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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픽튼 판결을 지켜보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20 00:00

지난 12월 9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기의 연쇄 살인범 로버트 윌리 픽튼(Robert Willie Pickton)이 2급 살인 판정을 받으면서 피해자의 가족들은 격한 울음과 동시에 ‘그래도 정의는 존재한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10년을 넘게 다운타운 동부 지역의 성매매 여성들과 원주민 여성을 위주로 살해해 자신이 키우는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사체를 토막내 여기저기 숨겨 놓았다는 픽튼의 살인 범행 내막을 신문으로 읽으면서 공포 영화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오싹하면서도, 그 오랜 시간 사회로부터 소외되어온 여성들로부터 눈을 돌려버린 경찰과 캐나다 정부에 실망감을 느꼈다. 또한 한 인간으로서 짐승보다 못한 잔인한 행위를 통해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는 픽튼의 반응을 활자로 접하면서 인간의 잔인성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며칠 후, TV에서 다큐멘터리 ‘A Safer Sex Trade(보다 안전한 성매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밴쿠버에 지낸 이래, 세계 곳곳을 돌며 사회 문제들을 깊숙이 다룬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면서 그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통찰력에 감탄하곤 했었는데 이번 다큐멘터리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 여성의 눈을 통해 밴쿠버에서 일어나는 윤락업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먼저, 스칼렛이라는 여성은 30년 넘게 윤락업체를 운영하는 마담으로서, 윤락업이 합법화가 되어야 여성들이 더 안전하게 성매매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윤락업도 하나의 직업이니만큼 성매매 여성 역시 사회로부터 보호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제니퍼라는 여성은 몇 년 전까지 길거리에서 매춘부로 활동하고 마약 중독 상태에 있다가 결국에는 접고 현재 젠스 키친(Jen’s Kitchen)을 운영하며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여성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이먼은 독자적으로 길거리에서 매춘 활동을 하던 여성으로, 나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고객들을 만나고 있었다.

제니퍼를 제외한 스칼렛과 사이먼이라는 여성은 나름 그 직업을 즐기고 있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물론 한 인간으로서, 사회로부터 그리고 그 누구로부터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스칼렛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듯하다. 일설에 따르면, 유사 이래 매춘은 사라진 적이 없었고 또한 사라질 수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독일,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의 네바다주(州)처럼 매춘을 합법화해, 여성들이 어두운 곳에서 일하다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반면, 여권 향상에 그 어느 곳 못지 않게 앞장서 있는 캐나다에서 여성 권위에 타격을 입히는 매춘 활동을 그리 달갑게 합법화할 리 만무하리라. 

이미 매춘을 합법화한 곳에서는 여성들의 안전이 더 보장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합법화가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으나, 어두운 생활을 접은 채 길거리 여성들을 구하고자 노력하고, 자신이 다시 그 길로 들어설까 두려워 예전의 친구들로부터 눈을 돌린 제니퍼라는 여성의 강한 심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재정적으로 힘든 생활을 선택했을 지는 모르나 자신을 사랑하는 여유를 지닌 그녀야 말로 진정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미 학생기자(심리학과 3년) nung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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