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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튼 마살리스 공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5-24 00:00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가 빅밴드 링컨 재즈 오케스트라(Lincoln Jazz Orchestra)와 함께 하는 공연이 6월 27일 다운타운 센터(The Center)에서 있을 예정이다. 20명 가까이 되는 많은 연주자와 함께 화려한 음악을 선보일 이번 공연은 아마도 올 재즈페스티벌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공연이 될 것이다.

윈튼 마살리스는 1980년대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트럼펫연주자라고 한다. 화려한 연주와 절제된 연주가 조화를 이루고 음악을 이해하는 눈이 커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적 배경이 큰 특징이다. 또, 재즈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 그의 공연이 기대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1961년 재즈가 처음 태생한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이른바 영재교육을 받는다. 어떤 음악적 장르를 정해놓고 음악을 배운 것이 아니라 모든 음악의 기본인 박자부터 트럼펫의 톤을 다듬는 일, 혼자가 아닌 여러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앙상블경험을 어느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배워나간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교내 재즈밴드는 물론 콘서트밴드에서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어려서부터 한 계단씩 밟은 이런 교육은 그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기본기와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의 배경이다. 고교졸업 후 그는 클래식 명문 줄리어드 음악원에 진학한다. 그리고, 1980년 ‘All American Hero’라는 음반으로 데뷔한다.

그의 음악적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트럼펫 소리(Tone)이다. 대개 재즈트럼펫은 다소 거칠고 공격적인 성향이 있다. 그러나, 윈튼 마살리스의 연주는 이른바 ‘Rounded Tone’이라고 하여 둥글고 부드러운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어려서부터 재즈와 클래식을 동시에 연주한 경험이 있어 클래식이라고 하기엔 거칠고 재즈라고 하기엔 아주 부드러운 톤을 가지고 있다. 그의 솔로 역시 거칠기보다는 절제되고 다소 정리가 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예쁜 소리를 필자를 포함해 좋아하는 많은 재즈 팬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재즈답지 못하다고 싫어하는 팬들도 더러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 다른 특징은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스탠더드’라는 정통재즈만 고집한다는 점이다. 60년대와 70년대에 한참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던 ‘아방가르드재즈’와 ‘퓨전재즈’의 영향을 어느 누구도 받지 않을 수 없을 시대를 보낸 그가 정통재즈만을 해온 것을 보면서 음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링컨 재즈 오케스트라라는 재즈의 전통적인 틀인 빅밴드를 만들고 활동하는 것을 통해 그가 얼마나 재즈의 정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그의 재즈 정통성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 카트리나 허리케인 참사 때도 엿볼 수 있다. 당시 많은 재즈 연주자와 달리 그는 직접 뉴올리언스에 가서 피해자들과 함께 했고 재즈의 본고장이라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

그의 대해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이 있다. 정통재즈트럼펫 연주자 프레디 허바드에게 큰 영향을 받아 그의 스타일을 많이 연구했고 이후에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연주스타일 뿐 아니라 여러 부분을 많이 답습한 것을 알 수 있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90년대 초 사망한 이후, 그는 스스로 자신이 마일즈 데이비스를 대신할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마도 정통재즈에 대한 그의 집착 역시 이런 생각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의 연주는 물론 그가 해왔던 일들을 보면 그가 마일즈 데이비스를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가 마일즈 데이비스의 뒤를 잇는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홍보해주는 이가 없다. 이런 배경은 마일즈 데이비스가 살았던 지난 20세기의 시대적 배경과 다른 지금의 시대적 상황이다. 냉전이 지난 90년대 이후는 절대적인 인기와 힘을 가진 연주자가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나오지 않고 있다. 개개인의 특징과 개성이 철저히 대접받는 21세기에 모든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연주자를 원치 않고 또 어느 누구를 대신하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없다. 윈튼 마살리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했다. 하지만 위로할 만한 것은, 그가 재즈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번 재즈페스티벌에서 볼 공연이 많이 있지만, 20명 가까이 참여하는 공연은 이 공연이 유일할 것이다. 스케일은 물론 재즈의 정통성 역시 가장 큰 공연이다. 윈튼 마살리스가 함께 하는 링컨 재즈 오케스트라는 밍거스 빅 밴드(Mingus Big Band)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재즈 빅밴드이므로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윈튼 마살리스의 멋진 연주와 재즈의 큰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될 것이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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