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리멤브런스 데이와 파피

장성순 재향군인회 회장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11-08 20:56

11월 11일은 캐나다의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다. 국가를 위해 산화한 국군 장병 및 국가 유공자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현충일과 같은 의미를 지닌 날이다. 

11월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날이 리멤브런스 데이다. 이 나라의 청소년 예비병은 물론 중고등학생들이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붉은 '파피'(Poppy·진홍색 양귀비 꽃)를 지나는 사람들 가슴에 달아 주며 후원금 모금을 시작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리멤브런스 데이는 1919년 세계 1차 대전이 끝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1918년 11월 11일 월요일 11시에 정전 문서에 서명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아미스티스 데이'(Armistice day)라고 했으나, 1920년 대에 그 이름을 리멤브런스 데이로 변경했다. 모든 국민에게 보다 강한 국가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파피'(Poppy)의 근원은 제 1차 대전인 1915년 벨기에와 프랑스의 전쟁중 치열했던 전쟁터에 만발한 양귀비 꽃이 피어 있었던 인연으로 시작됐다. 1915~1918년 사이 양귀비 꽃의 번식률이 강해 황폐한 전쟁터에도 파피가 만발했다는 후문이다. 

1920년 미국재향군인회에서 메모리얼(Memorial)의 증표를 파피로 정했고, 1921년에는 캐나다가 리멤브런스 데이의 상징을 파피로 정했다. 이후 다른 국가들이 파피를 전몰 장병의 상징으로 정하면서 'Remembrance Poppies Made by War Veterans'로 발전됐다.

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국가적인 행사로 발전된 것은 보어 전쟁(1899-1902) 그리고 세계 제1차대전 (1914-1918년) 세계 제2차대전(1939-1945), 한국전쟁(1950-1953)에서 전사한 전몰장병을 비롯 1947년부터 세계평화군으로 파견돼 전사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한예우라고 짐작한다.

캐나다의 리멤브런스 데이는 세계 어느 나라도 본 받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캐나다 국민의 애국정신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으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마음속 깊이 자기생활의 신조처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캐나다에 정착한 날부터 이를 부럽게 느껴왔다. 한국군의 예비역으로 전쟁을 경험했기에 전쟁 중 전사한 전우들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리멤브런스 데이를 맞을 때마다 치열했던 전쟁을 기억하고, 파피를 판매하는 것이 애국심을 고양할 수 있는 기회라 믿고 있다.

몇 일 전에도 재향군인회 임원들과 비를 맞으며 파피를 판매했다. 한국 군의 예비역으로서 이 곳에 이민와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 후손들이 아직도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전쟁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처지에 있음을 잊지 말고, 조국의 국방과 안보를 느긋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파피를 권했을 때, 싫다면 이를 거절하면 그만이다. 이날 파피를 권하면서 “무슨 파피인가. 한국에 현충일도 안지키면서...” 라고 비아냥거리며 지나가 버린 중년 남성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 봤다.  그 사람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인간은 현실적이라 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 사람인가? 인생은 열정과 긍정적 사고로 멈춤없이 연속적으로 살아가야 할 의지, 상식에 순응하며 긍정적 자세로 결정하고 부정적인 사상은 배척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성공비결이라 했다. 

존재의 이유와 가치가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살고 있다는 현실감때문이다. 파피 판매는 누구의 요청이나 부탁이나, 지시가 아니라 오로지 각자의 자발적인 봉사정신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현실 생활의 어려움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남을 도와 준다는 참여와 희생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모인 금액은 캐나다 재향군인회 본부로가며 예비역들의 어려움에 보탬이되는 후원금에 지나지 않는다. 

파피를 달고 캐나다의 현충일을 기억하고 상기하는 나라 사랑의 증표인 것인데… 나라를 사랑한다는 뜻이 담아있기에 이곳 사람들은 서슴없이, 기쁘게 파피 달기를 요청하며 수고한다는 말을 아까지 않는다.

리멤브런스 데이를 기념하고 파피를 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에게 감사한 마음과 고마움을 나누는 일으며, 이것이 바로 애국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동포들의 긍정적인 인식과 참여 정신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성순 재향군인회 캐나다 서부지회 회장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겨울엔 하얀 눈이 펑펑 내려야 제맛인데 보슬비만 촉촉이 내린다. 한겨울인데도 마치 봄처럼 포근한 기온이 비를 내리는 밴쿠버의 겨울 날씨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땅을 가진 이 캐나다의 위도는 50도 선에서 70도 선을 넘어 거대한 동토(凍土)의 북극해까지 펼쳐져 있다.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에 있는 캐나다 서부, 서남쪽 아래 미국과 접경하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캐나다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위도 50도 선상에 놓여...
장성순
어머니란 단어는 어학적으로 고유명사(固有名詞)다. 그러나 어머니를 고유명사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까닭은 사람들 마음속 깊이 훈훈한 정으로 가득 차 있는 낱말이기 때문이다.인간존재의 근원이 바로 어머니로부터가 아닌가!어머니란 용어는 사람뿐만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 세계에서 영구불변의 용어이다. 어머니는 나(自身)라는 실체를 상징하고 있다. 생존하고 있든지 타계하였든지 간에 자기를 세상으로 온 힘을 다해 만들어 내주신...
장성순
팽목항의 슬픔 2014.10.10 (금)
아름다운 꽃이 피는 4월의 봄날, 상상할 수 없는 애처로운 사건이 모국에서 발생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교 학생들의 집단 희생 소식이었다.  신록이 우거지고, 여름 장마철도 지나고 천고마비의 계절로 접어,  추석 명절이 지나도록 밝은 소식은 없고 어두운 소식만 흘러 다니며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더욱이 불행의 사고 원인도 철저히 규명하지도 못하고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유가족들마저 국가의 법을 제쳐놓고 특별법을...
장성순
 밴쿠버에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머리카락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퇴직까지 하게 되었다. 내 생애 황혼의 종착역이 되어버린 밴쿠버, 그누가 수만 리 이국땅  캐나다에서  살아가게 만들었을까? 가끔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계절은 쉼 없이 변화한다. 겨우내 물안개 서린 비를 내리던 겨울이 아쉬움을 남기고 물러간다. 이제는 봄의 생동감이 봄 손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바야흐로 초록의...
장성순
11월 11일은 캐나다의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다. 국가를 위해 산화한 국군 장병 및 국가 유공자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현충일과 같은 의미를 지닌 날이다. 11월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날이 리멤브런스 데이다. 이 나라의 청소년 예비병은 물론 중고등학생들이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붉은 '파피'(Poppy·진홍색 양귀비 꽃)를 지나는 사람들 가슴에 달아 주며 후원금 모금을 시작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리멤브런스 데이는 1919년 세계...
장성순 재향군인회 회장
꽃들이 만발하는  5월은 싱그러운 녹음으로 변하면서 왕성한 활력으로 희망과 욕망을 낳는 6월로 접는다.  풍선처럼 꿈과 희망이 부풀어 오르는 20대의 젊은 같은 6월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꿈 속에 정체할 수 만은 없는 것, 그 6월은 항상 한결같이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으나 시간이 바람과 함께 가져 가 버렸고, 꿈속 같은 현실은 많은 날들과 함께 내 삶을 바꾸어 주고 생활 속 아품의 눈물들을 씻겨 주는 달이 되었다....
장성순 재향군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