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이론과 실전경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4-14 00:00

우리가 살다 보면 가끔 이론과 실전은 많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초년생들은 학창시절 때 배웠던 것과 실제상황이 많이 다른 것을 경험한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필자 역시 처음에는 많이 당혹스러웠고 그 차이점 안에서 많은 고민을 한 적이 생각난다. 이처럼 이론과 실전이 많이 다른 점들이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특히 음악에서 이론과 실전경험은 서로 분리시킬 수 없는 관계이고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자.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론이 재미가 없다고 한다. 음악은 듣는 것인데 보고 읽고 생각해야 하는 이론이 재미있을 리 없다. 음악을 언어라고 가정했을 때 이론은 다름아닌 문법과 같다. 물론 이와 같은 음악문법을 많이 안다고 음악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실전을 중요시하는 경험주의자들은 이론주의자들이 생각이 많아 순발력이 떨어지고 실제상황이 원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고 종종 비판한다. 필자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조금 깊게 들어가 생각하면 문법이 약한 사람이 좀더 깊이 있는 주제를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음악 역시 이론이 약한 사람은 깊은 연주와 음악을 작곡할 때 한계에 종종 부딪힌다. 음악이 학문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큰 틀을 이해하고 무언가를 자기의 것으로 체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이론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론을 이야기했으니 이제 실전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자. 사실 필자의 경우는 이론보다 실전경험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연주자의 길을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누구를 만나도 더 많이 아느냐를 따지기보다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느냐를 유심히 본다. 실전경험을 통해 얻는 것들은 이론책들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필자는 실전을 통해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우리말은 바로 그만큼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이론에서 틀린 것이 맞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맞는 것이 틀린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본인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론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기에 실전경험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럼 왜 사람들은 이론주의자(Theorist)와 경험주의자 또는 행동주의자(Behaviorist)로 나누어지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인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자신의 주의를 잘 보면 경험을 우선시 하는 사람과 이론과 지식을 기초로 움직이는 두 부류의 사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인 역시 이론주의자와 행동주의자로 나눠지는 경향이 있다. 나누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 더 들어가면 이론주의자들은 심하게 이론에 심취해 책과 씨름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전경험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경험주의자들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 노력해야만 하는 공부보다는 용기를 내어 한 번 경험한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공부는 조금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이론서를 보면 틀린 말이 없어 늘 안전하고, 경험은 늘 이론보다 위에 있다는 생각이 이런 양극화 현상을 가지고 오는 것 같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했듯이 이론과 실전경험은 서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이론과 실전을 생각했을 때 꼭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이론은 모든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되고 기록되어 발전돼 온 것이다. 따라서, 이론공부에 힘쓴다는 것은 그만큼 실전경험에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준비와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반대로 경험이라는 것은 그 동안 공부했던 이론을 실전에서 확인하고 또,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다른 세계의 이론에 접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론과 실전은 서로 공존하는 것이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론과 실전이 다르다는 논쟁은 늘 있어왔던 이야기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논쟁의 주제인지 한 번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