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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비전문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4-25 00:00

예전에 일반인이지만 야구전문가수준의 룸메이트와 살았던 적이 있다. 필자는 그의 야구에 대한 지식에 놀라 야구에 관한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은 야구선수출신이어야 한다며 야구에 관련된 일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또, 한다 한들 비전문가 출신이기 때문에 많은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예로 어떤 네티즌이 연주자출신의 음악평론이 비연주자의 음악평론보다 깊이가 있고 읽을만하다고 주장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음악전문가는 연주자출신이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결국은 자격에 대한 논란이다. 그러면 평론이나 칼럼을 쓰는 일은 반드시 연주를 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일일까?

이런 자격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어왔다. 과거 음악을 무척 좋아했던 후배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어떤 음악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경험했던 많은 어려웠던 일들을 들은 기억이 난다.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연주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쉽지 않아 많은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연주자입장에서는 음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사람들이 관심만 있다고 일을 진행시키고 연주자들의 생각과 고민을 관철시키지 않는다며 소리 없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실제로 비연주자들은 연주자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 알 수가 없다. 왜 충분한 리허설이 필요한지, 또 어떤 장비와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작던 크던 서로간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음악평론을 이야기하자. 확실히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사람이 쓰는 글은 위의 네티즌의 말처럼 다소 깊이가 있고 비연주자들이 쓴 글과는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어떤 글을 읽으면 연주자가 썼는지 아니면 음악을 사랑하는 비연주자가 썼는지 첫 단락만 읽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을 직접 연주했기에 연주자들이 느끼는 것들은 물론 음악에 대한 소견과 견해를 들을 수 있다. 또, 음악을 보는 시야가 크고 전체적인 흐름을 잘 알고 있어 여러 가지 다룰 내용들이 많이 있다. 다시 이야기하면 평론의 기준과 칼럼의 주제가 무척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한 것은, 그러면 비연주자들은 음악행사도 음악평론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이다.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연주자들이 절대 갖고 있지 않은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행사 운영과 진행을 연주자에게 맡긴다고 가정하자. 과연 행사를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만약 필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면 연주자에게 자문 역할을 부여하지, 운영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나 같이 연주와 음악지도만 하던 사람은 행정능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과 함께 해 사회성이 크게 떨어진다. 음악행사의 주체는 음악이지만, 행사의 목적은 음악 외 많은 다양한 것들이 있다. 이 모든 것을 담당할 수 있는 행정능력과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라면 행사를 운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그렇지 않다. 행사운영진에게 많은 불만을 갖고 있는 연주자들이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한번쯤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행사에 음악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관련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먼저 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연주자출신 평론가들은 글쓰기 능력이 형편없다. 철자와 문법이 틀리는 것은 기본이고, 표현방식도 그리 부드럽지 못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읽는 이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기본인데 연주자들이 쓴 글의 또 다른 공통점은 마치 자기자신에게 쓰는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1인칭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글을 읽는 대상이 제외된 것이기에 좋은 글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리고, 혹시 아주 잘 쓴 글이라 한들 굉장히 어렵고 일반 대중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이 대부분이다. 솔직히 필자 역시 이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비연주자들은 글 솜씨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적절히 잘 다뤄 오히려 더 좋은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다. 이렇게 서로가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할 때 그 사람의 배경을 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른 배경은 다른 과정을 만들고, 결국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온다. 우리가 다른 환경과 배경에서 가진 단점들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연주자와 선수출신은 잘하고 그렇지 못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좋은 예로 예전의 영국 프로축구 클럽 첼시의 조세 무링뇨 감독을 보자. 그는 선수출신 감독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선수출신이 못했던 것을 모두 이뤄낸 사람이다. 음악평론을 하던, 행사를 진행하던, 그외 다른 일을 하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으면 늘 공부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 배경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아직도 배경이 밥 먹여주나?).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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