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홍유화 roslie@withyouaba.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4-03-22 08:39

‘저희 아이는 사회성을 배울 시기가 아니라서(준비가 안 돼서) 다른 영역에 집중하다가,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아 왔어요.’, ‘사회성은 나중에 걱정할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임상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오해 중 하나입니다.

사회성은 인간 상호작용의 기본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것은 가족 구성원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고 따라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배우고, 사람들 간의 미문서화된 규칙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등도 사회성의 일부입니다.

각 아이는 고유한 발달 단계와 임상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성 목표와 접근 방식은 아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성에 대한 '준비됨'의 정의가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들과 그 주변에서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아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지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일부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 놀거나 차례를 기다리는 것부터 사회성 학습이 시작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언어 인지 발달에서 미숙할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나아가 사회적인 대화나 행간의 뜻을 헤아리고, 타인과 문제를 해결하는 등 우리가 몰랐던 실생활의 많은 영역이 사회성 프로그램에 들어갑니다.

수많은 연구에서 사회성 발달에 있어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조기 개입이 이미 늦었더라도 단 하루라도 빠른 시작을 권유합니다. 사회성 개입에 대한 조기 노출은 뇌의 유연성과 직결되어 향후 상호작용과 관계에서 더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른 사회성 프로그램 노출은 차곡차곡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사회성을 학습할 기회들을 만들어 가게끔 도와, 누적 효과를 통해 미래 학습과 치료의 효과를 높입니다.

조기에 사회성 발달을 시작함으로써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예를 들어 사회적 고립, 우울증, 학업 문제 등을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들은 어려서부터 사회적인 신호(Social Cures)나 규칙 등을 적절히 이해하고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적절한 지원이 되지 않았을 때 나타납니다. 사회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기대치는 높아지는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고 노력할 동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놓인 답답함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사회성은 유아기 어느 시점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 엄마와 눈을 맞추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다른 기술들에 우선순위를 두어 사회성을 미루는 것은 그다음 시기에 도달해 버렸을 때 더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전 라운드에서 완료하고 알았어야 할 사회성 없이 지금 라운드에서 보다 심화된 사회성을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배우라고 한다면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도전일 것입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치료 계획에 선택권이 없었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스스로 사회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그제야 상담 및 치료를 통해 사회성을 배워 나가려고 한다면, 너무 막막하지 않을까요?

자녀가 사회성에 있어 어색함이나 미성숙함을 보인다면, ‘성격 때문이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고 안주하기보다 하루빨리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이나 영어가 약하면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을 찾아주지만,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사회성이 약할 땐 도움에 소극적인 우리의 인식이 많은 아이들의 보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지연시킵니다. 5년, 10년, 혹은 20년 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가족분들이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