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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색깔(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8-29 00:00

아주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아주 쉽고 아주 쉬운 것 같으면서도 아주 어려운 것이 음악이다. 개인적으로는 웬만하면 쉽게 접근하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음악인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예전의 클래식부터 최근에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음악까지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장르의 음악이 생길 정도로 무척 다양한 음악이 있다. 예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예술은 자기 개인의 삶과 생각의 표현이라고 아주 가볍게 정의했을 때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는 것은 다원화 되어 있는 지금의 세상 속에 그만큼 우리가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이 언젠가부터 유행보다는 개개인의 독특한 색깔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생겼다. (이것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예술도 마찬가진 것 같다.) 이런 배경에는 1952년 John Cage의 4′ 33′′이라는 기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당시 충격적인 시도를 시작으로 60년대 ‘저항적 표현’의 음악인 록(Rock) 그리고 냉전이라는 이념의 통일성을 강조했던 시대가 막을 내린 사건이 있다. 더 나아가 서구에서는 1960년대부터 이른바 ‘경계의 해체’를 의미하는 Post-Modernism이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커다란 배경이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복합문화(Multiculturalism)는 Post-Modernism의 사회적 실천의 대표적인 예이다. 쉽게 정리하면 ‘우리’ 속에 내가 속했던 이전과 달리 서로 다른 ‘나’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는 것이 지금 동서양의 모습이다.

예전과 대조적인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 속에 음악 역시 전체의 색보다는 나만의 색깔과 개성을 중요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단한 연주실력을 대중과 전문가로부터 인정받는 다는 것은 기술적인 의미도 있지만 독특한 나만의 스타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물들을 보자. 최근에 주목 받는 재즈기타리스트 Lionel Loueke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기존의 정통적인 재즈와 아프리카민속음악이 섞여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연주자이다. 또, 우리가 잘 아는 Bill Frisell을 보자. 그 역시 단순히 ‘록’과 재즈를 썩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만의 색깔이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60년대는 Wes Montgomery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기타리스트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나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답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쉬운 답이라면 아마도 모두가 소위 ‘스타’연주자가 되지 않았을까?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세상은 모두에게 독특한 스타일과 색깔을 원하는데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구조(structure)적이고 틀(frame)이 아주 견고하다. 한쪽에서는 Post-Modernism이라는 듣기 좋은 구호를 외치지만 이렇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창의력보다는 생산의 효과(effect)와 효율(efficiency)라는 구호 아래 우리 환경은 아주 탄탄한 규율과 시스템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면접에서 인터뷰어(Interviewer)는 창의력 있는 인력을 원하지만 실제 일터에서 그들은 창의력보다는 규율과 시스템 안에서 효율과 효과 만점인 일꾼을 원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서로 모순 되는 논리인가? 비슷한 모순된 논리로 나를 포함한 우리 음악인들 역시 이런 서로 상반된 논리 속에서 자기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아니면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하고 효율과 효과 쪽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주에 계속)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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