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칭찬합시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2-22 00:00

예전에 한국 TV연예프로그램에 ‘칭찬합시다’라는 코너가 있던 것이 기억난다. 어떤 잘한 일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칭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어떤 것을 칭찬해야 하고 또 어떤 것이 칭찬을 받을 일인지를 알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느닷없이 칭찬이라는 것을 말하는 이유는 최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칭찬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교에서 주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지만 두 과목은 초등학생을 가르친다. 며칠 전 비틀즈의 ‘Let It Be’ 를 가르치다가 중간에 기타솔로가 있어서 아이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직접 솔로연주를 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연주가 끝나자 많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앉은 아이 하나가 “선생님, 소리가 너무 작아서 하나도 안 들렸어요. 에이, 그게 뭐에요? 다시 제대로 하세요!” 학교 내 다른 여러 수업이 있어 일부러 작은 소리로 연주를 했지만, 한 아이의 이런 투정으로 수업분위기가 금방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학생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수업분위기는 반대로 끝날 때까지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리학 용어 중에 ‘Positive Reinforcement’와 ‘Negative Reinforcement’가 있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 이야기하면 ‘칭찬’과 ‘꾸중’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물론 지휘자와 스포츠 코치, 기업에서 사람을 부리는 관리직, 국가 행정을 담당하는 모든 이들은 이 기본적인 심리이론을 사용한다. 외교문제에 있어서도 이 심리 이론은 적용된다. 간단한 예로 우리가 북미간 외교관계를 통해 잘 아는 ‘당근과 채찍’이라는 것 역시 크게 해석하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두 개의 Reinforcement라고 할 수 있다.

칭찬은 어떤 것이 잘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확실히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이런 확실한 개념은 무엇을 또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칭찬을 받으면 되풀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므로, 어떤 옳은 일을 했을 때 칭찬을 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칭찬은 또한 분위기를 살린다. 잘한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가라앉을 이유가 없다. 나 역시 학교에서 아이들이 잘하면 의도적으로 칭찬을 공개적으로 한다. 5초도 걸리지 않는 이런 칭찬이 나머지 한 시간은 물론 앞으로의 분위기까지도 좌지우지한다.

그럼 거꾸로 생각해보자. 어떤 연주자가 연주를 잘 했는데 그것에 대한 칭찬이 없으면 그 연주자는 스스로 잘 했는지 또 어떤 것이 지휘자가 원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아무리 잘해도 확실한 정신적 보답이 없으면 반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칭찬이 없으면 더 이상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며 그 결과 밴드의 분위기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5초도 걸리지 않는 이런 칭찬이 없으면 분위기는 계속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번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살리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칭찬보다는 꾸중에 익숙하다. 칭찬에 인색한 것은 지금의 현대사회에서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숭례문 방화 사건을 보자. 화재현장에 출동해 목숨을 걸고 현장수습에 나선 소방관들에게 맹비난을 가하는 언론 그리고 우리 국민들을 볼 때 너무 가슴이 아프다. 늘 목숨을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이 앞으로 뭐가 신이 나서 일을 하겠는가? 물론 똑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국보 1호가 어떻게 불에 다 탔는지, 보안체계에 허술함은 없었는지 꼼꼼한 점검은 필요하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꾸중 먼저 하려는 우리의 모습은 이번 사건에서도 잘 나타나는 것 같다(물론 어떤 것이 잘못 됐다면 똑 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음악 역시 꾸중만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은 확실히 칭찬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칭찬을 못 받은 아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모른다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 길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음악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 금요일 인간 뇌 전문가 테리 스몰씨의 강의를 들었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경험한 ‘틀’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내가 무엇을 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는 스스로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고 한다. 따라서, 칭찬을 통해 무엇이 옳고 좋은 일인지 분명히 인식시켜주고 확실한 프레임을 형성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어린이들이 더 좋은 음악가로 발전해나가길 기대해 본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