영과 국제화 등 석사 과정을 통해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호텔전문가들과 학자들로 이루어진 교수진이 강의를 맡는다.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PG(Post- Graduate)과정이 있다는 점. 이 과정은 다른 대학교의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을 위해 1, 2학년 과정을 압축해 6개월 안에 교육시킨다. 이를 수료하면 MA, 즉 호텔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교육과정은 강도 있게 진행되지만 학생들은 학기 중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학교 자체적으로 다양한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 주말에는 주변의 유럽 국가들로 여행을 갈 수도 있다. 특히 학기마다 수학여행 프로그램이 운영돼 호텔산업계를 시찰한다. 학교에서 마련하는 공식적인 수학여행과 업계 견학비용은 수업료에 포함된다.

학생의 졸업 후 진로는 어떨까. SHMS는 졸업생들을 위한 취업 알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취업지원 서비스 직원을 통해 세계 각지의 특급 호텔들과 연계,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한다.

현재 이곳의 졸업생들은 세계 각지의 국제적인 호텔 및 리조트에서 매니저로서 활약하고 있다. 신참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동창회에 가입해 방대하게 구성된 동창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동창회는 업계에 진출한 선·후배들과 연락을 취하거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김용재씨는 “학교에서 이론뿐만 아니라 직접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귀띔했다.

김현진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bor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