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스님들의 일탈? 태국 불교계 발칵 뒤집은 사진

방콕=표태준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19 13:56

한 네티즌이 만든 가짜 사진 파문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태국 승려들이 록 공연을 하는 모습을 만들어낸 가짜 사진. /페이스북 캡쳐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태국 승려들이 록 공연을 하는 모습을 만들어낸 가짜 사진. /페이스북 캡쳐

주황색 승려복을 입은 노승(老僧)이 조명이 번쩍이는 무대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 모인 젊은 승려들은 흥에 취한 듯 춤을 추며 환호한다. 승려들의 비행(非行)을 담은 이 사진은 태국의 한 네티즌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가짜 사진’이다.

국민의 약 95%가 불교 신자인 태국에서 AI를 이용해 만든 가짜 승려 사진이 온라인에서 유행하고 있다. 승려들이 헤비메탈 밴드를 결성해 대중 앞에서 광란의 공연을 선보이는 모습, 레이싱 경기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승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담배를 태우는 승려 등 불교의 일탈을 그려낸 가짜 사진들이 태국인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이에 태국 불교계가 발끈하며 가짜 사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19일(현지 시각) 태국 매체 카오소드 등에 따르면, 태국국립불교사무소는 최근 이러한 AI 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이들을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승려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가짜 사진으로 제작, 유포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등 불교의 평판을 해쳤다는 이유였다. 사진은 장난 삼아 만든 것처럼 우스꽝스럽지만 이에 대한 불교계와 정부 대응은 심각한 분위기다. 태국 총리실 관계자까지 나서 이러한 가짜 사진을 유포하지 말라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들은 “가짜 사진을 최초로 유포한 이들은 징역 5년형까지 가능한 ‘컴퓨터에 의한 허위 정보 생성·유포 등 사이버 범죄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태국 승려들이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모습을 만들어낸 가짜 사진. /페이스북 캡쳐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태국 승려들이 오토바이 경주를 하는 모습을 만들어낸 가짜 사진. /페이스북 캡쳐

태국에서 불교를 주제로 한 가짜 사진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교 사원에서 승려복을 입고 예불(禮佛)하는 모습을 담은 가짜 사진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불교로 개종했다’는 거짓 정보가 퍼져 나갔다. 푸틴이 불교로 개종했다는 가짜 뉴스와 사진은 태국을 넘어 전 세계 소셜미디어로 퍼졌다. 이후 후속작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승려복을 입고 예불하는 허위 사진이 유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복을 입고 예불하는 것처럼 조작된 AI가 만든 가짜 사진. 이 사진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불교로 개종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페이스북 캡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복을 입고 예불하는 것처럼 조작된 AI가 만든 가짜 사진. 이 사진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불교로 개종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페이스북 캡쳐

이처럼 불교를 희화화(戲畫化)한 가짜 사진이 갈수록 퍼지자 태국 정부와 불교계가 “국가 대표 브랜드인 불교의 이미지 훼손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발끈하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 불교 신도들은 “고루한 조치”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국은 국민 대다수가 불교 신자이지만, 사원을 찾아 예불하는 등 열성적인 신도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태국 승려 수도 20년 전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태국의 한 매체는 칼럼을 통해 “4만3000개가 넘는 불교 사원이 신도들 외면에 버려질 위기에 있다”며 “불교계는 AI로 만든 사진에 흥분하기보다는 진짜 숙고해야 할 문제에 시간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지난 26일 카타르 도하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향하던 카타르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탑승자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블린공항은 해당 여객기가 튀르키예 상공에서...
미국의 유명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 ‘레드랍스터’가 파산 절차를 시작하면서 자산을 매각하고 매장 수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할 계획이다. 단돈 20달러(2만7300원)에 새우를...
자료사진/Singapore Airlines런던에서 출발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심각한 난기류에 부딪혀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BBC에 따르면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11일(현지시각) 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5년부터 탈모로 고통받다가 튀르키예에서 모발이식 시술을 받은 기자 스펜서 맥노턴의 체험기를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화면...
미국 내에서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며 매미를 식용 곤충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 보도화면 캡처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영국-스웨덴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백신 시장에서 철수한다. 백신 수요 급감에 따른 결정이다.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실버 노동력 썰물···숙련공 이탈하고, 성장 잠재력도 제한시켜
그래픽=김의균1967년 1월 첫째 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1966년 올해의 인물을 표지에 실었다. 당시 올해의 인물로 꼽힌 것은 ‘25세 이하의 사람들(Twenty-Five and Under)’. 1927년부터 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Federal Reserve Flickr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일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번까지 6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발표에서 ‘연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아온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25일부터 관광객들을 상대로 도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전날 베네치아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2025년 경제 규모 5위로 하락
내년에 일본 경제 규모가 인도에 밀려 세계 5위로 추락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해 21일 보도했다. 한때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은...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골드바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영국의 존 알프레드 티니스우드가 111세 나이로 기네스세계기록(GWR)의 현존하는 최고령 남성 인증서를 얻었다/ 기네스북영국의 111세 남성이 살아있는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이름을...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2024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곳’ 중 4위에 이름을 올린 '아토믹스'/ 아토믹스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4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곳’에 한식당...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록된 페레스. 오른쪽은 그가 51세 때의 모습. /기네스세계기록(GWR) 홈페이지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세계기록(GWR)에 이름을 올린 베네수엘라 농부 후안...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Aedes aegypti)의 모습.브라질과 파라과이 등 남미 지역에서 극성을 부리던 뎅기열이 미주 지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28일(현지 시각) 악시오스...
볼티모어항 폐쇄··· 자동차 수출입 영향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에 있는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가 26일 선박 충돌 사고로 무너지는 모습. /유튜브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 퍼탭스코강을 가로지르는...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에 등장한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의 모습. 물리학 교수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인민 재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22일 무차별 총격에 이은 화재가 발생, 40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즉각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친(親)우크라이나 혹은 반(反) 푸틴 세력의 연관 여부를 조사...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22일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암 발병 사실을 밝히고 있다. /BBC 제공지난 1월 복부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라던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42)이 암...
일본에서 치사율 30%의 박테리아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엔화 약세 등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영국 가디언은 최근 일본 전역에서 A군...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