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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슨칼리지 칼럼 2] RD가 뭐야?

손병설 원장 merinal@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0-09-13 14:38

매일 아침에 일찍 일터인 학교에 나가서 하루를 준비하며 생각한다. 학문에 진지한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건 너무나 흐뭇하다. 


얼마 전 학생 라운지를 지나는데 한 학생이 느닷없이 “RD라는 차 종류가 있나요?”하고 물어왔다. 당황하여 무엇일까 생각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알기 위하여 자세히 물어 보았더니 전날 나누어 준 듣기 뉴스에 나온 자동차 종류 중에서 RD가 있었다는 것이다. 학생과 함께 테이프를 들어 보니 AUDI를 RD로 잘못 들은 것을 알아냈다. 학생도 웃고 나도 웃었다. 학생은 잘못들은 것을 알아 냈다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난 학생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웃었다. 아마 그 학생은 앞으로 AUDI를 RD로 듣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날 나는 그 학생에게 내 나름대로 정리했던 영어 듣기 공부법을 설명하여 주었다. 혹시나 이 방법이 단 몇 명의 독자에게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로 적어 본다.


 빠른 시간 내에 영어 듣기능력 향상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많은 관심과 집중적인 훈련으로 이룰 수 있다.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밴쿠버에 온 학생들이나 영어 권내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우선 ‘관심’의 평점은 만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집중적인 훈련만 남았다. 어떻게 훈련을 하는 것이 좋을까? 훈련은 반복이다. 그러나 좋은 훈련을 받기 위해서는 정확한 교정을 받으며 하는 반복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우선 많이 듣자. 요즈음은 음성을 녹음하는 전자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서 쉽게 녹음 할 수 있다. 라디오 뉴스를 1분 정도만 녹음하자. 다시 재생하여 몇 번 들어보고 얼마나 들리는가 확인해보라. 잘 들리는가? 들리기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도 괜찮다. 


몇 번 듣고 나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펜과 노트를 준비한다. 앞, 뒤로 돌리면서 내용을 받아 적어 보자.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큰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하던 학생이 쓴 후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구토가 나오는 과정”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본 적도 있다. 영어 단어로 쓰기 힘들거나 스펠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소리가 들리는 대로 한글로 적어 보자.  


1분의 뉴스를 적는데 얼마나 걸릴까? 처음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또, 잘 들리지 않는다고 자책하거나 쉽게 포기하지도 말자. 말하는 사람의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고 중간에서 따온 말이라면 알아 듣기는 더욱 힘이 든다.  


다시 한번 들어 보고 그 전에 못들은 부분이 있으면 보충하여 정리한다. 그 다음, 정확하게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여 수정을 받는다. 정확한 교정 후 다시 들으면서 잘못 들었거나 틀린 부분을 다시 확인하면 “아 내가 AUDI를 RD로 들었네” 하며 다시는 그 부분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점 영어 듣기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혼자보다는 뜻이 있는 주위 사람들과 같이 돕고 격려하며 시간을 정해 놓고 훈련을 하는 것이 중간에 지쳐서 그만두는 것을 방지하는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이런 방법으로 리스닝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내게 “영어 연수를 잘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안부의 말과 더불어 “이번에 치른 공식 영어 능력 시험에서 리스닝 부분에 좋은 점수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곤 한다. “너무 힘들었지만 크게 만족하고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는 학생에게 고마움과 대견함이 함께 밀려옴을 억제할 수 없었다.


듣기는 살아가는 동안 중요한 의사 소통의 수단 중 하나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무시할 때 “귀를 막고 있다” 또는 “못 들은 척한다”라는 말을 한다. 들을 수 있으면서 귀를 막거나 못들은 척 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 듣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떨까? 말은 잘 하면서 듣지 못하여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몇 년 전 한국에서 듣지 못해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웃음의 소재로 만든 사오정 시리즈의 유머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영어권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혹시 사오정 시리즈의 주연배우는 아닐까?






'랍슨칼리지' 손원장의 교육칼럼
랍슨칼리지 손병설 원장

칼럼니스트: 손병설 원장 | Tel: 604-687-3259

주소: 541 Seymour Street, Vancouver, B.C. Canada V6B 3H6

  • 현 밴쿠버 다운타운 랍슨컬리지 운영
  • 충북대 약대 졸업
  • 경기도 의왕시 약국 운영
  • 1995년 캐나다 이주
  • 1996년 현 랍슨컬리지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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