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화성중심의 캐나다 재즈 (4)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10-31 00:00

이번 주는 ‘화성 중심의 캐나다 재즈’ 4번째 칼럼이다.

지난 주에는 전형적인 세로적 연주를 하는 캐나다 재즈의 여러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련미, 섬세함, 그리고 실험정신이 강한 진보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 재즈는 최근 많은 재즈 전문가들로부터 크게 관심을 모으고 또 평가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듯 화성 중심의 캐나다 재즈도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오늘은 캐나다 재즈를 사랑하는 여러 팬 또는 전문가들에게 필자가 상당히 나쁜 악역 맡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단점을 보자. 캐나다 재즈는 지나친 화성중심 세로적 접근으로 큰 그림을 보는 시각을 많이 상실했다고 필자는 본다. 물론 필자의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판단은 단순히 캐나다 재즈를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여러 사람들과 캐나다에서 함께 연주를 하고 또 여러 다른 경험을 통해 주장하는 것이다.

재즈에서 즉흥연주(Improvisation)는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즉흥연주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말 잘 하는 사람이 대화의 주제를 서론 본론 그리고 결론으로 나누어 조리 있게 하듯 즉흥연주 또한 곡에 따라 조리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이 어려운 화성과 박자를 이용해서 연주하는 능력 보다 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언어적인 시각으로 돌아가서, 무작정 어려운 문장과 어휘를 사용하기 보다는 대화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상대방에게 아주 설득력 있고 쉽게 말하는 것이 능력 있는 대화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음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한 음악 편곡자들이 늘 영어로 하는 말이 있다.

“Simple is good; less is more.” 우리말로 하면 간단하면 좋고 더 간단하면 더 좋다는 말쯤 된다. 클래식에서 Orchestration으로 재즈에서 Arranging 이라고 불리는 화성을 이용하는 편곡기법은 무궁무진하고 이런 많은 기법에 여러 편곡자들이 많이 유혹되어 실제로 곡이 가지고 있는 ‘주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화성이라는 화려한 색깔로 곡의 주제가 완전히 묻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림으로 비유하면 색깔에 집착하다가 큰 스케치를 상실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음악에서도 주제는 그 어느 것 보다 더 중요하다. 어쨌든 캐나다 재즈는 자기의 생각과 표현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 이렇게 음악적 어휘력과 어려운 문장에 크게 집착한 결과 실제로 음악적 주제 안에서 간결한 연주가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단점이라고 하면 감성의 실종이다.
음악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5가지 감각(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들 중 하나이고 그 중 가장 감성적인 감각에 호소한다. 캐나다 재즈의 감성실종에 대한 배경은 다름이 아닌 복잡한 화성과 이론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이 아니다. 이론이라는 것이 늘 현장의 실전경험을 토대로 정립된 것이라 우리는 늘 공부해야 한다.

사실은 이론을 누구보다 더 강조하는 편이다. 다만, 이론이 실전경험 위에 있을 수 없다. 물론 이 문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는 실전에서 이론이 잘 통하지 않을 때 미련 없이 버리는 쪽이다.

이런 나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가 있다. 그 중 한가지로 Charlie Parker의 ‘Billie’s Bounce’곡을 보자. 곡의 10마디의 코드는 C7이라는 F Major Key에서 5도 코드이다. 이 코드에서는 이론적으로 코드의 4도인 F를 Avoid Note라 하여 사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실제 곡에서 너무 태연하게 쓰고 또 듣기도 굉장히 좋다.

이런 수많은 경우들을 이론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쉽게도 철저한 화성과 세로적 접근에 익숙한 캐나다 재즈는 이런 감성적 접근에 다소 인색하다. 심지어 이론보다는 철저히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블루스 조차 어려운 이론을 따지면서 연주하는 것이 캐나다 재즈이다.


또 다른 단점은 리듬감(Groove)의 부재이다.
필자가 말하는 리듬감은 정확한 박자의 개념이 아니다. 숫자로 생각하고 훈련된 리듬은 타이밍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고 리듬감이라고 하면 Groove라고 하는 박자와 리듬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재즈에서 스윙이라는 리듬은 평생 음악을 해도 알기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재즈 스윙에 대한 연습과 학습은 죽을 때까지 계속 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런 맛깔 나는 Groove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Triplet이라고 하는 3개의 음들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음을 이음줄로 묶으면 바로 스윙 표기가 된다. 그리고, 많은 캐네디언 연주자들이 이런 이론적 접근에 의해 그 어려운 스윙을 이론적으로 아주 간단히 연주한다. 그러나, 듣기에는 스윙인지 아니면 셔플(Shuffle)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철저한 이론적 마인드가 불러온 현상이다.


작년 이맘때이다.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테너 색소폰 연주자 Jimmy Greene이 공연과 클리닉차 밴쿠버를 찾았다. 운이 좋아 필자가 같이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캐나다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먼저 그는 필자가 지난 주에 언급한 것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화성과 섬세함 그리고 진보함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로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스윙감이 다소 부족하고 음악을 풀어나가는 큰 스케치가 없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클리닉을 하는 1시간 반 전부를 스윙감과 음악을 풀어가는 큰 그림에 대해 그는 할애했다.

재미있는 것이 한가지 있다. 전 세계 재즈 팬들과 마니아에게 사랑 받는 Miles Davis와 Wes Montgomery는 캐나다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다. 이 땅에서도 어딜 가나 그들의 연주를 배우고 모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전형적인 가로적 접근을 하는 연주자이다. 복잡한 이론보다는 자신의 솔직한 음악적 감성과 리듬감에 충실한 연주자들이다.

화성을 중심으로 철저히 세로적 접근을 하는 캐나다 재즈가 Miles Davis와 Wes Montgomery를 Role Model로 삼으라는 말은 다소 의외이다. 아마도 그들이 재즈 교과서에 크게 다뤄진 탓일까?

이상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