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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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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4-30 16:12

아청 박혜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회원/순수문학 등단

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에는 사람이 끄는 인력거나 말이 끄는 마차 등을 이동수단으로 했다. 그러다가 자동차(CAR, VEHICLE, MOTOR CAR), 뜻 그대로 기계의 힘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운송수단이 생긴 것이다. 한국에서는 1911년에 미국산 포드 승용차 1대가 처음 도입되었고, 그 후 “개포동이란 동네 이름이 개도 포니를 타는 동네”라는 닉네임까지 붙으며 포니 자동차는 장족의 발전을 해서 현재는 많은 종류의 한국 브랜드들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처음에 운전을 할 때는 클러치를 밟으며 변속기어를 사용했다.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언덕길을 오르면서 클러치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절묘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느끼기도 했다. 자동 기어가 처음 나왔을 때는 출발 시에 차고 나가는 맛이 없다며 수동기어(manual)를 사용하기도 했다. 아마 한국 사람은 손을 잘 사용해서 인지 외국보다 더 늦게까지 수동기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한 동안 외국 사람이 수동기어 차를 훔치려 해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더 안전하다는 등의 루머가 돌 정도였는데, 어느 결엔가 거의 자동기어로 바뀌었다.

이민을 오면서 해외에서는 한국 자동차를 타는 것이 더 뜻이 깊을 것 같았고, 또 품질도 우수했기 때문에 한국 브랜드의 차를 탔다. 그런데 그도 오랜 시간 타다 보니 사람처럼 이것저것 부속을 바꾸어도 늙어가는 것이 느껴져서, 더 늙기 전에 바꾸려고 다시 한국 브랜드의 차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필요한 차종은 밴이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교향악단을 하다 보니 악기를 싣고 다닐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차가 필요했다. 그리고 밴쿠버는 눈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4륜구동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심심치 않게 눈이 오는 바람에 꼭 필요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런 차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4륜구동의 밴을 찾으니 애석하게도 한국제품이 없어서 이번에는 다른 브랜드의 새 차를 구입했다.

전자, 전기제품들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편리하기는 한데 새로운 제품으로 바꿀 때마다 두꺼운 책 한권 분량의 사용 설명서를 읽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이번에 구입한 차는 자동으로 가는 것에 똑똑함까지 더해진 것 같다. 덕분에(?) 사용설명서가 더욱 복잡했다 (운전부분 보다는 블루투스 등). 처음에는 남편이 대리점까지 쫓아다니며 배우는 것이 ‘뭐 그렇게까지…’ 라고 생각 했는데 차를 타보니 그럴 만 했다.

대부분 남의 차를 타면 운전 스타일이 자기와 달라 불편할 때가 있다. 특히 남편이 운전을 하면 부인이 중간 중간 간섭을 한다. 마찬가지로 반대의 경우도 있고.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앞 차와의 간격이 좁으면 깜짝 깜짝 놀라서 잔소리가 나온다. 내가 운전을 할 때 내 앞에 펼쳐지는 광경과 달라서 불안하고 무서운 것 같다. 또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할 때도. 앞을 안 보고 잠시 한 눈을 팔 때도. 그래서 남편이 운전을 할 때는 창가로 멋진 풍경이 보여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새로 산 차는 “삐삐삐삐” 주의 신호음을 내면서 내가 하고픈 말을 다 한다. 앞 차와의 간격이 좁아도,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해도…. 한 번은 앞 차와의 간격이 좁아져서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 브레이크!”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다른 때 같으면 남편이 뭐라고 했을 텐데, 자동차가 나의 의견에 동조해 같이 삐삐 소리를 내며 나를 응원 했다. 남편도 이젠 뭐라고 못한다. 나도 요즘에는 나대신 떠들어주는 차 덕분에 맘 편히 차를 타게 되었다. “아유 시끄러워” 하면서도 삐삐 소리를 잘 따르는 남편이기에 앞으로 운전실력(?)이 좋아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지금 거의 상용화 준비단계에 있는, 정말 자동차라는 뜻 그대로 사람이 필요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차가 나올 것이다. 지금보다도 더 똑똑한 차! 그렇게 되면 노인 분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 같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 목적지까지 다녀올 수 있는 이동수단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똑똑한 제품이 만들어지면 편한 만큼 노력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나이가 들면 귀찮다고 전에 쓰던 제품을 고집하시기도 하지만 그래도 똑똑한 제품들을 당당히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치매예방이다’ 라고 생각하며 두꺼운 사용설명서도 읽으려고 노력해보자.(사실 두껍기도 하지만 영어라서 더 읽기가 싫을 수도…) 이번 기회에 한국제품을 수출하는 회사에 꼭 부탁하고 싶다. “해외 교민과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제품에는 한국어로 된 친절한 사용설명서를 넣어주세요. 그것도 국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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