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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꼭 학교에 가야 배우나? (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3-06 00:00

이번 주 칼럼은 음악학교에 관한 이야기다. 음악학교에 가야 음악을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이야깃거리다. 먼저 필자는 꼭 가야 배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꼭 학교를 피할 필요도 없다는 아주 중립적인 입장이다. 이런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이유는 다름아닌 양쪽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의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양쪽 의견이 너무 팽팽히 맞서고 있고 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장단점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연주 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공연 후 여러 연주자(독학으로 음악을 하는)와 함께 뒤풀이 겸 밤 늦게까지 술 한잔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지나 술기운이 돌자 그 중 한 사람은 나처럼 음악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무척 못 마땅한지 학교 물을 먹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하나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공격했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듣고만 있었다. 성격상 공격을 받을 때 그 공격이 제대로 된 공격이면 아주 화끈하게 받고 제대로 망가지는 스타일이다.

며칠 후 예전에 같이 힘들게 공부했던 선후배들을 만나 술 한잔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며칠 전 내가 받았던 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음악인들에 대한 단점을 끝까지 파헤치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비판을 했다. 나 역시 많이 공감하는 이야기이지만, 듣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 또 배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 갑작스레 학생 중 한 명이 학교에 대한 장단점을 물어봐 기억을 되살리면서 예전에 생각했던 장단점을 적어본다.

먼저 학교에서 배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살펴보자. 많은 장점 중에서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많은 연주자들과 교류의 기회이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학교에 온다. 연주스타일도 다르고 또 음악을 해왔던 배경 역시 다르다. 따라서, 서로 많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내가 그전에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세상을 보다 더 넓게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굉장히 큰 혜택이다. 또 다른 것은 학교 내에서는 정보가 넘쳐난다. 인간은 정보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미래에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큰 혜택이다. 마지막으로 역시 학교의 기본적인 기능인 훈련에 있다. 체계적인 교과과정으로 학생을 훈련시켜 어느 단계까지 올려준다. 학교를 나온다고 연주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는 바탕을 가지고 있다. 또 한가지 더하면 역시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이다. 학교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이룬 네트워크는 먼 훗날 사회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장점을 살펴봤으니 이젠 단점을 살펴보자. 대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훈련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다지 창의성이 없다는 점이다. 입학 때부터 시험이라는 구조의 틀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 한계를 벗어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또, 모든 교육을 체계화된 시스템에서 받았기에 모든 것을 시스템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기에 시스템 밖의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면이 아주 크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조금 답답한 면들이 있다. 또 다른 단점으로 네트워크라는 보호막이 있기에 예술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크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솔직히 어디어디 출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치고 음악을 잘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이것이 구조주의(Structuralism) 의 한계이다. <다음 주에 계속>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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