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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음악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2-08 00:00

예전에 그림을 그리시는 분을 만나 미술, 음악 그리고 그 외 다른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이 음악하는 사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한 것이 아직도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음악밖에 모른다는 비판이다. 생각해 보니 그분 말씀대로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음악 외의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물론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나, 음악뿐 아니라 모든 예술행위는 상대가 있는 것을 전제할 때, 즉 더 이상의 개인이 아닌 명백히 공적인 부분이 자리 잡고 있는 음악이 과연 나만의 예술적 세계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고민해야 한다.

음악의 기능은 무척 다양하다. 예전에 ‘음악교육의 목적’이라는 칼럼을 통해 소개했듯이 음악은 인간의 심미적 기능, 사회적 기능, 인문적 기능 등 여러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음악을 통해 사람을 치료하는 음악 치료(Music Therapy)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 음악은 심리적 기능과 의료적 기능까지 더해 그 영역이 다양하다. 따라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은 물론 현재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자기가 하고 있는 음악적 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목적의식과 또 앞으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해야 하는 지 크게 고민해야 한다. 또, 음악 외 다른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은 철저한 개인주의 사고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음악인들을 보면 자신의 음악에만 관심이 있다. 다시 이야기하면 음악 안의 나를 찾는 데만 온통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나 역시 그래왔고 지금도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정작 모여 앙상블 안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음악인들이 서로 시기하고 경쟁하고 모함하는 일들이 동서양을 불문하고 자주 일어난다. 아주 부끄러운 일이다.

필자는 먼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라고 나를 포함한 모든 음악인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어떤 영역이냐에 상관없이 인문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사고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예를 들면 기업경영을 해도 인문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를 위한 경영철학을 가진 기업과 철저한 시장원리의 철학으로 경영하는 회사가 똑같을 수 없다. 최근 우리 한국사회에서 크게 지탄을 받는 삼성을 보면 물건만 잘 만들어 팔고 이윤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철저히 자본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요즘 세상이지만, 인간에 대한 배려와 관심없이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기 힘든 것이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대단한 연주와 음악을 만든다 해도 인간에 대한 관심 없이는 크게 평가받을 수 없다. 가장 좋은 예는 지난 10년간 아시아 전체를 휩쓸었던 ‘한류’ 열풍이다. 한류 열풍의 중심인 드라마와 영화가 많은 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드라마와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강한 휴머니즘적인 요소들이다.

가장 큰 히트를 친 ‘대장금’을 보자. 이 드라마는 동아시아 역사를 통틀어 인문학이 가장 발전했던 유교의 나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반면 음악을 보자.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우리의 음악이 다른 아시아지역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가수들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솔직히 음악이 내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그렇게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라 말하기 힘들다.

휴머니즘이 음악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재즈를 보면 알 수 있다. 재즈는 현재 글로벌한 음악으로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물론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재즈가 휴머니즘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블루스 음악으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판단을 필자는 한다. 그리고, 그런 휴머니즘이 지속되어야 계속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음악으로 남을 것이다. 최근 지나치게 엘리트화 되어가고, 점점 상류층의 문화코드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10대 때는 음악적인 기술연마에 힘쓰고, 20대에는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경력을 쌓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30대 이후에는 금전적 수익에 눈을 돌린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사회시스템이 이런 획일적인 흐름을 주도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우리 사회시스템이 정작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돈이 안 된다고 대학에서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부를 폐지하는 것이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또, 인문학관련 출판사들이 점점 문을 닫고 있다. 보다 더 성숙하고 큰 음악인이 되려면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경력을 만들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맥을 형성하고 순간 사람을 현혹시키는 기술적인 부분에 힘쓰는 것보다 내가 음악을 왜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음악에 대한 이해와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인문학이 바탕이 된 음악을 할 때 비로소 큰 음악인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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