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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민 온 진돗개의 실패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2-16 17:07

로스엔젤레스 경찰국의 경찰견으로 훈련을 받던 한국 진돗개 두마리가  탈락했다.   ‘대한’과 ‘민국’이라는 거창한 이름(합치면 ‘대한민국’)을 달고  전라남도 진도에서 날라온  두마리의 누렁이, 흰둥이 진돗개들은 지난해부터 로스엔젤레스 경찰국의 K-9유니트에서  집중 훈련을 받았지만  결국 경찰견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유는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과  ‘감정적(emotional)’이라는 것.   

두 명의 로스엔젤레스 K-9  경관들은  지난해 로스엔젤레스의 한인유지들을 따라 전라남도 진도에 직접 가서 똘똘한 진돗개 새끼 두마리를  받아왔다.  그동안 이들을 훈련한 경관들의 말이다.  “놀라운 개다.  5에이커 덤불 숲에 숨겨진  권총을 찾아낸다. 그러나 훈련장안에서는 경이롭던 이 개가  실제 현장에 나가면  주의력을 잃는다.  주변에 나뭇잎이 굴러가면 무언지 확인하려하고, 다른 개들을 보면 제압하려 한다. “ “주어진 명령에 따라 작업을 완수하지 않고 주위환경에 쉽게 끌려간다.  작업에 끝까지 몰입하기 보다는,   주인을 만족시키는데 관심이 있다.”  달리 말한다면 학교(훈련장)에서는 대단한데  범죄현장, 공항 등 실무현장(사회)에 나오면  임무완성을 못한단다. 

“주인에게 충성스러운데  쉽게 흥분(excitable)을 한다.  꼬리를 흔들며 감정을 겪는 걸 보여주며  명령을 내리는 경관과  일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곳,  복잡한 환경에서  군중제압,  무기색출, 마약발견등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기존의  경찰견들로서 독일산  세퍼드,  벨기에산 말리노이즈가 실제 현장에서 명령된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K-9경찰들의 말은 진돗개가  뒤떨어지는 개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돗개는 영리하며 냄새감각이  뛰어나다.  그렇지만  경찰견이 되기 위해서는  몇세대 더 순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진돗개는 사냥개이지  작업개는 아니다.  한국 군대에서 군견으로도 성공을 못했다.

개훈련전문가들은 들판을 달려야 할  말에게  쟁기를 얹어 밭을 갈게 하는 꼴이라고 비유한다.  과거 몽고군의 한반도 진입과 함께 들어온 진돗개는 호랑이 사냥에 다니던 개였으며 실제로 진돗개는 위험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마리의 진돗개들은 만주와 시베리아 에서 호랑이 사냥에 앞장섰었다. 

진돗개 애호가들은 샤냥개인 진돗개가,  규정에 충실한  경찰견으로 바뀌기는 힘들다며 진돗개가 마음껏  뛰어다니게 “내버려두라”고  충고한다.  또다른 미국인  진돗개 전문가는 진돗개는 일반개와 달린 ‘자기만의 마음, 판단이 있다’고 말한다.  즉 주인의 일방적인 명령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고집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어쨋든 진돗개 신화는 LA경찰견으로서는 먹히지가 않았다.  진돗개에 대한  우울한 편견도 많이 있다.  가축 동물보호소와 수의사 사회 에서는 진돗개가  핏볼과 함께 가장 사람을 잘 무는 개로, 사고뭉치 개로 평이 나있다.  1990년대 로스엔젤레스 한인사회에  불던  진돗개 사육붐은  수많은 사고와 법정소송 등으로  사그라져 버렸다. 

이점에 대해서도 진돗개 전문가들, 특히 미국인 으로 진돗개를 키운 사람들의 말은 다르다.  “진돗개는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며,  외부인을 경계하고,  한 주인 만을 섬기며,  깨끗하고,  감정적이며, 영토권을 주장하는 사냥개이다.  이런 개를 인간 커뮤니티에  안전하게 포함시키려면 주인과 개 모두 적합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  어쨋든 로스엔젤레스에서의 진돗개 품평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지난 8개월간 한국에서 LA경찰국으로 취업이민을 온 우리의 대표선수  진돗개  ‘대한’과  숙식을 함께 했던 K-9 경관이 하는 말이 재밌다. “ 좋은 경찰견은 명령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작업을 완수한다.  주인이 보이든 말든 어디에 있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대한’은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그는 작업을 중단한다.  결정적으로 이점이 고쳐지지 않았다.”  필자도 진돗개를 키운다.  자주  나와 비슷한 성깔을   그놈에게서  본다.   진돗개와 한인은 닮은 것이 많다.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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