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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비 행콕의 ‘The New Standard’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7-04 00:00

무더운 여름더위가 계속되는 7월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즈는 가을이나 겨울에 어울리는 음악이지 이런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과는 다소 연관성이 적어 보인다. 물론 나 같은 음악에 살고 죽는 사람은 찌는 무더위건 얼어 죽을 것 같은 겨울이건 또 어떤 장르의 음악이던 한결같이 즐기겠지만, 일반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재즈와 여름은 다소 거리가 있다. 어떤 글을 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그나마 여름에 어울리는 재즈음반을 다루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번 주부터 여름이 끝나는 9월초까지 하계에 맞는 재즈음반을 소개할까 한다.

사람마다 여름에 대한 느낌이 다르겠지만, 여름은 일반적으로 더 활동적이고 겨울이나 가을과 달리 보다 더 밝은 분위기임은 틀림없다. 또, 많은 사람들이 가족 또는 친구들과 휴가도 많이 가는 계절이라 에너지가 넘친다. 재즈는 화성자체가 많이 진보하기에(음악이 진보할수록 분위기는 어두워진다) 가을과 겨울에 더 어울리지만, 그래도 여름처럼 생동감은 물론 에너지가 넘치는 재즈도 많이 있다. 오늘은 이런 분위기에 딱 맞는 음반 한 장을 소개한다. 1996년에 발매된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The New Standard’가 오늘 칼럼의 주인공이다.

이 음반에는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고, 모든 곡은 예전의 일반적인 재즈 스탠더드 곡과 달리 비틀즈의 ‘Norwegian Wood’, 스티비 원더의 ‘You’ve Got It Bad Gird’, 그리고 프린스의 ‘Thieves in the Temple’ 같은 팝음악을 재즈로 재해석해 편곡한 것이 눈에 띈다. 아마도 그래서 음반 타이틀을 예전의 스탠더드 형식에서 벗어나 ‘New Standard’라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이번엔 멤버 구성을 보자. 먼저 테너 색소폰에 마이클 브레커, 기타엔 존 스코필드, 베이스 데이브 홀랜드, 드럼 잭 디조넷, 그리고 퍼커션에 돈 앨리어스라는, 정말 허비 행콕 큼이나 쟁쟁한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다는 화려함보다 더 내게 눈에 띄는 것은 이 모든 연주자들이 과거의 재즈스탠더드 스타일만 고집해온 연주자들이 아니라 재즈 안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를 늘 찾아온 연주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같이 연주해본 결과 서로 호흡이 좋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본인들만 알겠지만, 적어도 듣는 입장에서는 아주 절묘한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필자는 12년 전에 이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리고, 지금 또 들어보니 그때 느낌은 여전하다. 첫 곡 ‘New York Minute’이라는 곡은 아마도 모든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 그런 멋진 곡이다. ‘멋지다’는 설명 외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허비 행콕의 연주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이고, 중간에 터져 나오는 존 스코필드의 연주는 왜 그가 최고의 기타리스트인지 너무나 쉽게 증명해준다. 이 음반의 모든 멤버들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허비 행콕과 존 스코필드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늘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톱 클래스 연주자들이 당연히 그러려니 하지만,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자기페이스대로 연주를 쉽게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기복 없이 늘 자기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연주자들 이야기도 하자. 최근 세상을 뜬 테너 색소폰니스트 마이클 브레커는 ‘Pentatonic Scale maste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5개의 음들로 구성된 Pentatonic 음계는 가장 쉽게 배우고 가장 많이 쓰는 음계인 동시에 가장 어렵고 가장 흔치 않게 쓰는 음계이다. 이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인 보스턴 출신 테너 색소폰 연주자 Jerry Bergonzie 역시 아주 쉽사리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음계이다. 5개 음을 가지고 음악을 풀어가는 그의 연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허비 행콕이나 존 스코필드처럼 도입부분이 화려하고 듣는 사람의 귀를 한번에 사로잡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이제 리듬섹션 차례다. 먼저 베이스 데이브 홀랜드부터 보자. 영국 출신인 그는 미국의 흑인적인 폴 챔버나 론 카터와 같이 아주 정통 베이스라기보단 유럽의 느낌이 많이 묻어 나오는 연주자이다. 화성에 관심이 지대하고 아주 정확하며 크리스천 맥브라이드 같은 연주자처럼 모험을 즐기기보다는 확실히 안정감을 최우선시하는 듯하다. 특히, 3번째 곡인 ‘Norwegian Wood’란 비틀즈의 발라드 곡을 들으면 그가 음악적으로 가지고 있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드러머 잭 디조넷에 대해 이야기 하자. ‘Post-Tony Williams’라는 닉네임을 가질 정도로 화려한 연주를 하고 즉흥연주는 물론 드럼을 생동감있게 연주하는 것을 이 음반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런 연주자는 틀에 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연주를 선호하는 뮤지션들에게 늘 같이 연주하고 싶은 스타일이다. 실제로 1969년에 자유로운 재즈를 선호한 대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부름을 받고 드러머 토니 윌리엄스의 뒤를 이었다.

이 음반은 정말 여름에 어울리게 에너지와 정열이 넘친다. 첫 곡 ‘New York Minute’부터 마지막곡 ‘Manhattan’까지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연주가 계속 된다. 박진감과 긴장감이 있어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 음반이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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