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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캐나다군 체험 “모기떼와 싸우며 나를 수련한 시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27 00:00

UBC 학생의 캐나다군 훈련 체험기 마니토바주 군사 훈련장에서 한 달간 훈련

위니펙 공항은 밴쿠버 공항과 엄청나게 달랐다. 시골 고속 버스 터미널 같은 그곳에서 나는 8시간을 기다리며 여름 한달 간의 기초 군사 훈련(Basic Military Qualification) 시작을 기다렸다. 위니펙은 밴쿠버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이고 밴쿠버와는 2시간의 시차가 있다. 공항에서 8시간을 기다린 이유는, 군대 훈련소에서 하루를 정해 모든 훈련생들을 한꺼번에 데리고 가기 때문이다. 

위니펙 공항 게이트를 나가는 순간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우리들을 맞았다. 이름만 받아 적더니 이유도 가르쳐 주지 않은 채 그냥 기다리라고 했다. 이렇게 막연히 기다린 것이 저녁 7시. 드디어 모든 훈련생들이 모여 버스에 탔다. 내가 한달 동안 생활했던 곳은 CFB 실로(Canadian Forces Base Shilo)였다. 실로는 위니펙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다. 면적 4만 헥타르인 이 기지는 고유의 우편번호를 갖고 있을 만큼 넓었다. 해가 저물어 갈쯤 우리는 드디어 기지에 입성했다. 끝도 없는 평야에 낮은 건물들, 그 중에서 가장 낡아 보이는 건물 앞에 버스가 멈췄다.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의 미래 교관이 버스 안으로 올라왔다.

“지금이 너희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지금 말해라.” 자존심 때문인가, 한달 동안의 고통을 아직 몰라서인가?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이 이후 한달 동안 교관 입에서 나온 마지막 배려의 말이었다. 대답이 없자 2명의 교관이 더 올라타더니 당장 버스에서 내리라고 소리친다. 갑작스런 분위기 변화에 훈련생들은 우왕좌왕 버스에서 뛰어 내려 실로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한 사람당 이민 가방 2~3개 분량의 짐을 가져온 훈련생들은 한 줄로 늘어서서 버스에서 던져 나오는 짐을 잔디 밭 위에 쌓아갔다. 짐이 모두 내려지자 기를 죽이기로 작정했는지 짐 옮기는 시간이 늦었다며 팔 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훈련생들은 군대에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체력 훈련을 통해 배웠다. 200명의 훈련생들은 5개 소대로 나뉘어졌다. 4개의 영어 소대와 1개의 불어 소대 중에 나는 제 5소대에 배정되어 다른 35명의 훈련생들과 한방을 쓰게 됐다. 2층 침대로 가득 찬 방 안은 마니토바주의 무더운 여름으로 식을 날이 없었다.

훈련소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새벽 5시, 교관이 조용히 들어와서는 방 한가운데 서서 갑자기 소리를 치면서 3분 이내로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그리고는 아침 운동이 시작된다. 처음 5km 조깅으로 시작된 아침 운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리기로 바뀌고, 훈련 막바지에는 달리기와 팔 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와 턱걸이가 병행됐다. 보통 1시간의 아침 운동이 끝나면 다시 방에 돌아와 침대 상태, 사물함 정리, 복장 검사, 청소 검사, 총 검사 등을 받는다. 침대는 매일 아침 정리하는 것이 어려워 침대를 한번 정리한 후 아예 바닥에서 자는 훈련생도 있다. 방 검사 시간은 30분으로 정해져 있지만, 기합 받고 다시 청소하다 보면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 검사가 끝나면 아침 식사를 하러 간다.

군대 식사는 평소에 먹는 것보다 아주 균형 있고 영양분이 많은 식단으로 나온다. 아침, 점심, 저녁 매일 음식이 바뀌는데, 음식은 굉장히 먹음직스럽지만 30분 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음미할 여유가 없다.

아침 식사 후 점심 시간 전까지는 보통 수업이 있다. 처음에는 수업과 시험이 있다는 사실에 ‘군대에서 웬 공부?’하며 약간 놀랐다. 수업에서는 군대의 기본 상식, 역사, 응급 치료, 지도, 행군 방법, 총기 관리 등을 배우고 오후에는 실습을 한다. 특히 응급 치료 실습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제 일어나는 듯한 모의 훈련을 통해 긴급한 상황에서 집단 사상자 치료 방법을 배운다. 사격 실습도 하는데 여기서는 영점 사격, 기록 사격, 야간 사격 시험을 본다. 처음 써보는 실탄의 반동은 생각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기록 사격은 100m와 200m 거리에서 보며, 단발과 3점사 시험을 본다. 야간 사격이 특히 어려웠는데, 달빛을 받아 겨우 보이는 타깃을 맞추기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마구 옷을 뚫고 들어오는 모기떼 때문에 총을 쏘다가도 훈련병들의 입에서 욕이 저절로 튀어 나오기도 한다.

