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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8-01-25 00:00

음악을 수학과 비슷하다고 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일부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분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음악은 답을 찾는 수학적인 방법보다는 표현적인 언어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흔히 듣기, 말하기, 읽기, 그리고 쓰기라는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음악 역시 듣기, 말하기에 해당하는 연주, 읽기라고 할 수 있는 독보능력과 해석력 그리고 쓰기에 해당하는 작곡이 있다. 이번 주는 이 중 듣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 주위에 첫 돌을 막 지나 말을 하려는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자.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부모에게 들었던 모든 말을 머리가 자라면서 흉내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 한국 아이는 한국말을 하고, 일본 아이는 일어를 하고, 미국 아이는 영어를 한다. 말하기는 듣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별다른 예가 필요 없이 이런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쉽게 증명된다.

또,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하기 전 상대방의 말을 자세히 듣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손석희씨는 말 잘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가끔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최고의 진행자라는 그의 어법을 보면 솔직히 특별한 것은 그다지 많이 없고, 오히려 아주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그가 말을 잘 한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듣고 핵심을 순발력있게 알아차리는 듣기 능력에 있다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음악도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다. 말하기에 해당하는 연주를 잘 하려면 먼저 상대의 연주를 유심히 듣는 좋은 습관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도레미파솔’을 듣는 ‘청음’이라는 구체적이고 학문적인 듣기 능력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 아이는 한국말을 하기 시작하고 미국 아이는 영어를 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본인이 연주하고자 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바이엘로 시작해 열심히 배우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피아노가 싫어지는 것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 내가 배우는 음악을 많이 들어보지 못해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기에 싫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연습하기 전에 음악을 많이 들고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많은 것을 느끼고 알아야 한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일년 동안 엄마의 말을 듣고 말하는 것은 고작 몇 단어밖에 되지 않는다.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도 올바른 연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한 발자국 더 들어가자. 지난 주에 ‘앙상블’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균형과 조화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균형과 조화라는 것은 어떠한 상대가 있는 것을 전제한다. 다시 이야기하면 앙상블을 잘하려면 먼저 상대방 연주를 듣는 습관이 필요하다. 앙상블에서 남의 연주를 듣지 않으면 균형과 조화가 있을 수가 없다. 예전에 이야기 했지만, 음악은 나만 잘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솔로연주자도 훌륭한 반주자가 있고 또 서로 아름다운 앙상블이 만들어졌기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맛있는 훌륭한 음식도 식당의 분위기는 물론 식탁과 접시 그리고 배경음악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훌륭한 음식이 되는 것이다. 음악 역시 나만 연주를 잘한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연주를 잘 듣고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음악을 잘 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음악을 연주하고 또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수 없이 들었을 것이다. 많은 방법들 중에 필자는 하루에 10시간씩 스파르타식으로 무조건 연습하기보다는 음악을 많이 듣는 연습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손석희씨처럼 별다른 방법없이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것을 유심히 듣는 좋은 귀만 있어도 말을 잘 할 수 있듯이 음악 역시 상대가 연주하는 것을 잘 듣는 습관만 가지고 있어도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는 큰 자질을 갖춘 것이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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