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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닮은 그에게 빠졌어요”··· 지하돌에 속아 재산 탕진한 日주부 사연

김소정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3-05 13:27

그룹 ‘BTS’(방탄소년단)에 빠진 40대 일본 여성이 한국인 행세를 하던 일본 지하돌에게 2400만원을 바쳤다는 사연이 일본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하돌은 방송이나 언론 등 대중 매체에 노출되지 않는 ‘비주류 아이돌’을 뜻한다. 이들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주로 활동하며 공연 티켓비와 직접 제작한 CD 등으로 돈을 번다.

◇ “춤은 엉망이었지만, 그에게 빠졌습니다”

2일 일본 경제 주간지 ‘겐다이(現代) 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간토 교외에서 남편, 초등생 딸과 평온한 삶을 살던 주부 A(44)씨는 어느날 BTS에 빠지게 된다. 그는 BTS 굿즈를 사기 위해 도쿄 최대 한인타운 신오쿠보에 종종 방문했다. 그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지하 아이돌 그룹의 멤버 B(19)군을 만났다.

한 일본 지하 아이돌 멤버가 여성 팬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유튜브
한 일본 지하 아이돌 멤버가 여성 팬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유튜브

A씨는 “공연 전단지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흰 피부, 소녀 같은 얼굴에 끌렸다. BTS 멤버를 닮기도 했다. ‘공연 보러 와 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그날 바로 공연을 보러 갔다”며 B군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B군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공연 티켓 요금은 2000엔(약 2만원). A씨는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체키(멤버와 팬이 공연 뒤 즉석사진을 찍는 일본식 문화)가 무료라고 해서 들어갔다. 신오쿠보에서 미남을 알게된 기념으로 사진이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형편 없었다. A씨는 “아이들 학예회 수준으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추는 모습과 외모에 반해 버렸다”고 했다.

문제는 그 후였다. B군에게 반한 A씨는 매주 신오쿠보에 방문해 티켓과 CD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체키는 1장당 1000엔(약 1만원)이었다. 많이 찍을 수록 B군과의 스킨십 강도가 높아졌다. 20장을 찍으면 B군과 포옹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A씨가 B군을 위해 쓴 돈은 총 250만엔(약 2400만원)이었다.

지난 2월 일본 20대 여성 C씨는 MBS TV에 출연해 지하 아이돌에 빠져 큰 돈을 썼다고 털어놨다./MBS 유튜브
지난 2월 일본 20대 여성 C씨는 MBS TV에 출연해 지하 아이돌에 빠져 큰 돈을 썼다고 털어놨다./MBS 유튜브

A씨는 B군과의 일대일 데이트권을 얻기 위해 매주 다른 여성들과 경쟁하며 큰 돈을 썼다고 했다. 결국 6개월 만에 A씨와 B군은 일대일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러나 B군이 A씨를 데려간 데이트 장소는 식당도 카페도 아닌 다름 아닌 피부과였다. A씨는 “B군은 자신의 피부과 비용을 지불하라고 나를 데려간 것이었다”고 씁쓸해 했다.

그곳에서 B군의 거짓말도 탄로 났다. 한국인이라던 B군이 알고 보니 일본인이었던 것이다. 이후 A씨는 B군을 멀리했다.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도 무시했다. A씨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며 “모아놓은 돈을 다 써버렸지만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미성년자로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들도 B군의 관심을 받기 위해 경쟁을 하고 많은 돈을 쓰고 있어서 걱정된다”며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노리는 사람들을 모두 적발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지하돌에 빠져 많은 돈을 쓰는 게 이해 안 된다”, “가족들이 가만히 있냐”, “어리석다”며 A씨의 행동을 질타했다. 반면 “본인도 이제 후회하고 있다는 데 너무 비난하지 마라”, “빨리 알아차린 게 어디냐”, “인생의 경험”이라며 A씨를 두둔하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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