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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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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12-14 08:41

임완숙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참나무는 참나무에게
대추나무는 대추나무에게
소나무는 소나무, 까치는 까치에게

소리 없이
나누는
빛나는 속삭임

보아라
시방법계(十方法系) 가득 찬
순결한 이 사랑의 밀어(密語)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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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은 온다 2024.03.25 (월)
경칩 지나 춘분으로가는 길모롱이 언덕 바지에불현듯 반짝이는보라 빛 고운 웃음소리긴 긴 겨울 잔인한 혹한 속에서그래도 봄은 온다고옹기 종기눈 녹은 양지녘에 모여 앉은여리고 작은 제비꽃 가족반짝이는 보라 빛 비단 실 입에 물고대지 위에 점점이희망이란 단어를 환하게 수 놓고 있다
임완숙
눈 내리는 풍경 2022.12.14 (수)
참나무는 참나무에게대추나무는 대추나무에게소나무는 소나무, 까치는 까치에게소리 없이나누는빛나는 속삭임보아라시방법계(十方法系) 가득 찬순결한 이 사랑의 밀어(密語)를
임완숙
길에서 길을 묻네 2021.01.04 (월)
임완숙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우리는 지금 길을 가고 있네사람의 길생명의 길평화의 길을 찾아서 사람의 길은 아름다운 만 생명을 보듬고 가는 길생명과 생명이 유정과 무정이 서로 돕고 이끌며평화롭게 따사롭게 살아는 길이라네 면벽구년(面壁九年)지리산 실상사(實相寺) 문 활연히 열고세상으로 걸어 나온 눈 푸른 한산 습득이여 지리산, 새만금 뭇 생명을 살리려고삼보일배(三步一拜) 순례의 길을 나섰네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임완숙
거울 2020.11.30 (월)
내 마음 깊은 허공 같아서 그윽한 풍경 모두 담는다   창창한 하늘 아래 가멸한 물상들 새 꽃 나비   촐랑대는 시냇물 되기도 하고 폭풍우에 찢겨 펄럭이는 깃발이기도 하다가   눈 쌓인 들판에 총총한 나그네 새의 발자국마다 괸 그리움도 보지만   온갖 사물들이 제 목소리와 모습들로 오고 또 가지만   한 점 티끌도 남을 수 없어 언제나 청정하고 고요하도다   오직 우주에 충만한 그대   그대의 모습...
임완숙
그대에게 가는 길 2020.09.08 (화)
여름 숲을 건너온 가을 바람 백일 붉은 꽃잎 흔들어 떨구며소슬히 옷깃을 파고들 때야윈 잠 깨어 바라보는세상 속의 낯선 길처럼홀연히 드러나는 길 그림자봄날의 아지랑이 벌판지나그 여름 무성한 녹음에 취해그림자조차 숨어 있었네오랫동안 그대를 떠나 흘러온 번잡한새상사는 한갓 남루 외로운 꿈 보듬은가난한 내 모습 비로소 보았네무상無常의 바다그리워하는 것은 속 깊이 두어야지꽃 지는 숲 그늘에서마른 덤불 헤치며 그대에게 가는...
임완숙
고추잠자리 2019.11.04 (월)
노란 국화 함초롬히 눈 뜨는 아침뜰에 내려서니 고추잠자리 한 마리 빨간 화살촉이 꽂히듯 툭 어깨에 내려 앉는다야아 고놈 참저절로 입이 벌어져 가만히 눈을 맞추려니고추잠자리가볍게 날개를 들고 반짝이는 빛을 눈부시게 뿌리며 저만큼 강아지풀 가는 대궁 위에살풋 내려 앉는다기쁨으로 전율하는 강아지풀휘청 우주가 흔들린다
임완숙
꽃들은 아름답다 2019.07.15 (월)
꽃들은 아름답다세상의 모든 꽃들은 아름답다큰 놈, 작은 놈, 쬐그만 놈, 아아주 쬐그만 놈노랑 빨강 하양 보라 분홍생긴 모양이나 빛깔 모두 달라도저마다의 향기를 지닌 꽃그들은빛나는 지상의 보석호박꽃이면 어떻고 장미꽃이면 어떠리채송화 봉숭아 나팔꽃 아카시아 냉이 꽃 꽃 마리 별 꽃씀바귀 꽃 ...세상의 모든 꽃들이 이토록 아름다운 걸예전엔 미처 몰랐다.  참으로 몰랐었다오늘도 교실 문을 열면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진지한 얼굴,...
임완숙
가을나무 2018.11.19 (월)
해질녘 강 언덕에 서서깊고 투명한 겨울 강을 건너기 위해고요히 옷 벗는 가을나무를 보라발등에 수북이 쌓이는 여름의 무게무성한 기억의 파편들벌판을 휩쓸어 가는 바람에 맡겨 두고정갈한 알몸으로먼 길 떠나려는 이의 뒷모습을 보라아무리 못생기고 작은보잘것없는 나무라 할지라도살아 있는 것은 모두죽을 힘을 다해 제 몫의 여름 무게를 짊어지고온 힘을 쏟아 푸른 잎으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주고새들을 잠재우고 매미들이 노래하게...
임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