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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유명전문학교] 美영화학교 LA필름스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08 00:00

영화 교육 1년 과정…학습의 90%가 실습으로 진행 프로듀싱룸ㆍ시네마랩 등 최첨단 시설 자랑 교수들은 매트릭스ㆍ무랑루주 등 유명 영화 제작에 관여하며 할리우드와 밀접한 관계 유지

▲ LA필름스쿨의 정문은 할리우드 ‘명성의 거리 ’로 연결된다.


할리우드 하면 배우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성의 거리(Walk of Fame)’가 떠오른다. 이 ‘명성의 거리’가 시작되는 선셋 블러버드와 바인 스트리트 코너에 9층 건물의 LA필름스쿨이 자리잡고 있다. 길 건너에는 차세대 영화관이란 별명이 붙은 ‘아크라이트’ 극장이 있다.

주변에는 각종 리코딩 스튜디오, 배우 에이전시 사무실, CNN방송 LA지국, 그리고 몇 블록 거리에는 ‘비틀스’ 음반을 낸 캐피톨 레코드 건물이 보인다. 원래 이 LA필름스쿨 건물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RCA사옥이었다. 한때 이 RCA 녹음실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롤링스톤스 등이 드나들었다. 이런 ‘명성의 자리’를 리모델링해 1999년 3월 ‘LA필름스쿨’이 문을 열었다.

최근 한국계 부인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영화 ‘플래툰’의 감독인 올리버 스톤은 LA필름스쿨 개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감독들은 유명해지거나 몰락한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위대한 필름스쿨은 영원히 존재한다”며 이 학교의 명성을 띄워 주었다.
비록 6년의 짧은 역사지만 이 학교는 할리우드 연예계와 깊은 인맥,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교수진, 그리고 첨단장비로 구축된 시설로 “미국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춘 필름스쿨 중 한 곳”이라고 할리우드의 대표적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학교는 필름 분야의 실무교육과 아카데믹 코스를 균형있게 응용한 교과정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영화인 ‘매트릭스’ ‘물랑루주’ ‘배트맨’ ‘백 투 더 퓨쳐’ ‘마이너리티 리포트’ ‘스파이더 맨’ 등의 작품에 LA필름스쿨의 전현직 교수진이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학교 안내를 맡은 애슐리 바튼 입학담당관은 “내부 사진 촬영은 학교 규정상 금지되어 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는 갖추지 않은 최첨단 시설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첫 번째로 5층에 위치한 프로듀싱 룸(Producing Room)과 시네마 랩(Cinema Lab)을 보여주었다. 4층에는 스튜던트 서비스와 라운지,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교실이 자리잡고 있는데 칠판은 보이지 않고 대형 스크린 모니터가 대신하고 있었다.

한 교실에는 주로 10명 안팎의 학생이 있어 소수정예의 교육방침이 느껴졌다. 라운지에는 계속 학생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영화 제작 노트를 보며 토론을 벌이는 학생, 안내창구에서 자신들의 작업 스케줄을 작성하는 학생, 자신이 제작할 영화 작품을 고르기 위해 도서실에서 작품 목록을 뒤지는 학생,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이곳은 학생들이 여가를 보내는 곳이 아니라 작품 준비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는 장소였다.

▲ 345석 규모의 학교내 첨단 극장시설.
2층에는 미디어편집실(Media Editing Lab)이 있는데 모두 20세트의 편집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애슐리 바튼 담당관은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랩에서 실습을 하도록 학교는 일주일 내내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실에는 촬영기, 디지털비디오카메라를 포함해 영화 촬영ㆍ제작에 필요한 각종 장비, 기계와 소품이 갖추어져 있었다. 또 오픈세트장에서는 5~6명의 학생이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장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한 학생은 사다리에 올라 앉아 세트장 칸막이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학생은 천장에 매달린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손에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대본을 넘기고 있었다.

바로 옆방 조정실에서는 학생들이 모니터를 보며 녹화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슐리 바튼 담당관은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첫주부터 카메라를 들고 실습에 나선다”면서 “학생들은 필름을 실제로 제작하면서 영화 제작을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더빙 스테이지, 방음실 등을 거친 후 이 학교가 자랑하는 THX 돌비(Dolby) 시스템을 갖춘 345석 규모의 극장을 찾았다. 디지털 프로젝터를 구비하고 고화질의 영화를 자유자재로 상영할 수 있는 완전규격의 영화관이다. 이 극장에서 학생들이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면서 졸업을 하게 된다.

▲ 학생들이 졸업작품 영화를 제작 하기 위해 무대를 꾸미고 있다.
한마디로 학교 건물 자체가 하나의 필름 스튜디오나 다름없다. ‘슈렉’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비키 젠슨은 2002년 그녀의 첫 단편작품인 ‘패밀리 트리’를 만들 때 이 학교의 시설에서 학생들을 출연시켰다. 연기파 여배우 페이 더나웨이가 2001년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 ‘옐로 버드’를 연출할 때도 이 학교의 세트장에서 이 학교의 학생과 졸업생을 출연시켰다.