내가 실로에 훈련을 간다고 하자 모든 사람들이 말렸다. 그 이유는 모기떼 때문이란다. 처음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모기의 극성이 심해 봐야 얼마나 심할까? 하지만 이제 실로에 훈련을 간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말리고 싶다. 훈련소가 늪 지대로 둘려 싸여 있기 때문에 하루에 보통 수십 번은 물린다. 야외에서 자는 날이면 텐트를 쳐서 모기장을 치는데, 주위에 모기가 너무 많아서 저녁에 귀에 들리는 소리는 모기가 날아 다니는 소리뿐이다.

이론 실습이 끝나면 저녁 밥을 먹고 오후 8시부터는 자유 시간이다. 처음 훈련소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는 오후 8시 이후의 자유 시간에는 수영장, 헬스장, 농구장, 골프 코스, 게임방 등 여러 여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훈련생들에게 딱 두 번 주어졌다. 그리고 자유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그 다음날 있을 검사를 위해 청소하고 준비하다 보면 취침 시간인 밤 11시까지 끝내기도 힘들다.

한 달 훈련 중 25일은 이 일과를 따라 간다. 하지만 야외에서 생활하는 마지막 4일은 훈련 중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다. 우리가 간 곳은 ‘Area 9’으로 불리는 훈련 지역 중 하나다. 야외 훈련 첫날, 버스를 타고 훈련 지역까지 갔다. 우리가 지내던 곳에서 훈련 지역까지는 버스로 30분. 내려서는 완전 군장을 하고 30분을 걸어야 했다. 완전군장 무게는 25kg, 거기다 4일 동안 먹을 음식과 취사 도구를 나눠서 들고 가니 보통 한 사람당 30kg을 지고 갔다.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취사 준비를 했다.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도시랑 통만한 종이 팩에 들어 있었다. 종이 팩을 열면 여러 가지 팩들이 들어 있는데 이것들을 물에 넣어 끓이기만 한 후 먹으면 된다. 보통 이런 군대 팩 음식들은 5년에서 10년을 간다고 하니 몸에 좋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이 음식들을 먹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변비에 걸리는데, 많은 훈련생들은 이것이 전투 중 화장실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아침에는 수업을 통해 보초 서는 방법, 소대별 공격, 방어 전략 등을 배운다. 둘째 날은 주간 행군과 야간 행군으로 하루를 다 보냈다. 이것도 시험 중 하나로, 각 개인이 주어진 두 지점을 지도상에서 찾아 행군을 해야 한다. 딱히 도로가 없는 관계로 가끔은 늪지대도 지나야 했고 빽빽한 숲 속도 지나갔다. 주간 행군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손전등도 쓰지 못하는 야간 행군 때는 얼굴을 긁히면서 숲 속을 지나야 했다. 야외에서는 야간에 보초를 서야 한다. 보초를 서는 밤 10시쯤부터 2시간 내내 모기에 시달린다. 자정을 넘길 때쯤이면 모기떼는 잠잠해지는데 대신 추위가 몰려 온다.

훈련소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에는 모기도 있지만 기온 차이도 그 하나였다. 낮에는 보통 35~40도까지 올라가는데 습도까지 포함한 체감온도는 이보다 7도 이상 높다. 그러나 새벽에는 영하로 떨어진다. 보초를 서는 이들은 몰려오는 잠은 물론 추위도 견뎌야 했다. 그리고 가끔씩 적으로 위장하고 나타나는 교관들을 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던 경험이다. 

4일째, 마지막 훈련은 가스실에 들어가면서 끝이 났다. 방독면을 쓰고 최루가스로 가득 찬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방독면을 쓰고 방에 들어가서 뛰어 다니기도 하고 물도 마셨다. 하지만 그 다음은 방독면 없이 들어갔다. 들어가서 일정 시간만큼 기다린 후 방독면을 착용해야 한다. 방독면 착용 후에도 화학품을 중화 시키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야 한다. 이것을 하기 위해 방독면을 잠시 벗어야 하는데, 실수로 눈을 뜨거나 숨을 쉬면 기침,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며, 토하는 경우도 있다. 가스실을 마지막으로 한 달의 훈련이 끝이 났다.

훈련소를 떠나 비행기를 타고 밴쿠버 공항에 내렸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빡빡 깎인 내 머리와 군용품들에 머물렀지만 나는 밴쿠버에 도착한 것이 마냥 기쁘기만 했다. 잊지 못할 한 달 동안의 군대 훈련은 힘은 들었지만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CFB Shilo 정보 http://www.army.forces.gc.ca/CFB_SHILO/cfb_shilo_home.htm
CF 신병 모집 http://www.recruiting.forces.gc.ca/v3/engraph/home/home.aspx?bhcp=1

김동인 학생기자(UBC 생리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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