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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보내면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12-26 00:00

글을 쓰면서 아쉬우면서도 가장 보람있는 때가 매해 마지막 글을 쓸때가 아닌가 싶다. 몇 주전에 첫 칼럼을 쓴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글이라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서 토론토 대학에서 재직중인  Liss Jeffrey박사의 디지털기술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인용해 올해 첫 글을 썻다. 디지털이라는 환경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아니라 효율성과 신속성을 크게 중요시 하는 디지털시대가 초래하는 질보다는 양의 시대에 대한 Jeffrey박사의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 크게 공감한바 있다. 그리고 우연히 접한 그의 글은 올 나의 칼럼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내게 큰 영향을 준다.

사실 필자는 아주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편이다. 늘 11월정도가 되면 미리 다음해 글을 써야 할 전체적인 road map을 설정하고 나름 글의 주제를 계절별, 월별, 그리고 주별적으로 완전히 정리 해 놓고 심지어 쓸 내용역시 단락별로 완전히 정리해 놓은 상태에서 한 해를 시작한다. 굉장히 프로그램화 돼 있는 나의 칼럼 접근방식은 효율적이고 이미 완전히 정리되어 있어 매주 글을 써야한다는 어떤 부담감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식의 글은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굉장히 직선적으로 읽는이에게 굉장히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있다.

‘명’이 있으면 늘 ‘암’이 있듯이 이런 식의 효율과 효과를 중요시 하는 방식의 글이 늘 좋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쓴 글을 읽으면 굉장히 톤 자체가 차다는 인상을 늘 받는다. 미리 철저히 준비되 있는 상태에서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글이 차겁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어떤 논리적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는 기술적인 보안은 물론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형용사들의 사용 역시 배제한 나의 글은 아주 차가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차가운 글이 과연 독자에게 어떤 친밀감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은 필자에게 큰 변화를 준 해이다. 먼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큰 변화를 시도했다. 2007년 12월에 꼼꼼히 정리한 칼럼 계획은 올 초 휴지통에 버리고 기획된 주제의 글보다는 필자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 또 느끼는 것을 순간적으로 마치 일기를 쓰듯이 올 한해 글을 썻다. 이 시도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효율성과 편리함을 버리고 독자와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고 싶었던 그런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에서 어떤 이야기의 주제를 상대와 나누는 입장으로 전환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풀어진 방식 역시 어두운 면이 있다. 치밀하게 준비가 되지 않고 다소 즉흥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글이 길어지는 현상이 있고 논란의 여지를 줄 수 있는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다소 간과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또, 같은 주제의 글이 시작과 끝이  시간적으로 선명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에를 들어 최근 ‘블루스’ 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철저한 계획이 있었더라면 아마도 지난 주에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됐을 것이다. 아마도 블루스관련 글은 2009년 초까지 갈 듯 하다.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한편으로 친밀감이 커진만큼 또 다른 하편으로 세밀함이 떨어진 점은 필자 역시 인정한다.

많은 변화가 또 있다. 필자는 스스로 연주자라고 하지만 지난 여러해를 돌아보면 나도 모르게 교육자의 모습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올해 역시 South Delta Second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밴드와 그외 다른 음악과목을 풀타임을 가르쳤고 여름역시 하루도 쉴 시간 없이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음악캠프을 운영하고 가르치느라 정신이 없었던 한해였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것이고 또 같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더 더욱 특별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다시 원래 연주자의 모습으로 돌아오려 한다. 올 9월부터 학교에 묶여있기보다는 보다 TOC (Teacher On Call) 라는 시간적으로 보다 더 탄력적으로 연주와 교사생활을 병행 할 수 있는 길을 택했고 한달에 한번씩 재즈의 메카 뉴욕을 방문 현재 뉴욕대에서 재직중인 Randy Johnston에게 또 다른 발전을 위해 세밀한 레슨을 받고 있다. 이렇게 지난 3개월동안 연주자라는 원래 나의 모습을 다시  찾은 것이 나에겐 큰 변화이다.

연주자의 모습 역시 큰 변화가 있다. 재즈라는 음악이 워낙 광범히 해서 그 안에서 나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마도 지금 재즈를 실제로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필자의 말을 잘 이해 할 것 이다. 나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자기가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하고 하다보면 자연스레 만들어진다는 어떤 이의 말처럼 나만의 생각 그리고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하다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슬슬 필자도 나만의 스타일을 가진 연주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2009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2008년은 필자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한 해였는지 궁금하다. 계획했던 일은 모두 이루셨는지 아니면 필자처럼 많은 변화로 인해 앞으로 할 일만  더 생겼는지… 또 건강하셨는지 즐거우셨는지 역시 많이 궁금하다. 많이 부족하지만 늘 여러분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또 본지 편집부의 많은 배려로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2009년에는 더 좋은 일만 있길 바라고 또 계획했던 일 더 많이 이룰 수 있는 멋진 한 해 모두에게 기대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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