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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국제 재즈페스티벌 후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6-27 00:00

지난 22일 밴쿠버 국제 페스티벌의 길거리 공연을 볼 겸 오래간만에 개스타운을 찾았다. 모든 공연이 시작하는 정오보다 늦은 오후 1시 반쯤이라서 벌써 많은 인파들이 거리를 메워 다소 분주한 모습이었다. 벌써 20년이 넘은 행사라서 그런지 많은 인파 속에서도 깨끗한 시민의식과 질서정연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밴쿠버 다른 지역과 달리 개스타운은 유럽풍 비슷한 고전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거리라서 재즈라는 분위기 있는 음악과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개스타운에서 가정 먼저 찾은 장소는 증기시계(Steam Clock) 옆에 위치한 밴쿠버 선(Vancouver Sun) 무대였다. 밴쿠버에서 소위 가장 잘 나간다는 트럼펫 연주자 브래드 터너가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리허설을 하면서 음향을 점검하고 있었다. 야외공연을 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옥외에서 하는 공연의 음향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연주도 엉망이 될 뿐 아니라 관객들 역시 그다지 음악의 감동을 느끼기 쉽지 않다. 다시 정리하면, 야외공연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음향이다. 일반 관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공연에서 음향을 점검하는 리허설을 보는 것도 큰 재미이다. 좋은 공연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연주자들과 스태프를 근거리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멋진 관람방법이다.

음향점검이 너무 길어져 필자는 동쪽 끝 무대로 갔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재즈 빅밴드 연주가 한참이었다. 밴드 디렉터는 무척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굉장히 전통이 있는 밴드인 듯했다(참고로 필자는 길거리 공연을 볼 때 의도적으로 행사프로그램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보다 더 길거리 공연을 자유롭게 즐기기 위해 웬만하면 틀을 벗어나려 노력한다). 역시 관록의 빅밴드라 그런지 관객과 유무(有無)형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했고, 특히 여성보컬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무대를 더 빛냈다. 역시 가사를 통해 몸에서 느끼는 것을 가장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악기인 인간 ‘목’의 위력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길거리에 많은 인파들이 삼삼오오 자리에 앉아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개스타운의 또 다른 무대 빅토리 광장(Victory Square)으로 가자. 필자가 예전에 재즈 빅밴드와 작은 앙상블에서 같이 연주했던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장소보다는 규모가 작은 장소이고 필자와 같이 다소 젊고 유망한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는 장소이다. 개스타운에서 약간 떨어진 장소라 관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다른 무대와 달리 주위에 카페와 식당과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들이 없어 다소 재미있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밴쿠버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장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은 필자가 취미로 활동하는 사진동호회사람들(음악과 큰 관계가 없는)과 함께 했다. 어쩌면 음악을 예술적 관점에서 학문적 관점 등으로 자세히 행사를 본의 아니게 습관적으로 분석하는 나보다는 자연스럽게 행사를 보고 즐기는 함께 했던 사람의 말이 더 정확할 것 같아 그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의 반응은 재미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조금 느슨했다고 한다. 이것을 보는 시각도 각 사람의 배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실히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한국사람들, 불어권, 서반어권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했던 것이 사실이다(반대로 고상한 면이 있는 것이 밴쿠버의 장점이다). 축제의 긴장감과 역동적인 면들이 없었고 연주자들 역시 관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는 기술과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다시 이야기하면, 행사에 끈끈함이 없었다. 물론 밴쿠버 재즈페스티벌이 몬트리올이나 뉴욕처럼 음악의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곳과 같이 갑작스레 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캐나다 서부를 대표하는 행사로서 보다 더 행사의 페이스(Pace) 관리에 신경을 써 긴장감을 높이고 더 역동적인 축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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