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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뿌리 블루스(Blues)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11-17 00:00

 

우리는 재즈를 흑인음악과 유럽음악의 조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정의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보다 더 정확하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재즈는 유럽음악의 영향을 받은 흑인음악이다. 다시 이야기해서 재즈의 주인은 흑인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런 나의 주장에는 많은 반론이 있을 것이다.(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오늘날 재즈는 말을 가져다 붙이면 다 재즈가 되고 실제로 굉장히 다양한 재즈가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하물며 같은 북미주 나라인 미국과 캐나다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재즈를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재즈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잘 알 수 있다.

다양하다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적어도 이런 다양함에 고리타분한 조건이 있다. 기본적으로 그 다양성 안에 견고한 철학이 존재해야 하고 그 것을 위해 뿌리와 정체성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이렇게 요즘 사람 같지않게 아주 답답한 사람이다. 여하튼 오늘은 재즈의 뿌리인 블루스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하려 한다.

블루스 음악이란 무엇인가?
대게 ‘블루스’라 하면 예전의 ‘스탠드 바’에서 중년 남녀가 추는 춤을 생각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기에 대중화가 되기 참 어려운 면모가 있다. 블루스의 역사를 아주 대충 보면 과거 미국 노예제도가 있었을 때 흑인들이 즐겨 불렸던 소박한 그들의 민속 또는 민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음악에는 그들이 당시 겪고 있는 노예의 설움과 억눌렸던 감정 등이 잘 묻어있다. 쉽게 이야기 해서 흑인의 한이 묻어 있는 음악이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은 당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던 유럽의 궁중음악 클래식음악과 달리 전혀 이론적이지도 않고 학문적으로 너무 초라한 음악이다. 또, 사회 속의 인종적 우월성을 가진 백인들 역시 블루스는 하찮은 노예들의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했다.

이론(Theory)이란 말이 나온 김에 아주 하찮은 음악 블루스를 이론적으로 한번 해부해 보자. 먼저 곡은 무조건 12마디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하고 세련된 형식을 가지고 있는 ‘소나타’와 같은 클래식 음악에 비하면 역시 무척 초라하다.

화성은 더 없이 초라하다. 첫 4마디는 이른바 Tonic이라고 하는 제 1도 코드가 차지 하고 다음 두 마디는 Sub-Dominant라 하는 4도 코드 다시 1도 코드 두 마디 그리고 마지막 네 마디는 Dominant라 하는 5도 코드와 4도 코드 그리고 다시 1도 코드의 컴비네이션이다.

클래식의 Orchestration같은 멋진 화성이나 웅장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블루스를 연주하는 악기도 전혀 멋지지 않다. 말도 안 되는 싸구려 기타와 드럼만을 가지고 했고 요즘도 블루스연주자들이 비싼 명품 악기를 쓴다는 이야기는 어쩌다 가끔 들을 뿐이다.
블루스가 이론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어의 없는 것이 한가지가 더 있다. 위에서 말한 Tonic이라는 코드는 기본적으로 우리말로 장 화음이라는 Major Chord 또는 단 화음이라 하는 Minor Chord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블루스는 아주 뜬금없이 아주 불안해 당장 해결이 필요한 7th Chord의 성질을 사용한다. 그 다음 따라오는 코드 역시 7th Chord 끝날 때까지 다 불안한 화성만 사용한다. 이것은 흑인들이 영어를 할 때 말도 안 되는 문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Nobody Love Me, It’s More Better, It Ain’t Got the Swing……(지금 내가 사용하는 워드프로그램이 문법이 틀렸다고 고치라고 아주 아우성이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아주 어의 없는 것만을 담은 것이 블루스음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스 음악이 왜이리 내겐 멋진 것일까? 다름이 아니고 인간의 감성이 너무나 잘 묻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클래식 음악이 감성이 없는 음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크게 보면 궁중음악과 민중음악이 가지고 있는 감성은 비교할 수 없는 그냥 서로 틀린 것이다. 여하튼 시대를 초월 해 블루스 같은 민중음악은 연주자의 삶에서 오는 감성이 음악에 잘 묻어 있다. 그리고, 그 감성은 아주 직선적이며 매우 솔직하다.

또, 연주를 하면서 삶에 대한 말을 하기에 굉장히 시적(Poetic)이고 문학적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블루스만큼 인간의 감성을 가장 잘 나타낸 음악이 지금까지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아주 이론적이고 어렵다고 알려진 재즈는 이런 감성적인 음악 블루스에서 태생됐다.

필자는 사실 재즈를 하기 전 락(Rock)음악을 했다. (독자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나름대로 이곳 저곳에서 아주 잘 나가 나는 ‘락커’였다. 락과 재즈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고 누군가 내게 물을 때 마다 필자는 바로 감성에 대한 표현력의 차이라고 이야기한다.

재즈는 표현력이 정말 부족하다. 물론 반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락과 재즈를 모두 전문적으로 연주 한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동의 할 것이다. 같은 블루스에서 나온 음악장르들인데 왜 그럴까? 이런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너무 학문적으로 급속도로 발전해 온 것이 그 중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필자는 재즈는 흑인음악과 유럽음악의 조합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하지 않는다. 학문적인 발전이 재즈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그 매력을 망쳐놓았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물론 많은 학문적 연구가 재즈를 많이 발전시킨 면도 아주 많이 있다. 오해는 말자. 필자 역시 음악이론에 대해서 둘째가라면 아주 서러울 정도로 이론에 대한 박식함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음악이론이 이렇게 양날의 칼(Double-Edged Sword)와 같은 것이다.

필자는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자랑은 아니지만, 집에 LP와 CD를 합치면 약 3000장에 달하고 하드 드라이브 총 1500G 용량의 mp3 음악파일을 가지고 있다. 요즘 음악 들어보면 특히 재즈는 감성이 크게 실종 되어 있다. 필자의 연주 역시 녹음을 통해 들어보면 감성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화려한 기술과 아주 똑똑한 연주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멋진 화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문제는 비단 필자뿐만은 아닌 것 같다. 주위를 둘러봐도 감성을 표현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많이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재즈의 뿌리는 블루스라는 것은 어딘가에서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정말 블루스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이 없는 듯 하다. 감성이 실종 된 요즘 우리 블루스를 들으면서 한 번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님, 내가 정말 고리  타분하고 답답한 사람일까.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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