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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는 언제까지 기축통화가 될까?

권오율 y.kwon@griffith.edu.au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2-07-04 16:00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일 큰 경제 제재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갖고 있던 6천억 불의 외환 준비금을 동결시켜 러시아가 손을 못 대게 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 돈은 러시아에 주지 않고 붕괴된 우크라이나 경제재건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액수인 3.3조 불의 외환 준비금을 갖고 있는데, 이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중국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그러면 왜 러시아나 중국이 이렇게 많은 외환 준비금을 미국 달러로 갖고 있을까? 이것은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key currency)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는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 i) 교환의 매개, ii) 가치의 저장, iii) 계산의 단위라는 세 가지 기능을 하면서 국내의 실물거래 결제와 금융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간의 무역과 금융거래를 위해서도 통화의 기본적인 세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는 기축통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어떤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로 통용되기 위해서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
i) 자유교환성(free convertibility)인데 한 통화가 다른 통화로 자유로이 교환되어야 국제간 무역이나 금융거래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유교환성을 위하여 기축통화 국가의 외환시장이나 자본시장에 국가의 통제가 없어야 한다.
ii) 국제간의 ‘계산의 단위’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 그 통화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통화가치의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 즉 그 나라에 인플레이션이 낮고 외환위기 같은 위험이 적어야 한다.
iii) 국내 통화량이 경제 규모에 따라 증가하는 것과 같이, 국제결제양의 증가에 따라 국제결제통화로서 그 공급도 증가해야 한다.
iv)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의 금융시장이 국제금융시장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과 조직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어느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까? 당연히 경제규모가 크고 국제무역이 높은 나라의 통화로 자연히 사람들이 국제거래를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니 나도 따라 하게 되는 소위 자체보강 피드백 고리(self-reinforcing feedback loop)가 생겨서 그 통화를 더 선호하게 되고 더 요구하게 된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그에 따라 그 통화의 공급량이 많아지게 되면 그 돈으로 차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차용 이자율이 낮아서 기업들도 그 돈으로 차용하게 되어 연쇄적으로 그 돈의 수요를 더 증가시키는 자체보강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처 19세기 말경 산업혁명을 갖은 영국이 세계 무역과 보험의 중심이 되면서 자연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 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달러는 현재 기축통화가 갖추어야할 네 가지 조건을 가장 잘 구비하고 있다.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에 국가의 통제가 없으면서 자유교환성이 잘 유지되고 있어, 국제 무역과 금융거래의 중재역할을 잘 하고 있다. 미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현재 세계의 외환 준비금의 64%가 미 달러로 되어 있으면서, 국제무역의 대부분(90%)이 미 달러로 결제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데, 과거 30년간은 매년 7.5%나 증가하여 기초통화로서 충분한 공급을 하고 있다. 최근 연방정부 부채가 국민총소득의 134%나 되고 총부채의 1/3을 외국이 갖고 있지만 부채가 자국통화로 되어있기 때문에 1997년 한국이 겪었던 것과 같은 외환위기는 갖지 않는다. 끝으로 미국의 금융시장은 국제금융시장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과 조직이 잘 구비되어 있다.

유럽연합의 유로화나 중국의 위안화가 왜 기축통화가 되지 않을까? 한때는 유로가 기축통화로 미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 기대되었다. 유럽연합은 경제와 무역규모가 크고 화폐가치가 안정되어 있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자유교환성, 계산단위와 가치저장 및 국제금융제도의 발달 등 세 조건을 충족하지만, 기축통화로서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유로연합국들은 재정적자가 적고 각국이 채권을 발행하여 채권 수익성이 각각 달라 유럽연합의 채권시장이 작은 데다가 분산되어 있어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중국은 미 달러의 기축통화제도에서 벗어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고 싶지만 당분간 그런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 경제는 미국 다음으로 크고 무역량은 세계에서 제일 많고, 화폐가치도 안정되어 있으나 자유교환성을 충족하기 어렵다. 이것은 자본시장에 국가의 통제가 있어 국제간 자본이동이 자유스럽지 않다. 왜 그렇게 할까?

경제학에 삼위일체 불가능(impossible trinity)이라는 이론이 있다. 어느 나라든지 i) 안정된 환율, ii) 자주적인 금융정책, iii) 국제간 자유로운 자본이동이라는 세 가지 정책목적을 모두 달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세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고, 어느 두 목적을 정책으로 택하면 세 번째 목적은 포기하고 자유로이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이론이다. 유럽연합을 제외한 미국, 캐나다, 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 세 가지 목적 중에 자주적인 금융정책과 국제간 자유로운 자본이동 목적을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의 환율은 시장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정해진다. 유럽연합은 유로화를 공동으로 쓰고(즉 고정된 환율) 각국 간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되어있다. 따라서 각국이 자국의 경제를 위해서 자주적인 금융정책을 실시할 수 없어 10여 년 전 그리스 같은 나라가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은 안정된 환율과 자주적인 금융정책을 통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간 자본이동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로워야 하는데 실제로 중국은 자본이동을 여러 가지로 규제하고 있으면서 때때로 자국의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과격한 통제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위안화의 국제간 자유교환성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은 독재국가체제라서 예측할 수 없게 자본시장을 규제하여 국제간 자본 유입·유출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위안화를 국제화폐로 가지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계무역에 차지하는 중국 무역의 비율은 12.4%로 미국보다 높지만, 국제무역의 1% 정도만이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당분간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고 미국 달러가 계속 기축통화로 되어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미국이 자국 통화를 신중성 있게 무기화하고, 미국 정치체제가 독재정치로 변질하여 독재자의 변덕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y.kwon@griffith.edu.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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