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유난히도 청아하던 가을날
아버지랑 여행 중 백 년이
넘었다는 함평해수찜에 들렀다
천연 해수로 채워진 탕
소나무 장작불에 달궈진 유황 약돌
쑥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데
젖은 수건 한 장 아버지 등에 얹어 드렸다
제철이라며 주인장이 권해 주던 횟감은
바닥 넓은 오목 그릇에 담겨 조심스레
흰 보자기로 덮여 있었다
한쪽 끝을 살짝 여는 순간 펄떡대며
얼굴 내밀고 튀어나와 춤을 추는 보리새우
이런 새우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 하던 아버지
입안에 하나 쏙 밀어 넣곤
세상에 이런 맛이 다 있었네
섬에서 태어나 자랐어도 팔십 평생에 처음이구나!
동백꽃 군락으로 성큼성큼 빠져들고 싶던
그 가을과 겨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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