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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비 과연 누가 내야 할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9-20 00:00

"자녀 독립심 기르기 위해 스스로 벌게 해야" vs.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의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대학 학비를 스스로 벌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부모가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자녀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과연 대학 학비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캐나다 시사주간지 맥클레인스지에 실린 '대학 비용 누가 내야 할까' 기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대학 4학년인 저스틴군은 학비를 벌기 위해 여름 방학에는 풀타임으로, 학기 중에는 파트 타임으로 일한다. 또래 학생들과 달리 그는 이미 6학년 때부터 대학 학비를 저축하기 위해 신문 배달을 시작했다. 온타리오주 알고마 대학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하는 그는 부모 도움도, 융자도 없이 일체의 학비를 스스로 벌고 있다. 빚 없이 대학을 졸업해 바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의 어머니는 콜 센터에서 일하고 아버지는 자동차 딜러십에서 일한다. 부자는 아니지만 중산층이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렌트비를 아낄 수 있도록 집에서 학교에 다니도록 하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것은 자녀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스틴군은 일주일에 16시간 주유소에서 일하면서도 평균 성적 86%를 유지하며 성적 우수 장학금을 2개나 받고 있고 지난해 학생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워커톤 행사에도 참석하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다면 물론 마다 하지는 않았겠지만, 스스로 학비를 벌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돈을 벌기 위해 이처럼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점심 도시락을 꼭 챙겨 다니고 야구 경기도 제일 싼 티켓을 사서 보는 등 평소 소소하게 절약하는 것은 물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토론토 대학을 포기하고 집에서 다닐 수 있는 알고마 대학을 선택하는 큰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저스틴군의 경우처럼 어떤 부모들은 스스로 벌게 하는 것이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대학에 다니려면 등록금, 생활비 등 1년에 약 1만3000만달러 정도 든다. 자녀들에게 스스로 벌도록 하면 대학 생활은 물론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부모들은 믿는다. 부모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부모가 마치 자기에게 빚이라고 지고 있는 것처럼 구는 자녀들이 너무 많다는 장탄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들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있다. 이런 부모들은 피아노 레슨이나 사립학교 등록금을 내줬던 것처럼 대학 학비를 내주는 것 역시 선택 사항이 아닌 부모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빚에 허덕이는 것을 보느니 내가
허리띠 졸라매는 것이 낫다 여기는 부모도"

부모들이 뒷바라지를 자처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으로 도와주면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못 받는 사람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대학 입학이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 부모는 "부모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기 마련이다. 자녀가 18살이 되었다고 그런 책임을 딱 중단할 수는 없다"며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학비를 벌게 하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단돈 80달러를 들고 폴란드에서 이민 왔다는 그는 약 8만달러 정도 들게 될 자녀 대학 뒷바라지 비용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긴다.

 자녀가 빚에 허덕이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부모인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부모들도 있다. 한 어머니는 올해 토론토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이 빚 없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도록 학비를 대주기로 했다고 말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 융자를 받아 규모 없이 쓰다가 나중에 빚 갚느라 고생했다는 그녀는 "은행에서는 아들에게 라인 오브 크레딧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우리 아들이 아무리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 하더라도 아직 경제 관념이 없기 때문에 생각 없이 쓰다가 낭패 볼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실해 보이는 학생들도 경제 관념은 전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UBC의 경우 '신용카드로 학자금을 빌려 쓰는 것이 위험한 이유' 등의 주제에 대한 워크숍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요즘은 캐나다 대학생 4명 중 3명이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신용카드로 인터넷 쇼핑도 많이 하고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등록금이나 교재비도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도 많다. UBC의 한 직원은 "학생들은 복리에 대해 잘 모른다. 신용카드를 쓰고 매달 최소 금액만 갚아나갈 경우 나중에 얼마나 많은 이자를 물게 되는지 설명해주면 학생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고 말한다. 

그러나 빚을 지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달 출간 예정인 '부모는 현금지급기가 아니다(I Am Not an ATM Machine)'의 저자 필 클레이블씨는 돈을 빌리는 것을 통해 대학생들이 성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저축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부모들은 죄책감 때문에 자녀들에게 '노(No)'를 못한다"며 "그러나 때로는 "아니, 우리는 못해준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 주더라도 그냥 주는 것보다는 갚는다는 조건으로 주는 것이 자녀를 위해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편 스스로 벌어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성숙도에서 차이가 난다는 쥬주장도 나온다. 일하면서 공부한다는 한 대학생은 "성인이 된 느낌이다. 부모님 돈을 받아 공부한다면 이런 느낌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벌어서 하는 공부인데 만약 성적이 안 좋으면 내 아까운 시간과 돈이 낭비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을 벌어 학교 다니는 학생 중에는 일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학생들도 있고 또 내가 벌어서 다니는데 부모가 성적이나 내 생활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통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부모 도움을 못 받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할 확률은 부모 도움을 받는 학생들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벌면서 학업을 끝마친 학생들의 경우는 부모 도움으로 공부한 학생들에 비해 사회 생활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지난 여름 대학생 인턴 인터뷰를 했던 한 인사 담당자는 월 스트리트 저널 웹 포럼에 이런 글을 올렸다. "자기가 벌어서 공부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또래 경쟁자들에 비해 인격적으로 성숙됐고 자신감, 목적 의식 등에서 월등히 앞서 있었다. 그들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단히 인상적인 '젊은 어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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