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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꿈꾸고 있니? 절대 깨우지 마!

정우찬 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1-06 14:57

어느날 잠에 빠진 우리의 장자.


 

나비가 되어 훨훨 세상을 날아다니고 있었지요. 날개를 팔랑이며 푸른 초원과 굵은 나무가 우거진 숲속,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정원을 기분좋게 날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는데 너무나 선명한 기억의 나비꿈을 꾼 탓에 자신이 장자인지, 아니면 나비가 사람이 되는 꿈을 꾸는 것인지 헷갈렸지요. 곰곰히 생각하던 장자는 드디어 물아일체의 절대경지를 깨닫게 됩니다.

 

위는 장자의 호접몽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장자의 물아일체, 무위자연의 사상을 논하자면 이야기는 끝없이 길어지겠지요. 이 자리에선 장자가 현실을 떠나 꿈에서 나비가 된 것처럼 현실을 꿈처럼, 꿈을 현실처럼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나비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보시지요. 그러다 홀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지도......

 

지난 11월초에 아이들과 함께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월드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주일간 디즈니 월드를 이리저리 구경하고 경함하면서 아이들은 정말 신나고 행복해 하였습니다.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돌아올 수 있었지요. 

 

디즈니 월드가 아이들의 천국이라면 휘슬러는 스키를 좋아하는 어른들의 천국이라 부를 수 있을겁니다. 며칠동안 잠깐 다녀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6개월 또는 일년 이상 장기간 머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스키와 스노보드에 빠진 젊은이들은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행복해 하지요. 이처럼 꿈속에 빠진 스키어들의 하루 생활을 따라가 볼까요?

 


<▲  집 앞에서 휘슬러스키장까지 이어진 눈덮힌 길. 이 길을 걸어 아침마다 스키장으로 향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스키를 들고 눈쌓인 길을 걸어 스키장으로 향합니다. 차가운 아침공기가 몸을 깨우고, 아름다운 눈길이 정신을 맑게 깨웁니다. 걸음마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밣히는 눈길은 어릴적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하루의 스킹을 상상하며 일킬로미터 남짓한 눈길을 걷는 것은 큰 행복중의 하나이지요.

 

곤돌라와 리프트를 갈아타며 삼십여분 정도 오르면 스키장의 칠부능선(1,800m)에 위치한 라운드하우스에 도착하게 됩니다. 휘슬러산에서 가장 큰 레스토랑인데 이 곳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길 기다립니다. 라운드하우스를 경계로하여 수목한계선이 설정되기때문에 라운드하우스 밑으론 나무가 많지만 그 위론 나무가 없어 온통 하얀 눈세상이 펼쳐집니다.

 


<▲  휘슬러를 누비는 한국인 스키어들. 뛰어난 스키실력으로 서양사람들의 눈을 번쩍 띄게 한답니다.>

 


수십미터씩 떨어지는 절벽이나 바위가 울퉁불퉁 솟아난 지역이 아니라면 어디든 스킹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선 즐길 수 없는 다양한 스킹이 가능하지요. 백컨트리, 파우더, 블랙다이아몬드, 범프, 트리런 등

 

하지만 하루의 첫 스킹은 항상 워밍업부터 시작합니다.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신체의 관절과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그런 뒤에 천천히 스킹을 하면서 설질을 체크하고 몸상태도 체크합니다. 아주 빠른 스피드를 내지는 않지만 한국 스키장 메인슬로프에 비해 3~4배 긴 슬로프를 쉬지않고 스킹을 하기때문에 한 두차례 웜업 스킹을 해도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적절한 컨디션 조절이 끝나면 그 때부터 신나는 하루의 스킹이 시작됩니다. 신설이 내려 파우더가 좋은 날엔 파우더 스킹을 즐기고, 날씨가 맑은 날엔 시야가 좋으므로 백컨트리나 블랙다이아몬드를 즐깁니다. 여기서 블랙다이아몬드라는 것은 한국에선 보기 힘든 급사면을 말합니다. 특히 처음 더블블랙다이아몬드를 접하는 스키어들은 '이런데서 스키를 어떻게 타?'라는 생각을 먼저 하곤 하지요.

 


<▲  휘슬러 피크 리프트와 리프트 위에서 바라본 블랙 다이아몬드 코스들. 절벽 사이로 지나간 스키어들의 자욱이 보는 것 만으로도 오싹합니다. >

 

 

날씨가 흐린 날엔 트리런이 아주 적격입니다. 안개속에 휩싸인 숲속을 헤매고 돌아다니다보면 머리 위론 하얀 김이 솟고 입가엔 커다란 미소가 걸립니다. 스킹의 가장 큰 즐거움중 하나지요. 특히 아이들은 트리런을 가장 좋아합니다. 마치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하루의 신나는 스킹이 끝나는 건 오후 3시입니다. 엄청나게 큰 산을 헤집고 다니느라 몸이 피곤한 탓도 있지만 오후 4시면 어둑어둑 해지기 때문에 대충 이 시간이면 스킹을 끝내고 집으로 향합니다.

 

대부분 나무로 지어진 목조주택이고 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벽난로가 갖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휘슬러의 집들은 한국 사람들에겐 휴가기간 잠시 다녀가는 별장같은 느낌이지요.

 

스키가 끝나고 돌아오면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집안을 훈훈하게 만듭니다. 두런두런 모여서 저녁을 준비하는 것도, 함께 모여 하루의 스킹이야기와 더불어 저녁을 먹는 것도 행복하고 푸근한 느낌입니다.

 

더군다나 별것도 아닌 것을 핑계로 술자리라도 펼쳐지면 하루의 모든 피로를 잊고 흥겨운 에너지로 가득찹니다. 누가 휘슬러보울에서 멋지게 날랐다느니, 누가 더 멋지게 카빙턴을 했다느니,...... 웃고 떠들며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스키이야기, 사는 이야기들과 함께 길고 긴 겨울밤이 지나갑니다.


<▲  한국 스키어들이 지내는 휘슬러의 베이스 캠프. 스키에 대한 열정으로 언제나 훈훈합니다. >
 

며칠전엔 저에게 스키를 배우는 제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갑자기 퍼뜩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외국 사람들 한 가운데 있는 저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습니다. 제 손에 안겨 있는 스키를 만져보고 '내가 꿈을 꾸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휘슬러 생활은 꿈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꿈이라면 깨지 않기를 바래야죠. 너무나 행복해서요."

 

이 정도라면 가히 장자의 호접몽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스키어들에겐 꿈같은 생활이지요. 장자가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했듯이 이 들은 현재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노닐고 있는 셈입니다.

 

 


정우찬

캐나다 유일의 한국인 CSIA 레벨4

캐나다 스키강사 양성 프로그램 [빅마운틴 캠프] 운영자

노르디카&피닉스 스키 데몬스트레이터

http://www.dreamnature.net (정우찬 개인홈페이지)
http://facerbook.com/san6194 (페이스북)



정우찬의 휘슬러 스키 이야기

칼럼니스트:정우찬

Web: http://www.dreamnature.net

Facebook: http://facebook.com/san6194

  • 캐나다 유일의 한국인 CSIA 레벨4
  • 국제스키강사 양성 프로그램 [빅마운틴 캠프] 운영자
  • 노르디카 & 피닉스 스키 데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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