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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U-“같은 민족간 경계심 없애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14 00:00

밴쿠버 한인사회 발전 위해선 한인끼리 마음 여는 노력 있어야

최근 캐나다 한 대학교의 한인학생회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욕설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으나 한인학생회의 특정인물을 비방하는 듯한 이 글은 욕설과 개인적인 공격 등을 서슴지 않아 보는 이들의 눈을 찡그리게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 글의 타깃으로 추정되는 학생은 이 글에 대한 뉴스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이 학생은 개인적인 공격이 포함된 이 글의 내용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음은 인정했지만, 불만을 떳떳하게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한 글쓴이의 비겁함에 상처받기보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피해 학생의 의견에 따라 학생회는 단순히 게시물을 삭제했을 뿐 법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터넷의 오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밴쿠버의 한인으로서 우리는 이 사태를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한인학생들 사이의 분열을 보여주는 수없이 많은 예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밴쿠버의 한인 사회는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매년 더 많은 유학생들과 이민자들이 밴쿠버에 발을 딛고 지난 한두 해 동안 절정에 달했던 한국의 어학연수 트렌드 또한 한인 사회 확장에 한몫을 해왔다. 밴쿠버 한인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우리 밴쿠버 한인들에게 오는 이득은 많다. 한인사회의 크기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는 캐나다 정부에 더 많은 의견을 더 강하게 내세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각종단체에서 주선하는 한인문화 교류 행사들은 밴쿠버 한인들로 하여금 외지에서도 그리운 고향을 기억하고 다른 한인들과의 우애를 다질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한인 수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우리는 밴쿠버 한인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같은 민족을 더욱 아끼고 보살피기는커녕 오히려 타지인들보다 더욱 거센 비난과 눈초리로 서로를 힘들게 하곤 한다. 예를 들어보자.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인이 운영하는 일부 업소에서 캐네디언 고객들은 웃음으로 반기면서 한인 고객들에게는 유난히 더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하는 한인들을 본 경험은 없었는가? 운전 중에 조금 미숙해 보이거나 거칠게 차를 모는 운전자로 인하여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때 그 운전자가 한국인으로 보이면 본인도 모르게 더 분노하고 한국인 운전자를 모두 싸잡아서 비판해 본 적은 없는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반 또는 같은 코스를 듣는 수백 명의 학생들과의 경쟁보다는 주변 몇몇 한국인 학생들과의 경쟁에 더 치우치진 않았는가?

우리들의 이러한 태도는 심리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본인이 속해있는 민족의 사람들이 실수를 했을 때 다른 민족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했을 때보다 더 비판적이다. 물론 아무리 심리학적으로 확인된 행동이라고 해도 다 맞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 밴쿠버 한인사회에는 한인들의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는 단체들이 많이 있다. 단체마다 이슈가 있을 것이고 사람이 관련된 것이니만큼 개개인의 의견충돌은 단체 내에서나 바깥에서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물어보자. 그 동안 무리하게 비판적이진 않았는지.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하진 않았는지. 우리 자신의 눈에 완벽을 추구하기 위한 비판과 ‘그럴 줄 알았어’ 하는 말 한마디로 밴쿠버 한인들을 위해 힘쓰는 그들을 한없이 작아지게 하진 않았는지.

지금은 군복무 중인 한 고등학교 동창은 캐나다에서 거의 10년 정도를 살았다. 고등학교때 함께 다운타운 거리에 나갔을 때 서로 부딪히고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가는 한국인 두 명을 보면서 그 동창은 8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인을 보면 너무 반가워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사를 하곤 했다며 밴쿠버 한인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했던 그의 말이 3년이 지난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모든 사회에는 분열과 다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회의 성질이지 필수품들이 아니다.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모두가 서로를 알고 한 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요즘 밴쿠버 사회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이더라도 “안녕하세요, 저도 한국인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적어도 반갑게 다가가서 손을 내미는 정도는 우리 선조들이 중시했던 정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 아닐까 싶다.

유경아 학생기자 (비즈니스/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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