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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이다

문영석 yssmoon@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3-11-24 15:43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이주와 모험으로 점철되어진 역사였다. 우리의 직계 조상들도 본래 한반도에서 산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중앙아시아와 일부는 동남아시아 해류를 타고 이주해 왔듯이 미래의 인류도 끊임없이 보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해 이주를 감행하게 될 것이다. 1985년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인 미국의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역시 아일랜드 이민 2세인 당시의 캐나다 수상 브라이언 멀루니(Brian Mulroney)와 손을 맞잡고 아일랜드인들의 애창곡 “휀 아이리쉬 아이스 아 스마일링” (When Irish eyes are smiling)을 합창하는 것을 보면서 아일랜드야 비록 유럽 본토에서는 조그만 소국에 불과하고, 불과 지난 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북미에서 영국인들로부터 온갖 천대와 박해를 받던 바로 그 아이리쉬 후손들이 지상의 최강국들을 움직이는 지도자들이 되어 자기민족의 애창곡을 합창하는 것을 보는 순간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다.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이며 아직도 온 세계 곳곳에서 꿈과 기회를 찾아 몰려오는 땅이다. 캐나다의 원주민들은 바로 우리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아시아인들이 12,000-20,000년 전 빙하기에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의 연결 지대였던 소위 ‘베링 육교’로 불리는 이 지역을 지나 이 땅에 들어왔고 백인들도 콜럼버스보다 이미 500년 전에 바이킹들이 이 땅을 발견하고 넘나들었으며 현재 캐나다인들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영국계나 프랑스계는 고작해야 대부분이 200-300년 전에 이주해 왔을 뿐이다. 백인들이 신세계에 대한 진취적 탐구와 모험정신으로 광대한 북미와 남미, 호주, 뉴질랜드 같은 엄청난 넓이의 대륙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유럽은 인구 폭발과 자원고갈을 감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주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민주주의 국가는 어느 누구도 이 권한을 제한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 전 세계에 흩어진 화교들이 중국경제의 세계적 창구 역할을 담당했듯이 현재 전 세계에 널려 있는 700만 한국 교포들과 그 후손들이야말로 주식시장의 등락과는 관계없는 가장 안전한 한국의 해외자산이자 투자이다. 폐쇄적 국수주의의 고수는 세계화의 물결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며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할 것이다.

캐나다는 창의력으로 승부를 거는 사회이다. 그런데도 한국 이민자들은 독창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늘 교민들 중에 누가 돈 잘 버나를 염탐하고 똑같은 모방을 시작한다. 나이 들어 이민한 기성세대들은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직장도 사업도 안 된다고 투덜대지만 말만 잘해서 돈 버는 것이 아님은 한국이나 캐나다나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창의력의 빈곤이지 반드시 언어장벽만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캐나다 이민자들이 주로 토론토나 밴쿠버 같은 대도시로만 몰려들고 언어장벽과 현지 시장정보의 미숙 때문에 결국 같은 지역에서 한인식당, 한인 식품점이나 부동산 중개업 같은 교민상대의 업종들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이런 집중은 필연적으로 교민들 사이에 “소경 제 닭 잡아먹는” 과당경쟁을 일으키게 된다. 어느 동네에 같은 교민의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바로 길 건너 혹은 바로 옆에 똑같은 가게를 열어 이윤의 저하와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다가 서로 사이좋게 망하는 꼴을 많이 보았다.

캐나다가 원하는 인간형은 놀고먹는 유한귀족이 아니라 숙련된 노동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인간형이다. 그러기 때문에 캐나다는 이러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쓴다. 캐나다는 무한정 넓은 나라이며 그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도 이민자들이 파고 들어갈 만한 구석은 수없이 널려 있다. 문제는 창의력은 없으면서 단숨에 그리고 편안하게 돈 벌려고만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도착해서 몇 개월 영어 배우고는 늘상 한국 TV와 신문을 벗어나지 못하고 한인 사회만 맴도는 한인 게토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런 기회나 구석이 보여질 리 없다.


문영석 교수 약력

University of Toronto 종교인류학 박사. 서울대, 서강대 외래교수, UBC 객원교수, 강남대 국제대학 학장. 캐나다학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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