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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위 산유국 부상… 加경제지도 바꾼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6-19 00:00

‘오일샌드 붐’캐나다 앨버타주 르포 북미 생산량의 10%인 하루 100만배럴 생산 20% 넘던 州실업률 올들어 3.1%로 급락 고유가로 서부지역 ‘오일 러시’ 경제 호황
 
 
고유가 현상이 캐나다의 경제지형을 바꾸고 있다.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州)에 오일샌드(Oil Sands) 개발 붐이 불면서, 150년 전 미국 ‘골드러시’와 같은 ‘오일러시(Oil Rush)’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캐나다 캘거리에서 북쪽으로 650㎞ 떨어진 포트 맥머리. 인구 6만1000명, 서울의 일개 동(洞)만한 도시다. 시내를 가득 메운 차량은 승용차보다 픽업트럭과 지프,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이클)가 더 많다. ‘우리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앨버타를 계속 전진시키자’는 각종 간판 옆으로 초대형 탱크로리와 트레일러가 줄줄이 달린다. 픽업트럭과 SUV는 예외 없이 3m 높이의 깃대에 붉은 삼각기를 달았다. 픽업 운전사 이반 호더(47)는 “초대형 공사차량에 깔려 죽지 않기 위해서”라며 웃었다.

시내 북쪽 캐나다 석유회사 신크루드(Syncrude)의 거대한 채굴현장. 파릇파릇한 초지였던 땅 표면을 벗겨내고 시커먼 오일샌드를 채취하는 대역사(大役事)가 진행 중이다. 산은 허리가 완전히 잘렸고, 포클레인은 쉴 새 없이 흙을 파내 트럭에 싣는다. 채굴용 포클레인은 수십층 빌딩만하다. 운반용 덤프트럭은 한 번 적재량이 400t. 타이어의 지름이 3m가 넘고, 흙을 내려 놓기 위해 적재함을 비스듬히 기울이면 7층 건물만큼 높아진다. 포클레인의 채굴 굉음이 커지면 인근에 위치한 파쇄기와 오일 추출기의 기계음도 증폭된다.

원유성분이 10% 이상 함유된 오일샌드의 생산원가는 배럴당 25~30달러 수준. 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 수준일 때에는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석유수요가 나날이 커지는 반면,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정세 불안으로 공급이 달려 유가가 70달러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앨버타 경제는 번성하고 있다.

지난 2년간 2만6000여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고, 20%가 넘던 실업률은 올 들어 사상 최저인 3.1%로 급락했다. 석유업체들의 본사가 위치한 캘거리와 현장인 포트 맥머리에는 고층빌딩과 신도시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앨버타가 오일샌드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하루 100만 배럴 수준. 지난해 북미 전체 생산량의 10%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오일샌드 때문에 세계 산유국 간의 역학관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2643억 배럴). 그러나 오일샌드까지 합하면 반미(反美)의 기치를 높이 든 남미 베네수엘라(3500억 배럴)가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캐나다의 원유매장량은 현재 47억 배럴로 세계 22위에 불과하지만 오일샌드까지 합하면 1790억 배럴로 세계 3위가 된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보다 많다. ‘소와 들장미의 농촌’ 앨버타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오일샌드 붐은 캐나다달러 가치를 급상승시켰다. 여기에 중국의 수출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캐나다의 동서 경제지형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서부 앨버타 지역 인구는 지난해 4분기에 0.76% 증가, 전국 평균의 5배가 넘었다. 뉴펀들랜드와 온타리오 등 동부지역에서 너도나도 ‘황금을 낳는 성토(聖土)’를 찾아 몰려들고 있다. 주택부족으로 조그마한 이동식 간이주택이 30만달러(3억원)에 거래되고, 예전보다 3배 이상 많은 10만~12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은 멋진 최고급 GM·포드 픽업트럭을 몰고 다닌다.


이에 반해 가전·전기·섬유·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지였던 동부의 온타리오와 퀘벡 등 부자동네는 캐나다달러 강세와, 값싸고 품질 좋은 중국제품에 밀려서 미국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 온타리오 포장업체 사장인 딘 맥너닌은 “지난 2003년에 종업원 100명 중 3분의 1을 해고해야 했다”며 “따지고 보면 결국 모든 것이 중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서부재단’의 토드 허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일샌드 붐 이후에 캐나다 산업의 주력이 제조업에서 광업으로 바뀌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고유가 현상으로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트 맥머리·캐나다 앨버타주=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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