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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커피숍에서 맛본 ‘달콤 쌉싸름’한 세상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30 00:00

밴쿠버 아르바이트 체험기(1)

나는 빵 굽기를 즐긴다. 그리고 커피향 또한 즐긴다. 그래 올해 초 3개월 정도 다운타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그 곳 손님들은 내게 있어 그저 이방인이었다. 나 역시 그네들에게 이방인이었을 터였다. 한국에서도 커피숍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던 나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만드는 법에서부터 크리미하고도 깊은 맛의 커피를 만들어 내는 법, 각종 머핀과 쿠키 굽는 법 뿐 아니라 손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까지 두루 익혀야 했다. 아침 7시 반까지 커피숍 문을 열어야 하는 일이 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른 이들보다 일찍 커피 향을 맡고, 쿠키 향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그만 행복이었다.

일이 손에 익을 즈음해서 나는 각 손님들이 어떤 커피를 즐기는 지도 기억해내기 시작했다. 까다롭게 굳이 커피숍 오너에게만 커피를 주문하던 손님의 구미도 맞출 줄 알게 되고, 전혀 웃는 법 없이 말 한번 건네지 않던 손님에게서 미소를 받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기까지 물론 나의 노력 또한 꽤 요구됐다. 내 커피가 맛없다던 손님한테 먼저 다가가 어떻게 맛이 부족한지,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커피가 될 수 있을지 물었고, 나중에는 그 손님에게서 항상 ‘Fantastic’이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후로 그 여자 손님은 내게 있어 가장 수다쟁이 손님이 되었고 내 영어 공부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트레이시라는 한 손님은 내 생일에 컵 케이크를 사주어 큰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커피숍 주인과 같이 일하는 것이 그다지 쉽질 않았다. 이란에서 온 주인은 직원들한테 항상 무례하기 짝이 없었고 심지어는 손님들에게도 데면데면해서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일쑤였다. 물론, 손님들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주인이 직원들뿐 아니라 자신들한테도 불쾌하게 대하는 것에 못마땅해하던 손님들의 발길이 한둘씩 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한 지 3개월 즈음해서 내가 그만두려 하자 주인은 내게 임금 지불을 거부했다. 하지만 일한 만큼은 정당히 받아야겠다고 나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실랑이가 있었던 사실을 안 손님 제이미와 데이나는 며칠 후 주인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신고할 터이니 정당히 지불을 해야 한다고 알렸다. 다행히도 그들의 도움 덕분에 난 내가 일한 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불미스러웠던 일 때문에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었을 내 아르바이트 경험이 두 손님으로 인해 그나마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이곳 캐네디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정이 없고 철저한 개인주의로 똘똘 뭉쳤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늘 그렇게 여겨왔었다. 하지만 내가 닥쳤던 상황에서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떳떳이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오히려 그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이들만의 또 다른 인간관계 형성과 정(情)에 대해서 배운다.

염미 학생기자(심리학과 3년) nung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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