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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태어나서 말없이 떠나가는 인생

眉柯 허억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9-12 09:53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이 부족한 사람도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기뻐서 환호했고, 나 자신은 큰소리로 울었다.  그러나 내가 떠나가는 날에는 주위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나는 말없이 떠나갈 것이다.

엄마의 뱃속에서 거꾸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막상 세상에 태어나니 너무나 어지럽고, 무섭고, 겁이 나서 우는 것이 아닐까?  세상을 떠날 때는 하늘나라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기 위하여 침묵하는 것이 아닐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사랑한다.  어릴 때는 부모의 한없는 사랑을 받아가면서 행복하게 자란다.  늘 미지의 세상을 동경(憧憬)하면서 제 나름대로 꿈(夢)을 키운다.  이 꿈(夢)은 자라면서 갖는 생활환경과 교육과정에 따라서 얻게 되는 사물에 대한 가치관(價値觀)에 의하여 각자 다른 모양으로 형성된다.  

이 시절에 그리는 꿈은 그 인생(人生)의 전 과정을 좌우한다.  돈을 추구하는 사람, 권력을 찾아 투쟁하는 사람, 명예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전 생애를 헌신하는 사람, 이 모두가 자신의 가치관과 그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道具)를 만들려고 삼십이 가깝도록 열심히 공부를 한다.

인생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배필을 만나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와 함께 일생동안 동거 동락할 좋은 배
우자를 얻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신중하게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을 찾아야한다.  조건보다는 사람의 인격이 훨씬 더 중요하다.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뛰어든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가는 곳마다 산이요 닿는 곳마다 물이다.  실패와 고난이 수 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꼬불꼬불 험난한 산길을 꿈을 찾
아 오르고 또 오른다.  어떤 사람은 이 산길에서 실족해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 한다.  어떤 사람은 65세까지 열심히 뛰어 봤지만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꿈이 깨어지자 세상을 저주하고 어두운 사망의 길을 헤맨다.  

65세가 되어 정부에서 연금이 나온다.  아름다웠던 꿈은 가을날 단풍잎처럼 떨어지고 살아져간다.  그 이상 못 이룬 꿈을 추구해서 무엇 하리?  일손을 놓고 집에서 편안히 쉰다.  허탈감
과 무력감이 가슴을 메운다.  작은 일에도 이유 없이 화가 치민다.  아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생을 보낸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감이 활화산처럼 터져 나온다.  

이 때가 사실은 인생의 황금기(黃金期)인데 많은 사람들이 공연히 낭비하기 쉽다.  65세부터 약 10년 동안은 대체로 건강도 괜찮고 연금도 나오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욕심을 다 내려놓고
인생을 즐겨야 한다.  내외가 손잡고 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낚시도 하고 취미농장도 하고.....

75세가 되면 몸의 근육이 굳기 시작한다.  조금만 일을 해도 담(痰)이 든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몸의 부품을 하나씩 재생하거나 교환하여야 한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한 사람도 비켜갈 수 없다.  하나님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살 수 있는 것을 감사하면서 기쁘게 살아야 한다.  이 기간에는 짧은 인생프로그램을 많이 짜서 하루하루를 즐겨야 한다.

나는 어언 팔십 고개(한국나이)의 언덕에 올라섰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씹으며 남은 세월을 응시한다.  85세가 되면 인생의 겨울이 되는가?  그 때에도 차를 운전하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하나님에게 더욱 가까이 가서 의지해야 되겠지.  하늘나라에 가는 꿈을 날마다 꾸어야겠지.  오직 그 꿈(夢) 속에서 감사하며 기뻐해야겠지.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사람이 각본을 짜고 자기 자신이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하는 하나의 드라마와 같다.  수 없는 NG(No Good)를 내고 수정(修整)을 반복하면서 최선을 다한 하나의 장편 사
극(史劇)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자기가 제작한 이 영화에 만족할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있을까?  각본을 잘 짜야한다.  자기 적성(適性)에 맞지 않는 각본은 단연코 연출하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삶이 행복할 수 없다.

하나님의 사람 모세는 그의 기도에서 인생을 너무나도 잘 묘사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날아가는 세월, 슬픈 인생, 그래도 꿈(夢)을 가지고, 무너져가는 나 자신까지도 사랑하면서 남은 세월을 웃으면서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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