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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오역(誤譯) 유감(有感) <1>

양민수 info@truelightlaw.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2-05-16 14:31

필자에게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단어들 중 오역(誤譯)이 되었거나 자연스럽게 번역(飜譯)이 되지 않은 단어들을 고르라고 하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중에서 법률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immigration과 citizenship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약 35년 동안의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뿐만 아니라 훨씬 그 이전부터  많은 영어단어들이 일본학자들에 의해서 일본어로 번역된 후 다시 한국어로 재번역이 되었는데 해방이후에도 이렇게 일본학자들에 의해서 번역된 단어들이 우리 학자들에 의한 독자적 고찰(考察)과 검증(檢證)을 거치지 못한 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어진 것 같습니다. 

먼저, 영한사전을 보면 ‘immigration’을 이민(移民)으로 정의(定義)하고 있으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민을 간다’ 고 하거나 ‘이민자(移民者)’, ‘해외이민(海外移民)’ 등의 단어들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은 주지(周知)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자를 꼼꼼히 살펴 보면 이민의 ‘이(移)’는 옮긴다는 뜻이며 ‘민(民)’은 백성을 뜻함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이민(移民)’이라는 단어는 일반 백성들의 시각이 철저히 배제(排除)된 채 지극히 국정을 운영하는 관(官)의 시각과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번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한국인들이 최초로 미국에 이주했다고 알려진1902년의  미국 하와이로의 이주(移住)도 연이은 흉년(凶年)으로 인해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당시 대한제국(大韓帝國)의 백성들을 가엽게 여긴 주한 미국공사 알렌(Horace Newton Allen)이  고종황제에게 이들을 위해서 해외이주에 대해서 건의를 한 후 이를 고종황제가 윤허(允許)함으로써 가능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제국은 이 때 최초로 유민원(綏民院)이라는 정부기관을 설립하여 해외이주민들을 위한 여권을 공식적으로 발급하였습니다. 이후 1903년부터 1907년에 이르기까지 우리조상들의 하와이 이주는 꾸준히 늘어서 약 65회에 걸쳐서 7천명 이상이 삶의 터를 옮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1882년에 조선과 미국이 맺은 조미수호조약(朝美修好條約)이 체결(締結)되기 훨씬 전부터 당시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 무역활동을 하던 인삼장수들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진출을 했다거나 1902년 이전에 개인적으로 하와이로 이주를 한 이들도 있다는 기록이 있으나 본격적인 해외이주는 대한제국의 관리들의 주도하에 실행된 집단이주가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어 ‘immigration’이라는 단어의 우리말 번역은 개인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모국을 떠나서 타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주(移住)’가 아닌 국가기관의 정책에 따라서 자국민을 타국으로 이주시키는 ‘이민(移民)’으로 작의적(作意的)으로 번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의 ‘citizenship’도 한영사전을 찾아보면 ‘시민권(市民權)’이라고 번역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話者) 중 누구도  자신을 다른 나라사람에게 소개할 때 “저는 한국시민권자입니다”라고 소개하지 않습니다.

▶다음주에 계속

칼럼니스트 양민수 : 캐나다 BC 주 변호사/ 前 Ontario주 변호사 / 호주 New South Wales주 변호사 / 미국 Montana주 및 Delaware주 공인회계사 (CPA) / 호주 공인회계사 (CPA) /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Law School 졸업 /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Law School 졸업 / 고려대학교 (서울) 경영대학 졸업 



양민수 변호사의 Bonum Advoc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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