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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오역誤譯 유감有感 <2>

양민수 info@truelightlaw.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2-06-01 11:20

▶지난회에 계속

모름지기 외국어의 번역의 기본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이에 부합(符合)하는 단어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할 수 있도록 해당 외국어 단어를 번역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률문서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시민권(市民權)’이라는 단어가 영한사전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 여러가지 가설(假說)이 있겠으나 필자의 견해로는 조선말(末)에 이뤄진 영한성경의 번역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학자마다 저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885년에 아펜젤러(Henry Appenzeller)와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가 개신교(改新敎) 선교를 위해서 조선으로 입국하기 전, 이미 조선에는 중국어로 된 성경의 일부를 우리글로 번역한 성경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188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에서는 영국성서공회(BFBS, The British and Foreign Bible Society)와 스코틀랜드 성서공회(NBSS, The National Bible Society of Scotland) 등의 지원하에 성경번역에 대한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 중 사도행전 22장 26장을 보면 영어원문이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When the centurion heard this, he went to the commander and reported it. “What are you going to do?” he asked. “This man is a Roman citizen.” “백부장이 듣고 가서 천부장에게 전하여 이르되 어찌하려 하느냐 이는 로마 시민이라 하니”. 

또한, 빌립보서 3장20절의 영어원문이 다음과 같이 번역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But our citizenship is in heaven. And we eagerly await a Savior from there, the Lord Jesus Christ”(New International Version)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市民權)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재미있는 점은 이에 대해서 일본어 성경은 아래와 같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されど我らの國籍は天に在り、我らは主イエス・キリストの救主として其の處より來りたまふを待つ。“ 즉, ‘citizenship’을 일본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국적(國籍)”이라는 단어로 제대로 번역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말의 경우에는 영어성경을 처음 번역을 할때  ‘citizen’을 국가의 ‘백성(百姓)’이나 ‘국민(國民)’으로 자연스럽게 번역하지 못하고 문자그대로 city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시민(市民)’이라고 오역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오역한 단어들이 오랜 시간 계속 사용되다가 이후에는 그 오역이 더욱 발전(?)되어서 ‘미국시민권자’니 ‘캐나다시민권자’라는 부자연스러운 단어들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가지게 되는 권한과 의무를 갖게 되는 ‘국민’이나 ‘국적자’라는 단어와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른 즉, 마치 특정 국가의(특히 강대국의) 권리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시민권자’라는 단어의 사용은 반드시 지양(止揚)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외국어 단어들을 정리한 후 그 단어들의 유래와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후 우리말과 글에 맞는 번역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양민수 변호사의 Bonum Advoc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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