LA필름스쿨은 ‘1년간의 집중 교육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실무교육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공 분야는 시네마토그래피(영화촬영법), 디렉팅, 편집, 프로듀싱, 프로덕션 디자인, 시나리오, 사운드 디자인 등으로 나뉘어 있다. 최첨단 장비에 교수진도 현재 영화산업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람들로 전체 학습의 90%가 실습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론강의는 10% 정도이다.

1년 간의 집중교육으로 아마추어로 들어온 학생을 프로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이 학교의 목표다. 집중적인 실습 위주의 교육 덕분인지 LA필름스쿨 졸업생의 취업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애슐리 바튼 담당관은 “평균 75%의 졸업생이 1년 이내에 취업하게 된다”고 말했다.

1년에 6월과 10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입학 신청을 받고 있는 LA필름스쿨은 18세 이상으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지닌 학생은 입학 자격이 있다. 2007년 학기까지 1년 수업료가 3만6740달러인데, 외국학생일 경우는 3만7740달러이다.

학비는 전액 지불하거나 3개월과 6개월 분할방법이 있다. 학비융자 프로그램은 원칙적으로 미국 시민권자에 한한다. 외국학생의 경우 생활비까지 합친다면 적어도 연 6만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에는 외국학생을 위한 특별상담부가 마련되어 비자문제를 도와주고 있다.

▲ 할리우드 심장부에 자리잡은 LA필림스쿨.

학교시설을 돌아본 후 학생들이 모여 있는 라운지에서 입학한 지 6개월 된 3명의 학생과 인터뷰를 가졌다. 호주에서 온 대만계 첸 치아 유(21), 미국 텍사스주에서 태어난 필리핀계 아이사야 포르타자다(18), 백인계 에릭 앤더슨(22)이다. 앤더슨은 “오늘 학교에서 12시간 정도 공부해야 한다”면서 꽉 찬 스케줄이라고 말했다. 포르타자다는 “나는 오늘 ‘9 to 9’이다”라고 했는데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공부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학교 학생들의 하루 일과가 보통 12시간 정도라고 한다.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이들은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계와 밀접한 교수들이 많다는 것과 졸업생의 취업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공통적으로 밝혔다. 현재 촬영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포르타자다는 텍사스주에서 고등학교 시절 비디오에 취미를 가졌는데 선생님의 “LA필름스쿨로 가라”는 조언에 따라 선택했다고 말했다. 첸 치아는 영화의 고장에서 꿈을 펴보기 위해 할리우드에 있는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공부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묻자 “학과 스케줄이 너무 꽉 짜여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면서도 “좋은 점은 단기간에 전문분야를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의 명성에 대해서는 “선배들이 각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자연히 학교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2004년에 미국과 외국에서 개최된 30개 영화제 중에서 LA필름스쿨의 졸업생들이 25개 영화제에서 수상한 기록이 있다.

LA필름스쿨을 취재하는 동안 한국 학생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학교 당국이 인종별로 학생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된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수상작으로 뽑힌 ‘솔개 그 마지막 날개짓’을 연출한 박환성 감독이 LA필름스쿨 출신이다. 근래 들어 재미한인 2세를 포함해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진출한 한인이 늘고 있다. ‘한류’의 영향도 점점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지난 수년간 통계에서 미국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약 27만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 연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영화산업은 향후 10년간 17% 성장한다는 상승곡선이 예상된다. 영화산업에는 감독, 촬영, 녹음, 편집 등을 포함해 적어도 75종류의 직종이 있다.

최근 미국의 영화산업은 상당한 활력을 띠고 있는데 영화 한 작품에서 대박을 터뜨릴 경우 10억달러 수입도 바라볼 수 있다. 영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는 전체 제작비가 고작 25만5000달러였는데 수입은 무려 1억2000만달러가 넘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부 관계자들은 향후 10년 내에 전통적인 메이저 스튜디오의 시대는 가고 역동적인 새로운 영화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 새로운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케이블시장과 인공위성을 통한 영화의 디지털 영상 배포, 인터넷 영화 보급은 5년 내에 급성장할 것으로 영화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메이저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소자본의 스튜디오나 독립영화사들 역시 연기와 대본, 연출, 제작에 질을 높이고 있다.

오늘날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스튜디오나 제작시설들이 집중된 할리우드와 뉴욕, 그리고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감독이나 연출자들의 연평균 중간 수입은 연 5만2840달러였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9년까지 유망직종 25 순위에 연출자와 감독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영화종사자들이 계속 필요할 것이며 LA필름스쿨과 같은 전문학교도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취재를 마치고 학교 문을 나서는데 마침 스튜던트 라운지에서 만난 포르타자다는 “저 앞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간다”면서 “할리우드가 모두 우리의 캠퍼스”라며 엄지를 펴 보였다.

로스앤젤레스=김지현 자유기고가 lia21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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