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함께하기

홍유화 roslie@withyouaba.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4-04-19 10:25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아동들의 교육 환경이나 인지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캐나다의 교육 시스템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한국 일반 학교와 특수 학교에 있는 아동을 담당하는 동시에 캐나다 학교들과의 밀접한 협업을 해오는 입장에서, 캐나다 학교와의 협업 기회는 느린 아동과 함께하는 가족들이 캐나다에 있어야 하는 유일한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을 기회 삼아 학교 팀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적어도 이곳 광역 밴쿠버에 있는 많은 데이케어/프리스쿨/유치원/학교들은 저 같은 외부 행동컨설턴트(BC)에게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지금까지 약 50곳의 기관들과 협업을 해오면서 관찰을 거절당한 적이 딱 한 번 있었고(이조차 그 외 협업은 언제든 환영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외에 관찰 및 협업 요청은 항상 환영받았습니다. 전문가가 아이의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족들에게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씀을 드리기가 조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학교로 방문했을 때, 아이에게 직결되는 이점들이 많습니다. 먼저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상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가정 또는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치료팀이 보내는 시간은 이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지만 미국이 아닌 이상 이 시간을 학교 시간에 버금가게끔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하면, 그룹 내에서의 아동의 모습을 관찰하고 선생님들과 면담을 통해 아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학교 팀은 그룹 내의 아이 모습에서 걱정했던 부분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현실 가능한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 나갑니다. 때로는 외부 치료팀이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이 교내에서 병행될 수 있도록 제언되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 팀이 전문가와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아이의 강점/약점을 파악하게 되고, 교내에서 보였던 염려들이 교외에서 어떻게 연습이 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전문가가 이를 외부 프로그램에 반영하여 교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정이든 센터든 치료 프로그램에서 잘 되고 있다고 여겼던 영역이 학교에서는 어려움으로 비치고 있을 경우, 아이를 위한 방식으로 교내에서도 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고, 몰랐던 교내에서의 새로운 강점/약점을 외부 프로그램에 반영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가족들이 이러한 협업 과정이 자녀의 치료 예후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거나, 협업이 가능하다는 걸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협업은 치료 팀과 학교 팀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며,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도전을 극복하고, 그들의 발달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은 최선의 예후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알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협업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분들이 전문가에게 학교 방문에 대해 요청하는 것은 조심스럽거나 눈치를 볼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캐나다 학교들도 선생님마다 반영해 주는 정도의 차는 있지만, 전문가와 학교 팀의 협업을 통한 교류는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가족분들이 이 부분을 이해하시고 캐나다에서 지내는 권리 및 혜택을 통해 보다 나은 치료 예후로 한 걸음 더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