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숙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해질녘 강 언덕에 서서
깊고 투명한 겨울 강을 건너기 위해
고요히 옷 벗는 가을나무를 보라
발등에 수북이 쌓이는 여름의 무게
무성한 기억의 파편들
벌판을 휩쓸어 가는 바람에 맡겨 두고
정갈한 알몸으로
먼 길 떠나려는 이의 뒷모습을 보라
아무리 못생기고 작은
보잘것없는 나무라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을 힘을 다해 제 몫의 여름 무게를 짊어지고
온 힘을 쏟아 푸른 잎으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주고
새들을 잠재우고 매미들이 노래하게 한다
해거름 강 언덕에 이르러
비로소 겹겹의 무거운 옷 벗어놓고
빈 몸 빈 마음으로
빛나는 봄 언덕을 향해
발을 내 딛는 저 이름다운 영혼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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